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연장은 법제화, 임금 조정은 노사간 선택..청년 일자리 감소 우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23일 근로자의 정년을 60세로 의무화하는 소위 '정년 연장법' 합의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정년 연장에 따른 신규 고용감소로 장년층과 청년층간 일자리 쟁탈전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야가 논의하고 있는 정년 연장의 대상이 만 55∼60세여서 이들의 자녀들이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전선에 나설 나이인 25~30세이기 때문에 일자리를 놓고 세대간 갈등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23일 재계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전체 임금근로자 1459만 8000명 가운데 정년연장법 기준이 되는 300인 이상 이상 사업장의 임금근로자는 625만 2000명으로 전체의 42.8%에 달한다.
대상 사업장은 1851개로 이 가운데 410개 사업장이 정년 60세를 시행하고 있으며, 나머지 77.8%는 만 55세나 만 58세가 정년이다. 이들의 정년이 늘어날 경우 제한된 고용상황에서 신규 고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산술적으로는 대상 임금근로자 625만명의 10∼14%(62만~90만명) 가량이 55~60세가 될 것으로 보이며, 이미 60세 정년을 시행하고 있는 22.2%를 제외할 경우 48만~70만명이 정년 연장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추산된다.
정년이 5년 연장될 경우 매년 은퇴할 최대 14만명이 고용상태를 유지함에 따라 신규 고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게 재계의 설명이다. 특히 재계는 정년 연장은 법으로 강제하고, 임금체계 조정은 노사간 선택사항으로 할 경우 고액 연봉자 유지를 위해 신규 채용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법으로 강제하는 정년은 연장할 수밖에 없고, 노사간 합의를 해야 하는 '임금피크제' 등은 임금이 줄어들지 않기를 바라는 고액연봉자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지 않을 공산이 커 신규고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철행 전국경제인연합회 투자고용팀장은 "20년 이상 근속한 직원의 경우 1년 미만 신입사원에 비해 사무직은 2.18배, 생산직은 2.41배로 임금이 많다"며 "20년 장기근속자 1명의 정년이 늘어나면 2명 이상의 신입사원을 뽑지 못하는 상황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설명했다.
공공부문의 경우에도 이미 기획예산처 등에서 인건비를 제한해 놓은 상태에서 정년이 늘어날 경우 제한된 임금예산으로 신규 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게 재계의 설명이다. 유럽의 경우에는 20년 이상 장기근속자들의 연봉이 1년미만 신입사원과 비교해 1.2배에서 1.3배 수준이어서 정년을 연장하더라도 기업의 임금부담이 크지 않지만, 임금피크제를 의무화하지 않는 우리의 경우 일자리를 놓고 부모세대와 자식세대간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행 임금체계를 유지하면서 오는 2016년부터 정년을 60세로 연장할 경우, 줄어든 일자리로 인해 취직하지 못하는 자식을 아버지가 부양하는 형태가 지속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며 "차선책은 임금피크제 등의 도입을 통해 낮춘 부모세대의 임금으로 자식세대들이 취직하는 형태로 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