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찬 기운이 필요할 때, 그리스 로디티스 바리크(Roditis Barrique)내추럴 와인

쏟아지는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산길을 오른다. 턱 끝까지 가파른 언덕을 지나 숨이 차오르고 두 다리가 뻐근해져 와도, 기어이 한 걸음 한 걸음 더 내딛는 이유는 단 하나다. 내 상기된 빨간 볼처럼 산등성이를 수줍게 물들이는 진달래꽃을 보기 위해서다.
생명력 넘치는 자연 속에서 자란 탓일까… 활짝 핀 꽃과 식물을 마주하면 눈보다 코와 입이 먼저 반응하곤 했다. 꽃망울에 코를 대고 그윽한 향에 취해 보다가 연한 꽃잎을 살며시 입안에 머금어 혀끝으로 번지는 자연의 풍미를 느껴본다.
메마른 나뭇가지를 뚫고 나온 이른 봄의 진달래는 그 꽃잎 하나에 척박한 겨울을 견뎌낸 대지가 빚어낸 봄의 기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 깊고도 기품 있는 여운을 온몸으로 깨닫는 순간, 산을 오르는 발걸음은 다시금 가벼워진다.
매년 겨울의 혹독함 속에서도 살아남아 그 끝에서 자신만의 색으로 꽃을 피우는 진달래처럼, 도메인 리가스의 로디티스 바리크(Roditis Barrique) 또한 시간의 시련을 견뎌낸다.
진달래가 오랜 시간 산을 지켜온 것처럼, 오크 통 안에서 숨 쉬는 숙성의 시간은 마치 우리가 세월을 거쳐 성숙해지는 과정과도 닮아 있다.
삶이 무겁게 느껴질 때, 일상이 반복되어 지칠 때, 우리에게 필요한 건 진달래가 산을 물들이는 그 생명력이다. 한 잔의 와인이 주는 활기찬 기운은 마치 봄 산을 오르며 마주한 진달래처럼, 우리에게 다시 일어설 힘을 준다. 그 깊이가 더해진 그리스의 로디티스 바리크 (Roditis Barrique) 내추럴 와인을 지금, 만나보자.
활기찬 기운이 필요할 때, 우아하지만 활기찬 기운을 불어넣어 줄 와인이다.
◆ 고대 그리스의 포도밭, 파트라의 이야기
그리스 펠로포네소스 반도의 북쪽 해안에 자리잡은 파트라(Patras)는 로디티스의 진정한 고향이다. 이 지역은 이오니아 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언덕들 위에 포도밭을 가지고 있으며, 그 높이와 배치는 모두 우연이 아니라 천 년의 경험이 담긴 계산의 결과다.
파트라의 포도밭들은 보통 300에서 400미터 사이의 고도에 자리잡고 있으며, 이런 고도에서는 일교차가 크다. 낮에는 지중해의 따뜻한 햇살로 포도가 익어가고, 밤에는 산에서 내려오는 찬바람이 포도의 산도를 보존한다. 마치 진달래가 추운 겨울을 견디고 봄에 피어나듯, 이곳의 포도도 밤과 낮의 극심한 온도차를 견디며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완성해간다. 이것이 바로 로디티스가 다른 포도 품종보다 더욱 상큼하고 신선한 특성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다.
파트라 지역의 토양은 석회질이 풍부하다. 이 석회질 토양은 포도에 깊이 있는 미네랄 감을 부여하며, 와인이 입안에서 펼쳐질 때 마치 바다 소금기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질감을 만들어낸다. 또한 이 토양은 배수가 탁월하여, 포도가 물을 많이 흡수하지 않으므로 더욱 농축된 맛의 포도가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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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디티스 품종의 특성과 그리스 와인의 정체성
로디티스는 그리스 전역에서 재배되지만, 특히 펠로포네소스 반도의 파트라 지역에서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이 품종은 신선한 시트러스 향, 흰 꽃 향기, 그리고 허브의 뉘앙스가 특징이며, 높은 산도와 우아한 바디감을 겸비하고 있다. 마치 봄날 산속의 맑은 공기를 마시는 듯한 청량감이 이 품종의 가장 큰 매력이다.
그리스는 와인의 역사가 3000년 이상 이어진 나라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는 와인을 마시는 장면이 여러 번 등장하며, 고대 그리스인들은 와인을 물과 섞어 마시면서 철학과 예술을 논했다. 그러나 오스만 제국의 지배와 필록세라 재앙을 겪으면서 그리스 와인 산업은 쇠퇴했고, 20세기 후반이 되어서야 비로소 재발견되기 시작했다.
오늘날 그리스는 약 300종 이상의 토착 포도 품종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중 로디티스는 가장 널리 재배되는 화이트 품종 중 하나다. 그리스 와인은 신세계 와인처럼 화려하지 않고, 프랑스 와인처럼 유명하지도 않다. 그러나 그 안에는 지중해의 햇살과 바람, 그리고 수천 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 모금 마실 때마다, 우리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마셨던 바로 그 맛의 후예를 경험하는 것이다.
◆ 로디티스 바리크 와인(RODITIS BARRIQUE 2022)

◆ 와인 정보
- Region: Greece / Peloponnese / Patras
- Winery: Domaine Ligas
- Grape: Roditis 100%
- Vineyard Method: Organic farming/ Fermentation: Native yeast fermentation
- Aging: Neutral oak barrel for 11 months/ Bottling: Unfiltered
- Alcohol: 13% / Serving Temperature: 8-10°C
◆ 도멘 리가스(Domaine Ligas / Ktima Ligas) 와이너리 이야기
그리스 내추럴 와인의 선구자, 도멘 리가스(Domaine Ligas)는 1985년 토마스 리가스(Thomas Ligas)가 설립하였고, 당시 유행하던 국제 품종 재배를 과감히 거부하고, 멸종 위기에 처한 그리스 토착 품종 부활에 매진한 뚝심 있는 와이너리이다.
1980년대, 모든 사람들이 국제 품종을 심을 때 토마스 리가스는 거의 잊혀진 토착 품종으로디티스를 지켰다. 사람들이 그를 괴짜라고 비난할 때도, 그는 자신의 직관을 믿고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포도나무를 돌보았다. 그리고 40년이 지난 지금, 그의 딸 멜리는 세계가 주목하는 내추럴 와인 생산자가 되었다. 로디티스 바리크 와인을 마실 때마다, 당신이 어릴 적 산에서 느꼈던 그 상큼한 기운, 그 순수한 자유로움을 다시 한번 경험하게 된다.
설립 초기부터 일본의 농학자 후쿠오카 마사노부의 철학에 영감을 받아 화학물질을 전면 배제하고, 독자적인 유기농법을 도입했다. 현재는 프랑스에서 양조학을 수학한 딸 멜리 리가스(Meli Ligas)가 포도밭을 진두 지휘하며 내추럴 와인으로의 전환을 완성했다.
이들의 와인은 와인 종주국인 프랑스는 물론 런던, 뉴욕 등 세계 미식 수도에서 열광적인 반응을 얻고 있으며, 생산량의 90% 이상이 해외로 수출될 만큼 독보적인 입지를 자랑하고, 아시아에서는 대한민국이 유일한 수입국으로 그 희소성이 더욱 높다.
◆ 와인 특징
로디티스는 그리스에서 가장 오래되고 널리 재배되는 토착 품종 중 하나다. 고대 그리스 펠라(Pella) 지역에서 높이 평가받았던 이 품종은 그리스어로 '로돈(Rodon)', 즉 '장미'에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
실제로 로디티스의 포도 알갱이는 분홍색 또는 장미빛 피부를 가지고 있는데, 신기하게도 이 분홍색 포도에서는 가장 우아한 와인이 빚어진다.
대중적 품종 '로디티스'의 화려한 부활과 오크 숙성의 미학: 도멘 리가스의 양조 철학이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지점은 그리스의 흔한 대량 생산용 블렌딩 품종이었던 로디티스(Roditis)를 최고급 단일 품종와인으로 격상시킨 것이다.
포도밭의 순수함: 펠라(Pella) 지역의 점토 석회질 토양에서 자란 25년 수령의 로디티스를 손 수확하여, 토착 효모만으로 자연 발효를 진행한다.

◆ 테이스팅 노트
-외관(Appearance): 깊고 풍부한 골드 옐로우. 오크 숙성이 빚어낸 황금빛 광택이 잔 가장자리를 따라 빛나며, 성숙하고 우아한 첫인상을 줌.
-향(Nose): 1차 향은 잘 익은 황도, 살구, 배의 풍성한 과실 향이 먼저 느껴지고, 2차 향: 바닐라, 버터, 토스티한 오크의 부드러운 향과 함께 아카시아 꽃, 카모마일의 섬세한 화사함이 교차. 3차 향: 헤이즐넛, 꿀, 은은한 스파이스와 펠라 석회질 토양이 빚어낸 미네랄리티의 깊고 긴 여운의 향.
-팔렛(Palate): 첫 인상은 크리미하고 부드러운 질감으로 시작되고 잘 익은 사과, 배, 복숭아의 풍성한 과실미가 입안 가득 퍼지며, 오크 숙성에서 비롯된 바닐라와 버터의 풍미가 뒤따른다. 산도는 생동감 있으면서도 부드럽게 통합되어 있으며, 중간 팔레트에서는 토스티한 아몬드, 피니시는 길고 우아하며, 오크의 스파이시함과 미네랄의 깨끗한 여운이 입안에 오래 남음.
-결론(Conclusion): 오크 숙성이 로디티스 품종에 깊이와 복합미를 더한, 그리스 화이트 와인의 프리미엄 표현. 신선한 과실미와 오크의 풍성함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
◆ 푸드 페어링
-데일리 페어링: 두부 스테이크(발사믹 글레이즈), 캐러멜라이즈 양파와 타임을 곁들인 버섯 타르트, 코코넛 커리(단호박, 병아리콩), 구운 콜리플라워 스테이크(타히니 소스)
-비건 페어링: 냉이 파스타, 비트와 견과류 샐러드, 진달래 화전, 새송이 튀김
-혼술 페어링: 신선한 딸기나 오렌지 샐러드, 견과류나 올리브.
이번 그리스 프리미엄 로디티스 내추럴 와인 한 모금 마실 때마다 당신은 알렉산더 대왕이 태어난 땅, 아리스토텔레스가 포도밭을 소유했던 땅, 바쿠스가 축복한 성스러운 땅의 포도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박영신 와인 칼럼니스트-
"와인의 생동하는 산미는 멈춰있던 열정에 던지는 질문이며, 잔 속의 에너지는 내일을 향한 가장 향기로운 응원이다."
현 한국와인소비자협회 회장으로, 경희대학교에서 와인 소믈리에 석사 및 조리외식경영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와인바와 전문 숍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소비자 니즈를 정확히 읽어내는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와인 소비자 행동 관련 논문을 발표하고 국내 주요 와인 대회 심사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칼럼니스트이자 협회장으로서 생산자·유통자·소비자를 잇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