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심교의 내몸읽기] 고령층 '급찐살'의 경고

최근 턱살이 두둑해진 도널드 트럼프(80) 미국 대통령의 건강검진 결과가 공개되며 고령층의 '급찐살'(급격하게 찐 살)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체중은 108㎏으로, 1년여 전보다 6㎏ 늘었다. 현재 키가 188㎝, BMI(체질량지수)가 30.56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고도비만에 해당한다. 트럼프의 주치의는 그에게 식단 조절과 신체활동, 체중 감량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의들은 중장년 이후 체중이 갑자기 늘면 몸이 받는 부담은 생각보다 크다고 경고한다. 특히 무릎·허리·고관절처럼 체중을 직접 받아내는 부위는 체중 변화에 민감하다. 젊을 때는 5~6㎏ 증가를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지만, 고령층은 같은 무게도 젊을 때보다 관절·척추에 더 큰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근육량과 균형 감각이 떨어져서다.
김종우 수원S서울병원 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체중이 늘면 무릎과 허리·고관절은 매일 그 무게를 반복해서 받아내야 한다"며 "무거운 짐을 들 때는 물론 계단을 오르고, 의자에서 일어나는 모든 동작에 '추가 부담'이 더해진다"고 설명했다.

우리 몸에서 체중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관절이 무릎이다. 평지를 걸을 때도 무릎에는 체중보다 큰 힘이 전달된다. 계단을 내려가거나 오르막을 오를 때, 쪼그려 앉았다 일어설 때는 부담이 더 커진다. 이미 퇴행성관절염이 있거나 반월상연골판이 손상된 사람은 체중 증가 이후 통증이 갑자기 심해질 수 있다. 무릎이 붓거나 열감이 생기고, 계단을 내려갈 때 찌릿한 통증이 반복된다면 단순 노화로 넘기기 어렵다.
허리도 마찬가지다. 복부를 중심으로 체중이 늘면 몸의 중심이 앞으로 쏠리고, 이를 버티기 위해 허리 주변 근육·인대가 계속 긴장한다. 디스크(추간판) 퇴행이나 척추관협착증이 있던 중장년층에서는 허리 통증, 엉덩이 통증, 다리 저림이 두드러질 수 있다. 허리디스크는 어느 날 갑자기 생긴 질환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노화와 반복 하중, 근력 저하, 생활습관이 겹치며 증상이 겉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김 병원장은 "체중이 늘었다고 곧바로 디스크가 생긴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미 약해진 디스크와 척추관절에는 분명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며 "허리 통증이 엉덩이와 다리 저림으로 이어지거나, 오래 걸으면 다리가 무겁고 쉬면 나아지는 양상이 있으면 검사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관절에도 통증이 생길 수 있다. 고관절은 골반과 다리를 연결하는 큰 관절로, 걷기와 방향 전환, 앉았다 일어서기 동작에 관여한다. 체중이 늘면 고관절 주변 근육이 더 많은 일을 해야 하고, 관절 연골에도 부담이 쌓인다. 사타구니 안쪽 통증, 엉덩이 깊은 곳의 묵직한 통증, 양말을 신거나 다리를 꼬는 동작이 불편해지는 변화가 있다면 고관절을 점검해야 한다.

중장년 이후 비만 관리는 '빨리 빼는 것'보다 '관절을 지키며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무릎이 아픈 상태에서 갑자기 등산, 계단 오르기, 달리기를 시작하면 통증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체중 감량을 결심했다면 걷기, 실내 자전거, 수중운동처럼 관절 충격이 비교적 적은 운동부터 시작하는 게 안전하다. 운동 시간도 처음부터 길게 잡기보다 통증 반응을 보며 천천히 늘리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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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관리도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고령층은 무리하게 굶으면 지방보다 근육이 먼저 줄 수 있다. 근육이 줄면 무릎과 허리를 잡아주는 힘이 약해지고 낙상 위험도 커진다. 끼니를 거르기보다 단백질 식품, 채소, 통곡물 위주로 식사를 바꾸고, 야식·단 음료·빵·과자처럼 체중을 빠르게 늘리는 음식을 줄이는 방식이 필요하다. 고혈압·당뇨병·콩팥질환이 있다면 식단·운동은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는 게 안전하다.
김 병원장은 "중장년 체중 관리는 숫자만 낮추는 다이어트가 아니라 움직일 수 있는 몸을 지키는 과정"이라며 "근육을 잃지 않으면서 체중을 낮춰야 무릎·허리 통증 관리에도 도움 된다"고 강조했다.
자녀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부모 세대는 통증을 참고 넘기는 데 익숙하다. "나이 들어서 그렇다", "파스 붙이면 괜찮다", "며칠 쉬면 낫는다"고 말하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적잖아서다. 부모가 최근 체중이 늘었는지, 걷는 속도가 느려졌는지, 계단을 피하는지, 의자에서 일어날 때 손을 짚는지, 다리를 절거나 한쪽으로 몸을 기울여 걷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런 변화는 무릎·허리·고관절 통증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
무릎이 붓거나 열감이 있는 경우, 허리 통증과 함께 다리 저림이 반복되는 경우, 고관절 통증 때문에 보행이 달라진 경우에는 담당과 전문의 방문을 미루지 않는 게 좋다. 갑자기 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감각 이상이 심해지고, 대소변 조절 문제가 생기거나, 발열을 동반한 관절 통증이 나타난다면 서둘러 진료받아야 한다.
김 병원장은 "통증이 생겼을 때 체중 때문이라고만 생각해 방치하는 것도 문제이고, 반대로 체중은 전혀 보지 않고 주사나 약만 반복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통증의 원인을 검사로 확인하고, 관절 상태에 맞춰 체중 관리와 치료 계획을 함께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