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그대로, 일은 더 하자" 논쟁 활활...독일, '주40시간' 돌아가나

"월급 그대로, 일은 더 하자" 논쟁 활활...독일, '주40시간' 돌아가나

윤세미 기자
2026.09.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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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6월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엔진 공장의 조립 라인에서 한 작업자가 부품을 조립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6월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엔진 공장의 조립 라인에서 한 작업자가 부품을 조립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독일 제조업계에서 현행 주 35시간 근무제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업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주 40시간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면서다.

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독일 자동차 제조사 메르세데스-벤츠와 공구 제조업체 스틸 등 주요 제조업체 경영진들은 임금 인상 없는 주 40시간제 복귀를 촉구하면서 공개 논의를 촉발했다.

마르틴 브루더뮐러 벤츠 감독이사회 의장은 최근 한델스블라트 인터뷰에서 "국제 기준에서 독일의 노동비용은 너무 비싸고 주요 경쟁국 대비 생산성 우위도 잃었다"며 "주 40시간 근무제 복귀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 제조업의 시간당 노동비용은 49.5유로(약 7만8000원)로 유럽연합(EU)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EU 평균(33.7유로)보다 47% 높고 헝가리(15.6유로) 비교하면 3배에 달한다.

독일 노동조합이 지원하는 싱크탱크 IMK에 따르면 독일 근로자의 생산성은 동유럽보다 높지만 노동비용이 생산성보다 빠르게 증가하면서 단위노동비용 역시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생산은 줄고 비용은 늘고… 이중고에 빠진 독일 제조업

기업들이 근로시간 연장을 요구하는 배경에는 독일 제조업계의 위기감이 있다. 독일 산업생산은 2017년 말 고점을 찍은 이후 15% 넘게 감소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 중국과의 경쟁 심화, 미국 관세와 전기차 전환 움직임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생산 감소에 비해 고용 감소는 더디다는 평가다. 현재 독일 제조업계 종사자는 650만명 정도로 매달 1만2000~1만5000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베를린 AFP=뉴스1)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베를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07.15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베를린 AFP=뉴스1) 김지완 기자
(베를린 AFP=뉴스1)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베를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07.15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베를린 AFP=뉴스1) 김지완 기자

과거만 해도 독일의 정치적 안정성, 탄탄한 인프라, 숙련된 노동력, 밀집 산업 단지 등은 높은 노동비용을 상쇄하는 장점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노동비용 격차 확대로 이 같은 장점들은 빛이 바랬다. 컨설팅회사 롤랜드버거의 마커스 베레트 글로벌 총괄은 "노동비용 차이는 경쟁국에 따라 3배, 4배까지 차이가 난다"면서 "향후 독일 제조업 종사자는 500만명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쟁력 있어야 일자리도 지켜" vs "고용 불안 커져"

독일 제조업계의 주 35시간 근무제는 1984년 서독 금속노동자들의 대규모 파업을 계기로 도입된 후 10년에 걸쳐 정착됐다.

주 40시간제 복귀를 찬성하는 경제학자들은 근로시간을 늘려 단위노동비용을 낮춰야 독일 제조업의 경쟁력을 지키고, 결과적으로 일자리도 지킬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마르틴 베르딩 독일 경제전문가위원회 위원은 경기 변동에 따라 임시직을 활용하는 기존 방식만으로는 현재의 구조적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반면 독일 노조는 기업이 사정에 따라 근로시간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는 유연성을 갖고 있는 데다 일괄적으로 근무시간을 주 40시간으로 늘릴 경우 더 적은 인력으로 같은 생산량을 소화할 수 있어 고용이 줄어들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독일 제조업계의 주 40시간제 복귀안이 당장 오는 10월 노사협상 안건에 오를지는 불확실하다. 그러나 독일 제조업의 위기가 지속되는 한 근로시간을 둘러싼 논쟁은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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