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 더럽게 왔다 갔다 하네"...임산부석 찾다 '설움 폭발'

"거 더럽게 왔다 갔다 하네"...임산부석 찾다 '설움 폭발'

남형도 기자
2026.07.2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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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6주 초기임산부 하소연…임산부들 "비워두지 않으면 못 앉아"

지난 4월28일 오후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광화문역 구간 열차 안에 임산부 배려석이 비워져 있다./시진=뉴시스
지난 4월28일 오후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광화문역 구간 열차 안에 임산부 배려석이 비워져 있다./시진=뉴시스

22일 오전 스레드엔 임신 6주차라는 한 임산부의 하소연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이날 지하철에 탑승해 임산부 배려석에 앉으려 했다. 그러나 대부분 할머니들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밤새 입덧이 심해 괴로운 초기 임산부였다. 상대적으로 한적할 거라 생각해 맨 끝 열차칸으로 갔다가, 자리가 없어 다시 옆 칸으로 갔다.

어떻게든 앉아 가고 싶어 자릴 찾아 헤맬 때 한 아저씨가 그에게 말했다.

"거 더럽게 왔다갔다거리네."

작성자는 "속이 울렁거려서 땅바닥에 주저앉을 것 같아 그런 건데 욕까지 들어야하느냐"며 속상하다고 하소연했다.

평소 비워두는 것에 대한 '딜레마'
지하철 임산부석을 배려의 영역으로 뒀을 때 실제 양보 받기 힘든 상황을 이미지로 만든 모습./사진=구글 제미나이 AI 생성
지하철 임산부석을 배려의 영역으로 뒀을 때 실제 양보 받기 힘든 상황을 이미지로 만든 모습./사진=구글 제미나이 AI 생성

지하철 임산부석을 둘러싼 고질적 문제다. 임산부만 이용하도록 분홍색으로 색칠하고, 엠블럼을 달아도 꽉 찬 만원 지하철이 되면 누군가 앉게 되는 것. 그럴 경우 임산부가 앉을 확률이 극히 떨어진다.

직장인이자 임신 20주차인 손민지씨(33)가 겪은 일도 비슷했다.

퇴근길에 광화문역에서 지하철 5호선을 타는데, 이미 꽉 찬 상태로 오기 일쑤란다. 실낱 같은 희망을 품고 임산부석에 서보지만, 앉은 이는 대부분 바라보지도 않았다고.

손씨는 "어르신들은 잠자는 경우가 많고, 그외엔 핸드폰을 보느라 앞을 아예 안 본다"며 "말 그대로 배려석이긴 하지만 솔직히 힘들어서 너무 앉아 가고 싶을 때가 많다"고 했다.

지난달 22일 유튜브 영상엔 한 남성이 신발을 벗고 임산부석에서 다릴 쭉 뻗는 모습이 담겼다/사진=유튜브 '킹받쥬'
지난달 22일 유튜브 영상엔 한 남성이 신발을 벗고 임산부석에서 다릴 쭉 뻗는 모습이 담겼다/사진=유튜브 '킹받쥬'

그러나 임산부가 타지 않을 때도 비워두는 것에 대해선 찬반 양론이 존재한다. 서울대학교 게시판엔 '임산부석 비워두기'가 잘못된 전략이란 글도 지난해 올라왔었다. 비워두자고 하면 양보할 생각조차 없는 이가 앉을 확률이 높단 거였다.

이에 대한 시민들 생각은 어떨까.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월 조사한 결과, 응답자 49%가 '평소 임산부 배려석을 비워두자'는데 찬성했다. 양보해야 한단 의견은 전체 38%였다.

"도입 시급" 찬사 받은, 어느 중학생의 '임산부석 아이디어'
임산부임을 인증해야만 좌석이 내려오는 방식을 시연한 영상./사진=X
임산부임을 인증해야만 좌석이 내려오는 방식을 시연한 영상./사진=X

갈등을 덜어줄 대안이 될만한 아이디어도 계속 나오고 있다.

2022년 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던 권민서양의 임산부석 아이디어는 최근까지도 유튜브에서 화제가 됐다. 도입이 시급하단 반응이 많았다. 이른바 '접이식 임산부석'이다.

평소엔 임산부석 의자를 접어두었다가, 단말기로 임산부 인증을 하면 자동으로 펼쳐지게 하자는 것. 양보해달라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되고, 자릴 비워둘지 말지에 대한 논쟁도 불식시킬 수 있단 것이다.

2년 뒤인 2024년엔 서울시 정책 제안 사이트에 '카드를 태그하고 임산부석에 앉게 하자'는 아이디어가 실제 올라오기도 했다.

이에 서울시는 "착석 대상을 강제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어 성별 갈등이나 세대 갈등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인식 개선쪽으로 꾸준히 무게를 두겠단 취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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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형도 기자

쓰레기를 치우는 아주머니께서 쓰레기통에 앉아 쉬시는 걸 보고 기자가 됐습니다. 시선에서 소외된 곳을 크게 떠들어 작은 변화라도 만들겠다면서요. 8년이 지난 지금도 그 마음 간직하려 노력합니다. 좋은 제보 언제든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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