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3일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를 주재한다. 이에 앞서 이번 주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 재정경제부가 공개토론회를 열어 전문가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토론회는 공급, 금융, 세제를 주제로 한다는 계획이지만 세금에 방점이 찍힐 가능성이 크다. 이 대통령은 최근 엑스(X)에 부동산 토론회와 관련해 각 부처와 청와대 참모진이 주요 쟁점을 사전 공지하도록 지시하겠다면서 거래세와 보유세를 쟁점으로 들었다. 사실상 토론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이번 토론회를 8월 초 세제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요식 행위로 치러서는 안 된다.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의견을 짜 맞추는 토론회는 시장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문제의 원인을 외면한 채 수요억제만을 해법으로 고집한다면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할 뿐이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네 차례에 걸쳐 굵직한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집값 안정과 주거비 부담 완화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73주 연속 상승했고 전세난과 월세 급등으로 서민의 주거비 부담은 커졌다. 대출 축소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규제지역 확대 등의 대책은 매물 잠김 현상만 초래했다.
정작 초점을 둬야 할 곳은 공급이었다.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1만 8880세대로 전년 대비 41.7% 감소하고, 내년 입주 예정 물량은 1만3019세대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90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인허가와 착공이 급감해 향후 몇 년간 신축 품귀는 피할 수 없다. 공급 확대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지 못한 정책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내집마련 문턱이 높아지고 세금 부담은 임차인에게 전가돼 실수요자나 세입자의 고통이 심해질 뿐이다.
그동안 정책이 왜 시장에서 기대한 효과를 끌어내지 못했는지 냉정한 평가와 반성이 없는 토론회는 불필요하다. 토론회의 출발점은 공급 없이는 시장을 안정시킬 수 없다는 사실부터 인정하는 것이어야 한다. 정해진 각본대로 세제 강화 명분만 쌓는 자리가 된다면 주거 안정은 요원하고 국민의 주거 고통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인허가 규제를 과감히 풀고 민간 정비사업을 활성화하는 등 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릴 실질적인 해법을 찾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