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에서 사업을 하는 교포 A씨는 토요타 브랜드의 SUV(다목적스포츠차량)를 구입하기로 마음먹었다. 현재 현대차 SUV를 1대 갖고 있지만 골칫거리다. 몇 달 전 엔진소리가 이상해서 현지 정비업체에 맡겼더니 소리가 더 커져 돌아왔다. 부품을 구하지 못해 부품을 교환하는 대신 고장난 부분을 철판으로 때운 때문이다.
며칠은 털털거리며 굴러갔지만 이내 엔진이 멈췄다. 차를 고치려면 한국에서 '페덱스'를 통해 부품을 가져와야 하는데, 2000만원 정도 든다고 한다. 차 1대를 살 돈이다. 주변에서는 고장난 차를 팔아넘기고 부품 구입이 쉬운 토요타 차로 바꾸라고 조언했다.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는 토요타 차 천국이다. 소형차 '야리스', 코롤라부터 SUV '라브-4' '랜드크루즈'와 미니버스 등을 한국에서 현대·기아차 브랜드 자동차를 보는 것만큼이나 쉽게 볼 수 있다.
현대·기아차는 에티오피아의 마라톤 영웅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가 세운 '마라톤모터스'가 수입을 대행하고 나서면서 'i10'이나 '스타렉스' 등이 눈에 띄지만 그래도 가뭄에 콩나듯 하는 수준이다.
현지인들은 현대·기아차는 고장이 났을 때 부품을 구하기 어렵고, AS가 형편없다고 입을 모은다. 글로벌 판매량 5위 자동차업체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자동차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수출 한국의 첨병이라는 종합상사 하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이곳은 한국 기업들에 불모지나 다름없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역설적으로 '가능성'을 보여준다. 에티오피아는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483달러(2012년 기준)에 불과한 빈국이고, 연간 자동차 수입량은 중고차를 포함해 10만대도 되지 않는다. 반면 인구가 9387만명으로 유럽 최대인 독일보다 많고, GDP가 2004년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6∼12% 증가한 나라다.
에티오피아뿐일까. 유엔 회원국 150개 국가 가운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은 34개국으로 5분의1 수준이다. 세상에는 에티오피아와 같이 개발수준이 낮지만 성장하는 국가가 성장이 정체된 선진국보다 훨씬 많다는 얘기다. 그만큼 우리가 개척할 시장이 무궁무진하다.
한국은 이미 1990년대 중반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낯선 땅 페루와 콜롬비아에서 '대우자동차'로 승용차 시장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저력이 있다. 하지만 어느새 신흥시장 개척과 관련한 뉴스는 사라지고,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만 중요해졌다.
독자들의 PICK!
우리는 그때의 야성을 잃어버린 것일까. 실적악화를 설명하면서 '글로벌 경기불황'이라는 말을 '전가의 보도'처럼 반복할 게 아니라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옛 경영자의 말을 다시 떠올릴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