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투표때 지도부 수당 슬쩍… 삼전 노조 '모럴해저드' 논란

파업투표때 지도부 수당 슬쩍… 삼전 노조 '모럴해저드' 논란

최지은 기자
2026.05.18 04:22

위원장 '월 1000만원' 가능
관련 항목 규약 하단에 배치
통제기구 부재, 투명성 지적
DX조합원 4000여명 탈퇴
과반노조 지위 상실 가능성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지난 13일 경기 수원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조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신청 2차 심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수원(경기)=뉴스1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지난 13일 경기 수원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조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신청 2차 심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수원(경기)=뉴스1

총파업을 예고한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집행부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에 휩싸였다. 집행부를 견제할 기구가 사실상 없는 상황에서 노조 간부들의 직책 수당 수령을 놓고 내부 갈등이 불거지는 가운데 성과급 논의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완제품 중심 DX(디바이스경험)부문 조합원들의 대규모 탈퇴 움직임도 계속된다. '노노(勞勞) 갈등'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노조 지도부의 '꼼수 수당' 논란은 지난 3월 열린 총회에서 비롯됐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조는 당시 쟁의행위 찬반 투표와 함께 임원 수당 신설을 위한 규약 개정안 찬반 투표를 동시에 진행했다. 다만 규약 개정 설명 자료 하단에 직책 수당 관련 규정을 배치하면서 일부 조합원들은 해당 내용의 신설 여부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규약에 따르면 위원장은 조합비의 최대 10%를 임원 및 부서 인원의 직책 수당으로 편성할 수 있다. 집행 인원이 8명 이하일 경우에도 최대 5%까지 편성이 가능하다. 조합원 약 7만명의 월 조합비 1만원을 적용하면 매달 최대 약 3500만원이 지도부 직책 수당으로 배정되는 구조다. 향후 집행부 규모가 커질 경우 지도부가 가져갈 수 있는 금액 역시 더 늘어난다. 현재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월 1000만원 안팎의 직책 수당 수령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최 위원장을 비롯한 주요 집행부가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를 적용받아 회사 급여를 받는 동시에 조합비에서도 별도 수당을 챙길 수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이를 견제할 내부 장치마저 부실한 상태다. 노동조합법상 예산 집행과 규약 제·개정 등 핵심 사안은 조합원이 선출한 '대의원회'의 통제를 받아야 하지만 현재 초기업노조는 대의원회 없이 5인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에 의결 권한이 집중돼 있다. 특히 운영위원회는 재적 과반 출석과 과반 찬성만으로 의결이 가능해 월 7억원이 넘는 조합비 집행 권한이 사실상 소수 집행부 손에 좌우되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경기 평택시 고덕동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평택=뉴스1
23일 경기 평택시 고덕동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평택=뉴스1

여기에 회계 공시마저 작년보다 한 달 이상 지연되고 있다. 의혹이 확산하자 일부 조합원들은 간부별 수령 내역과 영수증 등 증빙 자료 미공개 문제를 '횡령' 가능성으로 연결지으며 강경 대응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관련 익명 게시판 등에는 집행부 해명과 회계 공개를 요구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는 상황이다.

조합원들의 대규모 탈퇴 조짐도 이어진다. 최근 한 달 사이 초기업노조 소속 DX부문 조합원 약 4000명이 탈퇴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중심으로 임금 교섭이 이뤄지면서 DX부문이 사실상 들러리로 전락했다는 불만이 누적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일부 DX부문 조합원들은 현 노조의 대표성 자체를 문제 삼으며 임금협상 체결과 파업 금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초기업노조가 과반 노조 지위를 잃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진행 중인 4000여명의 탈퇴가 승인될 경우 조합원 수는 6만7000명대로 급감하게 된다. 과반 노조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마지노선은 약 6만4000명으로 거론된다. 탈퇴 행렬이 계속될 경우 노조의 대표성과 교섭력 약화는 물론 총파업 명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소수 집행부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와 고액 직책 수당 논란이 겹치면서 조합원들의 불신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며 "지도부가 회계 투명성과 견제 체계 마련에 대한 해법을 내놓지 못할 경우 내부 이탈 흐름도 계속 확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초기업노조 측은 우선 성과급 협상 등 교섭 상황에 집중하고 내부 논란은 추후 수습해나간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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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최지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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