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정치권 눈만 뜨면 '채찍질'…재계는 지금 '멘붕'

정부·정치권 눈만 뜨면 '채찍질'…재계는 지금 '멘붕'

서명훈 기자
2013.04.16 06:11

일감 몰아주기 범위 확대에 세금 부과도 소급, 임원 연봉까지 공개하라니…

“대기업을 중소기업 착취나 하는 강패 집단으로 만들더니 이제는 세금도 제대로 안 내는 파렴치한 집단으로 매도하니 정말 일할 맛이 안 납니다.”

대기업 한 관계자의 말이다. 재계가 정부와 정치권의 고강도 압박에 사실상 ‘멘붕(멘탈 붕괴)’ 상태다.

국회에서 계열사간 모든 거래를 ‘일감 몰아주기’로 규정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를 앞두고 있는데다 감사원은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 과세 시기를 2004년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은 상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국회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하도급법 개정안’도 계류 중이고 최근에는 상장회사의 등기임원의 개별보수까지 공개하는 법안도 통과를 앞두고 있다.

먼저 재계는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 과세 시기를 앞당기는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 과세제도 도입 당시 정부가 소급과세의 문제점을 인식해 과세시점을 2012년 이후로 정한 것”이라며 “감사원 지적대로 2004년으로 과세시기를 앞당길 경우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크게 저해하고 조세 법률주의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재계는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 과세 규정 자체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일감 몰아주기로 인해 해당법인의 주식가치가 상승했더라도 주식 처분시점 이전에 과세하는 것은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여서 위헌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이미 증여세가 과세된 상황에서 주식을 처분하면 별도로 배당소득세가 과세되기 때문에 이중과세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재계는 일감 몰아주기 범위를 모든 계열사간 거래로 확대하는 것에 대해서도 상당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은 외국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효율성을 높여야 하고 계열사간 통폐합이 가능한 업무를 별도 자회사를 통해 관리하고 있다”며 “사업상 기밀 누설의 우려로 인해 이를 외부에는 맡길 수 없가 없는 상황인데 이를 모두 일감 몰아주기로 규정한다면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SDS나 LG CNS, SK C&C 등 기업 내부 전산망 등을 관리하는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의 경우 이를 다른 기업에 위탁할 경우 내부 보안 문제 등이 있어 그룹 물량은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피치 못할 사정을 도외시해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그룹 내 비중을 줄이려고 해도 중소기업 보호라는 명목 하에 공공물량 입찰 등에 대기업의 참여를 제한해 시장 진출에도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 외에도 지난해 중소 자영업자들의 골목상권을 보호하고, 일감몰아주기를 차단하기 위해 이뤄졌던 조치들이 별 실효성이 없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미 삼성 그룹의 경우 골목상권 보호 차원에서 호텔신라에서 운영하던 커피 체인점인 '아티제'를 대한제분에 매각했고, 기업자재구매대행(MRO)이 일감몰아주기라는 여론에 따라 그룹 내 MRO인 아이마켓코리아를 인터파크에 매각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후 동네 커피숍이나 중소기업 자재구매 시장에는 아무런 변화나 영향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소 자영업자나 중소기업들이 이 시장을 확보해 이득을 보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등기임원의 개별 보수를 공개하는 것에 대해서도 득보다는 실이 많다고 지적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사생활 침해는 물론 사회적으로 위화감이 조성돼 고소득층에 대한 반감이 확산될 우려가 크다”며 “외국의 경우 높은 연봉이 경영성과를 반영한 정당한 보상으로 인식되는 반면 우리는 비난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인재 영입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우려도 내놓고 있다. A사 관계자는 “세계 1위 기업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더 뛰어난 인재를 많이 확보해야 한다”며 “연봉이 같거나 오히려 더 적은 상황에서 어떤 인재가 말도 잘 안 통하는 외국에서 생활하려 하겠냐”고 반문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중점을 두고 있는 '창조경제'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임원 연봉 공개가 노사 안정을 해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노동계에서 임원들의 높은 보수를 문제 삼아 비정상적인 임금인상과 성과 배분을 요구하게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아울러 재계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확대하는 것에 대해서도 시장경제의 기본인 계약 자유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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