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력·중대·반복범죄에 한해 촉법소년 연령 하한 기준을 낮추는 방안이 국무회의에 정식으로 보고되자 법조계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강력·중대 범죄 기준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후폭풍이 클 수 있다는 전망 탓이다.
성평등가족부는 14일 국무회의에서 현행 촉법소년 연령 기준(14세 미만)을 강력·중대·반복 범죄에 한해 연령 13세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는 안건을 보고했다.
다만 강력·중대·반복 범죄의 명확한 기준을 발표하진 않았다. 조만간 기준을 두고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강력·중대범죄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하면 되긴 한다"고 말했다.
그간 법조계에서는 같은 나이임에도 저지른 범죄의 종류에 따라 형사미성년자 여부를 가르는 것은 위헌 요소가 있다는 우려가 끊이질 않았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비슷한 문제를 제기했다.
관련해 소년법 전문 조기현 변호사는 "만약 아이들이 거액의 돈을 다루는 조직범죄를 저지르면 촉법소년 기준을 적용받고, 경미한 성범죄를 저질렀을 때는 형사처벌이 가능하게 된다면 이는 평등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논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강력·중대·반복 범죄의 기준이 지나치게 넓어질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특히 딥페이크·디지털 성범죄가 강력·중대·반복 범죄로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이미 경미한 수준의 딥페이크·디지털 성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상황에서 예상보다 많은 청소년에게 범죄자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것이다.
배상균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준을 세우는 과정에서 디지털 성범죄·딥페이크 등을 중대 범죄에 포함해야 할지에 대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이런 것까지 포함을 하면 요즘 아이들이 중대 범죄를 저지르기 너무 쉬운 환경에 노출된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청소년들 사이 딥페이크 소지 및 유포 범죄가 늘고 있는 상태다.
배 연구위원은 또 "앞으로 수사기관이 범죄의 경중을 구분하겠지만 수사선상에 오른 것 자체로 낙인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며 "아이들이 범죄에 휘말리는 경우를 일관된 기준 아래서 구별할 수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촉법소년 연령 하한 논의에서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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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성 법무법인 율우 변호사는 "촉법소년 연령대에서 늘어나는 성폭력의 대부분은 디지털 아니면 경미한 수준의 강제추행"이라며 "특히 학폭과 같이 늘어난 부분이 많다"고 했다. 그는 "남자아이들끼리 가볍게 건드는 것 등의 신체적 접촉도 전부 성폭력으로 규율될 수 있다"며 "경미한 수준도 성폭력·학폭으로 문제삼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이 밖에 반복범죄를 잡아내는 방법도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행법상 촉법소년의 기록은 3년간 남는데 촉법소년의 기준인 10세 이상 14세 미만 기간동안 드러나지 않는 반복범죄가 생길 수 있는 탓이다.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3년 내 반복범죄를 했을 경우 실무적으로는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던 이유다.
이처럼 촉법소년과 관련한 제도적 변화에 따른 각종 변수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심도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형사미성년자 연령은 아동의 정신적 발달에 따라 정한 것"이라며 "법조인·시민들 외에도 각계 전문가들, 특히 소아정신과 의사들의 의견이 중요하게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아동·청소년의 특수성을 반영해 신중하고 꼼꼼하게 결정해야 할 문제"라며 "촉법소년들은 정말 교화되는 아이들도 있는데 전과를 남기면 악영향이 갈 수도 있다"고 했다.
한편 현행법상 촉법소년은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미성년자를 의미한다. 형법 제9조에 따르면 14세가 되지 않은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 촉법소년은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은 불가능하고 소년법상 보호처분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