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1¥, 車·전자·조선 등 주력산업 '엔저' 비상

1$=101¥, 車·전자·조선 등 주력산업 '엔저' 비상

강기택 기자, 서명훈, 오상헌
2013.05.10 15:40

[엔저공습]자동차,전자,철강,조선,기계 등 주력산업 수출감소, 수익성 저하 우려

9일(현지시간) 엔·달러 환율이 4년여 만에 100엔을 돌파하면서 자동차, 전자, 철강, 화학 등 일본과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있는 국내 주력산업에 비상등이 켜졌다.

일본 업체들이 엔저를 바탕으로 가격인하 공세를 펼칠 경우 수출 감소, 수익성 저하 등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완성차, 타이어, 부품 모두 경계감 고조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업체뿐만 아니라 타이어, 부품까지 자동차 관련 사업은 엔저의 부정적 영향권에 접어들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4월 미국 판매량이 늘어난 반면 토요타 판매가 1.1% 줄면서 오히려 점유율이 8.6%로 높아지는 등 당장 급한 불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일본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비중이 토요타 22%, 혼다 6%, 닛산 13% 등으로 엔약세에 대한 파급효과가 과거보다 크지 않고 일본 업체들의 가격인하공세도 강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토요타만 해도 올 1분기 글로벌 판매대수가 전년 동기대비 2.2% 감소했음에도 가격을 내리기보다 수익성 확보에 열을 올려 영업이익이 60.5% 늘었다.

그러나 엔화 약세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결국은 가격인하에도 나설 수밖에 없고 이는 현대기아차의 경쟁력 약화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닛산이 지난 3일부터 미국서 판매중인 18개 모델 중 7개 모델 가격을 최대 10.7% 낮췄고 토요타, 혼다 등이 연쇄적으로 가격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타이어의 경우 일본 업체들이 이미 가격을 낮추고 있어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등이 악영향을 받고 있고 부품 역시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고전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전자업계도 일본 업체들이 올 하반기부터는 누적된 엔저효과를 무기로 실제 제품가격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일본 전자업체들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엔저 효과 등에 힘입어 영업이익을 내기 시작했다”며 “하반기부터는 가격을 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소니와 파나소닉 등 일본 전자업체들이 가격 인하에 나설 경우 TV가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냉장고나 세탁기 등 생활가전의 경우 일본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이 미미한 반면 TV의 경우 여전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부품업계의 고심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일본 업체들은 2분기 들어서면서 카메라모듈과 휴대폰 배터리 등 부품 가격을 일제히 낮췄다.

완제품의 경우 수입해서 사용하는 원자재 비중이 높아 가격인하에 쉽게 나서지 못한 반면 부품은 원자재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한발 먼저 가격을 인하한 것으로 풀이된다.

휴대폰 배터리 생산업체 관계자는 “일본업체들이 2분기 공급물량의 가격을 상당폭 인하했는데 엔저가 더 심해지면 가격인하 여력이 더 생긴다”며 “수요기업들이 일본업체 사례를 들면서 가격인하 요구를 노골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철강·조선·기계 업계에도 '엔저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엔저로 인한 당장의 수출 타격은 크지 않겠지만 시차를 두고 국내 기업들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철강업계는 무엇보다 수요산업 위축을 더 우려하고 있다. 자동차, 조선, 기계 부문의 국내기업들이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기업에 밀릴 경우 철강 공급 축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 내수시장에선 엔저 영향으로 일본산 철강제품의 수입은 늘고 수입가격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제품이 국내 철강재를 잠식하는 상황이 시작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일본산 열연강판 수입량은 78만1194t으로 1년 전보다 4% 증가했다. 일본산 열연강판 수입비중도 50%를 넘었고 일본 제품 평균 수입가격은 13.8% 하락했다.

조선업계에서도 일본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일본선박수출협회(JSEA)에 따르면 지난 3월 일본 조선사의 해외 선박 수주는 49척으로 전월 5척에서 대폭 증가했다.

엔화 약세로 일본과 중국 조선사들의 신조선가 격차도 10~15% 가량 축소됐다. 엔저는 특히 국내 중형 조선소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중형 조선소와 일본 조선사들이 주요 건조 선종인 벌크선과 탱커, 중형 컨테이너선 등을 두고 경쟁 관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계 업계도 장기화하는 엔저 대응 방안을 두고 고심하긴 마찬가지다. 이호철 두산인프라코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2일 기업설명회(IR)에서 "공작기계의 가격 경합 효과보다 일본 부품 수입금액 감소 효과가 크다"면서도 "엔저 현상이 중장기화 되고 있어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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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택 논설위원

비즈니스 저널리즘의 최고 경지, 머니투데이의 일원임을 자랑스레 여깁니다. 독창적이고, 통찰력 넘치는 기사로 독자들과 마주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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