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관에만 적고 설명 안한 대가…보험사들 보험금 수백억 물어냈다

약관에만 적고 설명 안한 대가…보험사들 보험금 수백억 물어냈다

이창명 기자
2026.08.19 14:44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메리츠화재 292억원 추가 지급…삼성·현대·DB·KB도 수백억원 부담

전이암 보험금 지급기준/그래픽=윤선정
전이암 보험금 지급기준/그래픽=윤선정

갑상선암 등 소액암이 다른 부위로 전이됐을 때 일반암에 해당하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의 여파로 보험사들이 수백억원 규모의 보험금을 추가 지급했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대법원 판례와 금융당국 권고에 따라 갑상선 림프절 전이암 지급기준이 일반암으로 변경돼 292억원의 보험금을 지급했다. 이에 따라 손해율은 1.1%포인트(P) 상승했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주요 손보사들도 이와 관련해 100억~300억원의 보험금을 추가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상반기부터 과거 계약에 대한 추가 보험금 지급이 본격화됐지만 보험사별 부담 규모에는 차이가 있으며, 아직 회계상 반영하지 않은 보험사도 있다.

보험사들은 그동안 약관에 '암의 진단 및 보험금 지급은 원발부위를 기준으로 한다'는 내용을 두고 갑상선에서 발생한 암이 다른 부위로 전이됐더라도 갑상선암에 해당하는 소액의 보험금을 지급해왔다. 하지만 해당 내용을 상품설명 과정에서 충분히 안내하지 않았다면 일반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소액암이냐 일반암이냐에 따라 보험사의 부담은 크게 달라진다. 갑상선암 보험금은 보통 500만~1000만원 수준이지만 일반암 진단보험금은 5000만원 수준이다. 갑상선암 보험금이 1000만원인 상품이라면 기존에는 전이된 경우에도 1000만원만 지급했지만,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은 계약이라면 일반암 보험금인 5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이미 1000만원을 지급했다면 보험사는 4000만원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대법원은 지난해 3월 갑상선암이 림프절로 전이된 가입자가 일반암 보험금을 청구한 사건에서 보험사의 설명의무를 인정했다. 앞서 보험사의 주장대로 원발암을 기준으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본 원심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약관에 관련 기준을 명시했더라도 상품설명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면 해당 조항을 계약 내용으로 주장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보험금 지급액과 보장범위를 결정하는 '원발부위 기준 분류조항'은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인 만큼 보험사가 이를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했어야 한다는 취지다.

일부 보험사들은 대법원 판단이 나오기 전부터 관련 상품설명서를 손질했다. 약관에 관련 내용을 기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갑상선암 등 소액암이 다른 부위로 전이됐을 경우 보험금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상품설명서에서 보다 명확하게 안내하는 방식이다. 손보사들은 수백억원의 추가 보험금을 지급하는 비용을 치른 뒤 상품설명과 모집 과정에서도 핵심 보장내용과 제한사항을 보다 명확하게 안내하는 방향으로 판매 절차를 바꾸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약관에 관련 내용이 명시돼 있으면 이를 근거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며 "대법원 판결 이후에는 약관뿐 아니라 가입 과정에서 소비자가 핵심 내용을 실제로 설명받았는지가 중요해졌고 보험사들도 모두 상품설명에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창명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이창명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