[기자수첩] '코스피3000' 비전 달라지려면

[기자수첩] '코스피3000' 비전 달라지려면

배준희 기자
2012.12.31 15:54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18대 대선일 하루 전날인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를 깜짝 방문했다. 박 당선인이 거래소를 찾은 것은 두 번째였다. 지난달 29일 거래소 내 어린이집에 들렀지만 복지정책의 중요성만 언급하는 데 그쳤다.

이를 두고 거래소엔 당혹스런 분위기가 감돌기도 했다. 유력 대선후보가 시장과 관련해 한 마디 언급도 없이 가버려서다. 거래소는 당시 박 후보가 시장친화적인 발언은 힘들더라도 의례적인 응원의 말 정도는 할 것이라고 내심 기대했다.

다행히 박 당선인은 거래소를 두 번째로 찾은 날 관계자들에게 1층에 설치된 황소동상의 의미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임기 내 코스피 3000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이 언급은 여의도 증권가에서 화제가 됐다. 공교롭게도 2007년 말 이명박(MB)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여의도 대우증권 본사 영업부를 찾아 "2008년 코스피 3000, 임기 내 5000"을 자신한 장면과 오버랩된 때문이다.

사실 MB정부가 출범할 무렵 '경제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에 코스피 3000 돌파를 확신한 증권인이 적잖았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낙관적인 전망과 달리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취임 첫 해였던 2008년 10월 코스피지수는 930선까지 추락했다.

국내증시는 이후 해외증시와 '디커플링' 대신 동조화 현상이 강화되면서 대외변수에 출렁거렸다. 우리 정부 정책만으로는 해외 충격에서 '나홀로' 장세를 유지하기가 힘들어진 것이다.

새 정부가 시장친화적인 정책을 이끌어낼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박 당선인은 후보시절 자본시장 발전과 관련해 획기적인 공약을 제시하지 않았는데, 이는 경제민주화에 초점을 맞춘 영향도 있어 보인다.

여의도에 둥지를 튼 국회 역시 우호적이지 않다. 금융투자업계가 학수고대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대형 투자은행 육성과 대체거래소 도입 등 알맹이는 빠진 채 국회 법사위에서 낮잠을 자는 게 방증이다.

'경제의 거울'로 불리는 자본시장은 경제성장의 동력도 된다. 기업의 자금조달 기능을 충실히 하는 경우 그렇다. 시장에 자금이 자연스레 흘러넘칠 수 있는 대책을 내놓는다면 코스피 3000도, 경제활력 제고도 '장밋빛' 꿈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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