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권은 진화하는데..생기잃은 한국영화[딥포인트/배성민]

취권은 진화하는데..생기잃은 한국영화[딥포인트/배성민]

배성민 논설위원
2026.07.09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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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 현역 위안허핑,신무협·헐리우드 도전
한국은 영화감독 데뷔 험난..노장도 기피
OTT분담금 기금 등 제작환경 개선돼야

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을 연출한 원화평 감독(사진 오른쪽)의 초기 대표작인 1978년 영화 '취권' 포스터(왼쪽)/사진=배성민 기자, AMDB
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을 연출한 원화평 감독(사진 오른쪽)의 초기 대표작인 1978년 영화 '취권' 포스터(왼쪽)/사진=배성민 기자, AMDB

그의 영화를 즐겨보곤 했지만 매니아는 아니었다. 30주년을 맞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개막작으로 무협영화 '표인: 풍기대막'을 들고온 홍콩의 원화평(위안허핑) 감독 얘기다. 50여년간 영화제작 현장에서 그는 여전히 현역인데 비해 노장은 물론이고 신예 감독은 더 찾기 힘든 한국 영화와 콘텐츠업계의 현실을 돌아볼까 한다.

지난 수십년간 영화관과 OTT에서 그가 감독(무술감독 포함)한 영화 취권, 황비홍 시리즈, 매트릭스, 킬빌 등을 계속 봤지만 '올해 위안 감독 나이가 어떻게 되지' 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위안 감독을 국내 영화계와 연결지어 처음 생각하게 된 것은 2018년 부산국제영화제 때였다.

당시 위안 감독은 폐막작 '엽문 외전' 연출을 맡아 방한했고 그와 1945년 동갑내기인 한국의 이장호 감독은 과거의 업적으로 영화제 기간 동안 회고전이 열렸다. 흥행작이자 문제작이었던 '별들의 고향', '바람불어 좋은 날', '외인구단' 등으로 1970 ~ 90년대를 관통한 이장호 감독의 후속작이 나오기를 응원하고 싶었다. 위안 감독이 다시 대작을 들고 올 수 있을지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 사이 이장호 감독이 다큐멘터리 한편을 내놓은 반면 8년 뒤인 지난 3일 부천영화제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만난 81세의 위안 감독은 당장 '레디 액션'을 외칠수 있을 정도로 활기찼다. 이번 연출작의 배경은 기본 온도가 40도 이상인 사막이라면서 "어떨 땐 체감 온도가 60도를 넘어 계란프라이를 할 수 있을 만큼 더웠다"고 했다.

그의 영화는 컴퓨터그래픽(CG)이나 인공지능(AI) 사용을 최소화하거나 아예 빼버려 날것 그대로다. 1978년작 '취권'에서 코믹액션을 도입했던 것처럼 CG로 분칠한 현재 주류격인 판타지 무협 영화와도 뚜렷이 차별화된다. 상체를 뒤로 젖혀 총알을 피하는 '매트릭스'와 흔들리는 대나무숲에서 펼쳐지는 '와호장룡'의 시그니처 장면은 위안감독표 와이어 액션이 헐리우드의 CG와 성공적으로 결합된 경우다. 그로서는 차별화든 합작이든 도전을 멈추지 않았던 것이다.

위안 감독은 '한국의 이병헌이나 한국 영화 제작자와 작업하고 싶다'며 한국과의 인연도 언급했다. 실제로 취권에서 성룡(청룽)의 대결상대 중 하나로 한국 배우(황정리)를 캐스팅했던 그는 무술 발차기가 능한 한국 배우들에 대한 기억도 떠올렸다.

위안 감독의 활력과 달리 현재 한국영화는 얼어붙어 있다. 극장을 찾는 이들이 줄면서 이미 제작된 작품의 개봉도 미뤄졌고 투자자들도 OTT 시리즈물 제작으로 대거 옮겨간 상태다. 노장 감독들은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자본의 낙점을 받지 못해 기회를 잃고 있고 리스크를 극도로 꺼리는 투자 환경 속에서 신인 감독의 독창적인 기획안은 서랍과 캐비넷 속에 잠들어 있을지 모른다. 중소 규모 영화의 투자·제작 지원을 늘리고 OTT 분담금을 재원으로 하는 영화발전기금 확충 등 대안이 시급하다.

'NEW ERA(새로운 시대)'라는 부천영화제 슬로건처럼 이전과 다른 다행스러운 흔적도 발견했다. 지난해까지 10년 가까이 부천영화제 조직위원장을 맡았던 정지영 감독은 올해 '내 이름은'을 극장에 걸었다. 1980년대 초반부터 40년 이상 '남부군', '하얀전쟁', '소년들' 등 굵직한 작품을 연출해온 정 감독은 위안 감독보다 한 살 어리다. 우리 중견 감독들도 회고전보다 개봉작으로 관객들을 만날 수 있다는 증거기도 하다.

'연출에는 나이가 없어 아직 그만둘 생각이 없다'는 위안 감독은 후배들을 격려할 말을 달라고 주문하자 "좋은 대본으로 사전 작업을 철저히 준비해 둬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적은 예산으로 연출해 큰 수익을 못 내더라도 (계속) 도전하면 더 큰 작품 연출에 나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흔한 말이지만 50년째 현역감독인 그의 조언(준비와 도전)대로 국내에서도 신예 감독의 데뷔작이 끊이지 않길 기대해 본다.

배성민,논설워원,딥포인트,컬러컷 /사진=임종철
배성민,논설워원,딥포인트,컬러컷 /사진=임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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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민 논설위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배성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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