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현금흐름 50% 이상 주주환원 결정...3분기 실적발표 때 추가 환원 계획 발표

SK하이닉스가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소각이라는 역대급 주주환원 카드를 꺼냈다. AI(인공지능) 메모리 호황으로 불과 3개월 만에 순현금이 34조원 넘게 늘면서 대규모 투자와 재무건전성 확보, 주주환원을 동시에 추진할 여력이 생겼다. '투자 우선'에서 '투자와 주주환원'을 병행하는 방향으로 자본 배분의 무게 중심이 이동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하이닉스는 19일 이사회를 열고 40조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소각과 함께 주주환원 규모를 기존 '누적 잉여현금흐름(FCF)의 50% 범위 내'에서 '50%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자기주식 취득·소각과 현금배당을 병행하고 고정배당과 특별배당 등을 포함한 배당 확대 방안도 검토한다. 3분기 실적발표 시점에 맞춰 추가 주주환원 계획도 발표할 예정이다.
40조원은 국내 상장사의 자기주식 소각 사례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 3월 삼성전자가 '2025년 사업보고서'를 통해 올해 상반기 16조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밝힌 것과 비교해도 2배가 넘는다. 대규모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가 저평가 국면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의 주주환원 여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SK하이닉스의 FCF를 약 180조원으로 추정했다. 단순 계산으로 이 가운데 50%만 환원하더라도 90조원에 달한다. 이번에 환원 기준을 '50% 이상'으로 높인 만큼 향후 실적과 현금흐름에 따라 주주환원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역대급 주주환원 결정의 배경에는 AI 메모리 호황으로 급격히 불어난 현금이 있다. 당초 SK하이닉스는 순현금 100조원 이상을 재무건전성 목표로 제시하고 단기적인 주주환원보다는 안정적인 재무구조 확보와 미래 사업 투자를 우선했다. 지난 1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지금은 창출되는 현금을 사업에 재투자하는 것이 가장 좋은 자본 활용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현금이 쌓이면서 3개월 만에 셈법이 달라졌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에만 98조152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지난 1분기 말 35조원이던 순현금은 2분기 말 69조4000억원으로 3개월 만에 34조원 넘게 증가했다.
이 같은 현금창출력이 이어진다면 순현금 100조원이라는 재무건전성 목표에도 빠르게 다가설 수 있다. 여기에 주요 고객과의 장기공급계약(LTA)을 통해 중장기 수요 가시성도 높아졌다. 투자와 생산 계획의 불확실성이 낮아지면서 장기적인 자본 배분과 주주환원을 확대할 여력이 커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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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익 규모에 비해 주주환원이 부족하다는 시장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었다. 영업이익의 10%를 직원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만큼 이익 규모에 걸맞게 주주환원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주가 하락도 부담이었다. 이날 SK하이닉스 주가는 150만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전고점인 지난 6월 22일 291만9000원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사상 최대 실적과 현금창출력에도 주가가 기업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판단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사업 경쟁력과 현금창출력, 중장기 성장성 등 회사의 내재가치가 현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2024년 11월 내놓은 주주환원 정책의 조기 이행이라는 의미도 있다. 당시 SK하이닉스는 2025~2027년 누적 FCF의 50% 범위 내에서 주주환원을 실시하되 실적 개선으로 FCF가 유의미하게 증가하면 정책 만료 이전이라도 조기 환원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AI 메모리 호황으로 당시 제시했던 조기 환원 조건이 예상보다 빠르게 충족됐다.
시장에서는 이미 지난달 2분기 실적 발표 때부터 추가 주주환원에 대한 관심이 컸다. 키옥시아 지분 매각과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발행 등으로 자금이 유입된 데다 본업에서 벌어들이는 현금도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주주환원 방식이나 규모,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여기에는 ADR 상장에 따른 정보 공개 제약이 있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7월 10일 ADR 상장 이후 25일간의 투자설명서 교부기간(Prospectus Delivery Period)이 2분기 실적 발표 시점과 겹쳤다. 공모 과정에서 공개되지 않은 새로운 중요 정보를 추가로 공개하는 데 제약이 있어 당시에는 구체적인 주주환원 방안을 설명할 수 없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실제로 당시 컨퍼런스콜에서도 SK하이닉스는 "ADR 공모 관련 규제와 절차상의 제약으로 공모 과정에서 공개되지 않은 새 중요 정보를 현시점에서 추가로 말씀드리는 데는 일정 부분 제약이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해당 기간이 이달 초 종료되자 이사회를 열어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소각과 주주환원 확대를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