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전기는 셀프로[MT시평/김희성]

데이터센터 전기는 셀프로[MT시평/김희성]

김희성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 의장
2026.06.25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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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g Your Own Power(BYOP).' 쓸 전기는 각자 알아서 마련하라는 뜻이다. 손님이 마실 술을 직접 챙겨오는 파티, 'BYOB(Bring Your Own Bottle)'를 빗댄 신조어다. 전력망에 플러그만 꽂으면 되던 시대가 저물고, AI 데이터센터가 제 쓸 전기를 스스로 마련하기 시작했다. 미국 일부 주에선 대형 소비자에게 자체 전원 확보를 요구하는 법안까지 나왔다.

폭증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할 해법으로 다들 거대한 발전소부터 떠올린다. SMR, 대형 원전, LNG. 그러나 원전은 짓는 데 십수 년이 걸리고, 소형모듈원전(SMR)은 아직 상업화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LNG는 당장 지을 수 있지만 온실가스를 그대로 배출한다. 풍력도 입지가 만만치 않다. 지금 당장, 그것도 깨끗하게 늘릴 수 있는 발전원은 결국 태양광이다. 그리고 그 간헐성을 메우는 짝이 배터리다.

하지만 발전 부지를 갖췄다고 끝이 아니다. 진짜 관문은 그 전기를 수요지까지 잇는 '계통'이다. 미국은 전력설비 자체가 부족해 접속이 수년씩 늦어지지만, 한국의 병목은 다르다. 비수도권에서 만든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낼 송전망이 포화 상태다. 수도권 계통은 이미 한계여서, 신규 데이터센터의 접속은 사실상 막혀 있다.

흔히 나오는 답은 '재생에너지 풍부한 곳에 대규모 태양광을 깔고 그 옆에 데이터센터를 세우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땅이 넓고 값싼 미국에서나 통한다. 국내 데이터센터의 약 80%가 수도권에 몰린 데는 이유가 있다. 이용자와 기업 고객, 통신망과 인력이 모두 그곳에 있고, 실시간 서비스일수록 서버가 멀면 지연(레이턴시)이 커진다. 부하(負荷)는 행정명령으로 옮겨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만의 답은 어디서 찾을까. AI 데이터센터는 거대할 뿐 아니라 출렁임이 극심한 부하다. 수많은 GPU가 일제히 연산했다 멈추기를 반복하며 전력 수요가 순식간에 요동치는데, 한전이 이를 감당할 새 기술기준을 만들 만큼 까다롭다. 실마리는 이 부하를 빠른 배터리(BESS)와 묶어 '유연한 부하'로 다듬는 것이다. BESS가 순간의 변동을 흡수하고 계통이 붐비는 시간엔 저장 전력을 풀면, 한전은 안정적이고 낮아진 부하만 마주한다. 과도한 설비로 변동성을 떠받치기보다 빠르고 경제적이며, 정전 땐 UPS처럼 비상전원까지 된다.

이때 데이터센터는 수동적 소비자에서, 제 부하를 스스로 조절하는 '그리드 파트너'로 올라선다. 여기에 태양광 PPA를 더하면 RE100이라는 숙제까지 함께 풀 수 있다. BYOP의 본질은 전력망과의 결별이 아니라, 줄 서서 기다리는 대신 스스로 해법의 일부가 되는 데 있다.

물론 이 길도 간단치 않다. 배터리 용량부터 보상 체계, 접속 규칙까지 따질 게 많고, 한 부처가 답을 낼 문제도 아니다. 중요한 건 미국 방식을 그대로 베끼는 게 아니라, 우리 한계를 직시하며 '한국형 BYOP'를 함께 설계하는 일이다. 전력당국과 한전, 데이터센터·발전·배터리 업계가 머리를 맞대, '안 된다'를 되풀이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유연하게 받아낼까'를 파고들어야 한다. 거대한 발전소가 완성될 그날만 기다릴 수는 없다.

김희성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 의장
김희성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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