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연장 20대 취업기회 축소, 父子 일자리 싸움 가열

정년연장 20대 취업기회 축소, 父子 일자리 싸움 가열

산업부 기자
2013.04.23 17:50

(종합)국회 2016년부터 60세 의무화… 재계 "시기상조" 20대 "청년취업난 가중"

일러스트=강기영
일러스트=강기영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면 임금부담이 늘어나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다."(경총 관계자)

"정년 연장은 가뜩이나 취직하기 어려운 20대 청년실업을 가중시킬 것이다."(취업준비중인 대졸자 H씨).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데 50대 후반에 은퇴해야 하는 현실에서 정년 연장은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S기업 B씨)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법안심사소위)가 23일, 공공과 민간 부문 근로자 정년을 60세로 의무화하는 '정년연장법'을 2016년부터 시행하기로 통과시키자 이해관계자들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적극 반대하는 재계=재계는 우선 근속연수와 연계된 임금체계로 인해 60세 정년연장을 의무화하면 기업들의 고령근로자 고용부담이 가중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

경총에 따르면 20년 이상 근무한 근로자들의 임금수준은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의 경우 신입사원의 1.2배~1.5배 수준에 불과하나 우리나라는 관리·사무직은 2.18배, 생산직은 2.41배 높다.

또 노동연구원에 따르면 55세 이상 고령근로자의 임금은 34세 이하 근로자의 3.02배이나, 생산성은 34세 이하 근로자의 60% 수준으로 분석된다.

재계는 정년연장 의무화가 기업들의 인사적체를 초래해 신규인력 채용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경직적 고용규제로 인력운용에 어려움을 겪는 일부 대기업 생산직과 공기업 등 공공부문의 경우 인력의 퇴직 경로가 차단돼 신규인력 채용 등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경총의 ‘청년실업과 세대간 일자리 갈등에 관한 인식 조사’에 따르면 기업 54.4%와 청년구직자 66.4%가 중·고령 근로자의 고용연장시 기업의 신규채용이 줄 것으로 예상했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정년을 연장한 372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실제로 정년연장 이후 300인이상 사업장의 경우 3.7%, 공공기관 4.0%에서 순채용 인원이 감소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일정 정도 세대 간 일자리 경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지난 대선 때 50대 유권자(19.2%)가 20대(16.3%)보다 사상 처음으로 많아졌는데 정년연장이 이런 표심을 반영한 결과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양극화 우려하는 중소기업=대중소기업간 양극화 심화도 우려된다. 300인이상 대기업은 94.5%가 정년을 설정하고 있으나, 300인 미만 사업장은 정년제를 도입한 비율이 20.0%에 그친다. 정년을 연장함에 따른 혜택을 받는 대기업 및 공공부문과 그렇지 않은 중소기업과의 양극화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고령화의 인건비 부담과 청년들의 높은 이직률로 인해 법이 최종 통과될 경우 중소기업의 인력운용상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유럽 및 미국 등의 경우 정년연령을 높이거나 폐지시키는 추세이나, 이들 국가는 우리나라와 임금체계 및 연금제도 등이 상이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예컨대 유럽은 정부에서 연금 재정 문제로 정년연장을 추진하고, 근로자들이 퇴직 후 노후를 즐기고자 하므로 오히려 반대한다는 것.

이처럼 유럽 국가들과 정년 및 노동시장 여건 등이 상이하므로 단순히 정년만을 놓고 비교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재계는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정년연장 문제는 임금체계 등에 있어서 일본과 비교적 유사한데 일본은 1994년 60세 정년연장을 법제화했으나 시행은 1998년으로 4년간 유예했다.

특히 1998년에는 60세 이상으로 정년을 둔 기업의 비율이 93.3%에 이르러 대부분의 기업이 이를 이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무화 조치를 시행했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300인 이상 사업장 가운데,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둔 기업의 비율이 23.3%에 불과하여 법제화에 따른 부담이 크다는 것.

대한상의 관계자는 “정년 연장은 개별 기업이 자율적으로 실시해야지 법으로 일률적으로 정하는 것은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다"며 "법제화는 좀 더 성숙된 이후에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계는 만약 정년연장을 의무화하게 되면 근무연수가 길수록 많아지는 '연공급적 임금체계'를 직무-성과중심의 임금체계로 개편하고 고용경직성을 완화해야 하는 것이 최적의 방안이라고 강조한다.

경총 관계자는 “사업주의 입장에서 현재와 같은 근속연수와 연계된 임금체계의 개편이 없이 정년60세 의무화가 될 경우 인위적 구조조정에 대한 유인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의견 엇갈리는 개별기업=개별기업들의 입장은 전반적으로 경제단체들의 입장과 대동소이하나 그룹별로 차이가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그룹의 경우 직군 및 직종마다 차이가 있어 만 55세에서 65세까지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의 일반 사무직은 대부분 만55세가 정년이며, 생산직은삼성중공업(31,800원 ▲1,600 +5.3%)등이 만 58세를 정년으로 하고 있다.

삼성 그룹 내 제조업 중에서도 제일모직과 삼성토탈, 삼성화학은 사무직 정년이 만 55세이지만 생산직 정년은 만 57세다. 이 가운데 제일모직은 55세부터 57세까지는 임금 피크제를 적용하고 있다.

특수한 경우이기는 하지만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간호사 직군과 일반 사무직 등은 만 58세 정년을 적용하고 있고, 교수직을 겸한 의사직군의 경우 전임강사 이상의 의사들은 만 65세가 정년이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생산직의 경우 '59세+추가 1년 연장'이 가능해 사실상 60세 정년이어서 부담을 덜 느끼고 있다.

포스코 역시 정년 연장, 임금피크제 도입 등 정년 후 연장근무제도를 이미 단계적으로 시행해 오고 있다. 포스코는 2011년 1월부터 56세 정년을 57세로 연장했으며 2012년에는 57세를 58세로 늘렸고 앞으로도 단계적으로 정년을 늘려 나갈 계획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정년 연장으로 청년들의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는데 신규 채용 규모를 꾸준히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SK는 계열사별로 정년이 다르다. 텔레콤, 증권, 해운, SKC는 58세이며 건설은 55세다. SK 관계자는 “정년 연장 대상자들이 임금만큼의 생산성을 낸다고 보기 때문에 단순하게 무조건 손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격화될 것으로 우려되는 父子 일자리 경쟁=이같은 정년연장은 제한된 일자리에 누구를 채용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사업의 연속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젊은 피'를 수혈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60세 정년 연장이 법제화될 경우 시행 시점부터 기본적으로 5년 가량은 신규 채용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특히 '자녀의 일자리를 부모가 차지한다'는 세대간 갈등의 불씨를 지피는 대목이기도 하다. 정년 연장의 대상이 만 55∼60세여서 이들의 자녀들이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전선에 나설 나이인 25~30세이기 때문에 일자리를 놓고 세대간 갈등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이철행 전국경제인연합회 투자고용팀장은 "현행 임금체계를 유지하면서 오는 2016년부터 정년을 60세로 연장할 경우 줄어든 일자리를 두고 부자간 취업전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며 "취직하지 못하는 자식을 아버지가 부양하는 형태가 지속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이같은 부자 세대간 취업 전쟁을 줄이기 위해서는 결국 차선책으로 임금피크제 등의 도입을 통해 낮춘 부모세대의 임금으로 자식세대들이 취직하는 형태로 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신현구 한국노동연구원 전문위원은 "전반적인 고령화 추세에 따라 정년연장은 불가피하다"며 "기업들 역시 고령화 사회에 맞게 인력구조를 변화해 나갈 준비를 해야 하고 개인들도 장유유서와 같은 문화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세대간 일자리 경쟁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여러 연구결과를 보면 고령자 고용과 청년층 고용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고 경기 전반의 문제일 뿐이며 이는 정년 연장을 통해 생기는 기업의 인건비 부담에 대한 핑계에 가까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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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택 논설위원

비즈니스 저널리즘의 최고 경지, 머니투데이의 일원임을 자랑스레 여깁니다. 독창적이고, 통찰력 넘치는 기사로 독자들과 마주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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