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헤지펀드가 부실채권으로 12조원을 버는 법

시카고 헤지펀드가 부실채권으로 12조원을 버는 법

반준환 기자
2026.07.1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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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준환의 미국 스몰캡(32)]헤지펀드 JHL캐피탈의 창업자 제임스 리틴스키의 성공스토리 (MP머티리얼즈 2/2)

[편집자주] 숫자 뒤 스토리를 읽어야 진짜 투자가 보입니다. 한국주식도 미국 스몰캡 생태계를 알면 α를 낼 수 있습니다. 기술의 언어를 투자의 언어로 풀어내는 전문기자와 글로벌 특화분석 원리서치의 투자 나침반으로 여러분을 안내하겠습니다. 반보(半步)만 앞서면 남들이 모르는 길이 보일겁니다. 난해한 기술주 투자, 이제 쉽고 재미있게 즐겨보세요.

2010년 중국이 센카쿠 열도 분쟁을 계기로 희토류 수출을 조이면서 세계는 첫 희토류 자원전쟁을 겪었다. 일본으로 가는 물량이 끊기고 전 세계 수출 쿼터가 40%가량 줄자 국제 희토류 가격은 품목에 따라 10배, 많게는 20배 넘게 치솟았다. 이런 추세가 장기화될 것으로 본 기업들이 너도나도 광산 개발에 뛰어들었다. 당시 미국 유일의 희토류 광산인 마운틴패스를 되살리겠다며 뉴욕증시에 상장한 몰리코프의 주가가 1년도 안 돼 5배가 된 것이 이 광풍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희토류 광산 전성시대는 불과 2~3년 만에 허무하게 끝났다. 중국이 공급을 다시 풀었기 때문이다. 가격 폭등이 이어지면 스마트폰, 전기차, 풍력 같은 전방 산업이 희토류 사용량을 줄이고 대체 기술을 찾아 나서게 되는데, 이는 시장을 통째로 쥔 중국에도 남는 장사가 아니었다. 여기에 2014년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전에서 중국이 패소하며 수출 쿼터마저 폐지 수순을 밟자 희토류 가격은 폭등하던 속도만큼 빠르게 주저앉았다.

뒤늦게 뛰어든 광산 개발 기업들은 대부분 부도를 맞거나 헐값에 팔려나갔다. 마운틴패스 광산을 운영하던 몰리코프도 그중 하나였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차로 한 시간,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에 있는 이 광산은 광석 품위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자산이었다. 몰리코프는 광산 현대화에 2조1000억원(15억달러, 환율 1400원 기준)을 쏟아부었지만 가격 폭락을 버티지 못했고, 2015년 2조4000억원(17억달러)의 빚을 안고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회사가 발행한 채권은 부실채권이 돼 시장에 헐값으로 굴러다녔다.

이 빚문서를 조용히 주워 담은 사람이 있었다. 시카고 헤지펀드 JHL캐피탈의 창업자 제임스 리틴스키다. 지질학도, 금속공학도 배운 적 없는 그의 전공은 망해가는 회사의 채권을 헐값에 사 모으는 부실채권 투자였다. 리틴스키는 2년 뒤 파산 경매에서 이 광산을 단돈 287억원(2050만달러)에 손에 넣었고, 8년 뒤에는 미국 국방부가 이 회사의 최대주주로 들어온다. 희토류 기업 MP머티리얼즈의 탄생 스토리다.

리틴스키는 1978년생으로 예일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노스웨스턴대에서 법학박사와 경영학석사를 동시에 받았다. 투자회사 포트리스그룹에서 경력을 쌓은 뒤 2006년 시카고에서 헤지펀드 JHL캐피탈을 세웠다. 종잣돈은 시카고 부동산 큰손 저드 맬킨이 댄 154억원(1100만달러)이었다.

부실채권 투자는 셈법이 독특한 장사다. 파산 위기에 몰린 기업의 채권을 액면가보다 훨씬 싸게 사들인 뒤, 회사가 살아나면 이자와 원금으로, 청산되면 담보 자산으로 돈을 버는 구조다. 핵심은 남들이 공포에 던질 때 자산의 실제 가치를 계산해내는 눈이다. 리틴스키의 눈은 정확했다. JHL캐피탈은 2006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23.4%의 수익률을 올렸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 상승률(9.5%)의 두 배가 넘는다. 운용자산은 한때 2조8000억원(20억달러)까지 불었고, '가치투자의 전설' 세스 클라먼과 레온 쿠퍼먼, 배리 스턴리크트 같은 월가 거물들이 그의 펀드에 돈을 맡겼다.

리틴스키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몰리코프가 무너지기 직전인 2014년부터다. 그는 몰리코프의 부실채권을 약 560억원(4000만달러)어치 사들였고, 2015년에는 광산을 직접 찾아가 확신을 굳혔다. 미국에 단 하나뿐인 희토류 광산이, 새로 지으려면 조 단위가 드는 설비를 갖춘 채 헐값에 굴러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포브스 인터뷰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산을, 대체비용보다 싸게, 사이클의 바닥에서 살 수 있다면 행운은 알아서 찾아온다"고 말했다.

2017년 6월 파산 경매에서 리틴스키는 승부수를 던졌다. 현금 대신 손에 쥔 4200억원(3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경매 대금으로 치르는 '크레딧 비드'였다. 빚 받을 권리로 광산 값을 치른 셈이다. 낙찰가는 287억원. 전 주인이 현대화에 쏟아부은 돈의 100분의 1 남짓한 값에 광산을 통째로 가져간 것이다.

다만 폐광을 다시 돌리려면 운영 자금이 필요했다. 그 돈을 댄 곳이 공교롭게도 중국 희토류 기업 성허자원이었다. 성허는 700억원(5000만달러) 규모의 정광 선구매 계약으로 재가동을 도왔고, 마운틴패스에서 캔 광석은 배에 실려 중국으로 팔려 나갔다. 정제 기술이 없던 초기 MP로서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미국의 전략광산이 중국 자본으로 되살아나 중국에 원료를 대는, 뒤틀린 구조로 출발한 것이다. 훗날 탈중국의 선봉에 서는 회사의 첫 단추가 정작 중국 돈이었다는 사실은 산업의 역설을 그대로 보여준다.

리틴스키는 이 구조가 오래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광석을 캐서 파는 사업은 가격 사이클에 실적이 통째로 출렁이고, 그 사이클의 결정권을 중국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곧 공동창업자 마이클 로젠탈 최고운영책임자(COO)와 함께 세운 계획을 실행한다. 정광 생산(1단계)에서 출발해 분리·정제(2단계), 금속·자석 제조(3단계)까지 부가가치 사다리를 미국 안에서 완성하는 그림이다.

자금은 시장에서 조달했다. 2020년 11월 스팩 합병으로 뉴욕증시에 상장하며 7630억원(5억4500만달러)을 손에 쥐었고, 마침 2021~2022년 희토류 가격 급등기가 겹치며 회사는 연 매출 7390억원(5억2800만달러), 순이익 4050억원(2억8900만달러)을 벌어들였다. 리틴스키는 이 호황기 현금을 배당이 아니라 텍사스 자석공장과 정제 설비에 쏟아부었다. 이후 가격이 폭락하며 실적은 다시 적자로 곤두박질쳤지만, 그 사이 지어둔 설비들이 2023년 정제, 2025년 금속과 자석 양산으로 차례차례 열매를 맺었다. 사이클 바닥에서 자산을 사고, 꼭대기에서 번 돈으로 다음 단계를 준비한 셈이다.

결정적으로 2025년 7월 미 국방부가 5600억원(4억달러) 규모의 전환우선주를 인수하며 MP의 최대주주(지분 약 15%)로 올라서면서 회사의 진로가 확실해졌다. 국방부는 핵심 원료 NdPr 가격을 10년간 ㎏당 15만4000원(110달러)으로 보장하고, 새 자석공장 물량 전량을 사주기로 한 파격적인 조건으로 투자했다. 발표 후 주가는 150% 넘게 치솟았고, 닷새 뒤에는 애플이 7000억원(5억달러) 규모의 재활용 자석 공급계약을 들고 왔다.

포브스는 지난해 8월 리틴스키를 새로운 억만장자로 공식 집계했다. 순자산 약 1조7000억원(12억달러), 이 가운데 대부분이 약 8%에 달하는 MP 지분이다. 10년 전 사막의 폐광 앞에 섰던 채권쟁이는, 미국 정부가 대주주로 모셔간 국가 전략기업의 오너가 됐다.

리틴스키의 일대기는 사이클 산업의 바닥에서 세계급 자산을 주운 고전적 가치투자의 힘, 그리고 투자한 자산가치를 국가 인프라 차원으로 발전시키는 추진력이었다.

반준환의_미국 스몰캡 컷
반준환의_미국 스몰캡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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