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UP스토리 플러스(+)] 정동식 테라파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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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이든 일반 기업이든 리스크를 판단할 때 살펴보는 핵심 항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적용하는 기준과 숫자에 차이가 있을 뿐이죠. 관련 데이터와 판단 기준을 표준화·구조화해 두면 어떤 기관이든 필요한 값을 넣어 일관된 분석을 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이런 데이터를 찾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AI(인공지능) 에이전트 기업으로 나아가려고 합니다."
정동훈 테라파이 대표는 회사가 지향하는 방향을 이렇게 설명했다. 테라파이는 군 장교 출신인 정 대표가 2021년 설립한 프롭테크 스타트업이다. 땅을 뜻하는 '테라(Terra)'와 금융을 뜻하는 '파이(Fi)'를 합쳐 사명을 지었다. 전세사기 예방 서비스가 드물던 시기 계약 전 위험 요소를 진단하는 '세이프홈즈'를 선보였으며, 개인의 전월세 계약 위험을 살피는 서비스에서 출발해 상가 임대차 관리, 매매, 기업 부동산 관리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디노랩' 선정 기업인 테라파이는 우리은행의 원(WON)뱅킹 애플리케이션에 '전세지킴이'를 시작으로 4종의 서비스를 공급했다. 현재 △전·월세 AI지킴이 △상가오피스 AI지킴이 △부동산매매 AI진단기 △부동산 AI가이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정 대표는 "워낙 이용자가 많은 앱이라 원뱅킹을 통한 유입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올해 디캠프 오픈이노베이션 행사에서는 우리은행과 함께 우수협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경매·보증사고 데이터 활용…'보수적 회수 기준가' 산출
정 대표는 테라파이의 핵심 경쟁력으로 다양한 부동산 데이터를 처리하고 다룰 수 있는 역량을 꼽았다. 상가와 기업 부동산 임대차 관리를 위해 도입한 부동산 가치 평가 모델이 대표적이다. 시장 가격을 추정하는 자동가치산정모형(AVM)을 만드는 곳들은 많지만 문제가 터졌을 때 회수 가능한 자산 가격을 계산해주는 곳은 드물다.
테라파이는 20~30년간 축적된 경매·공매·보증사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수적 회수 기준가'를 산출해준다. AI가 추정한 가격 분포의 하위값과 예상 경매 낙찰가 중 더 낮은 금액을 기준으로 삼는다. 거래가 드물어 시세를 파악하기 어려운 건물일수록 보수적으로 평가한다. 정 대표는 "기존 서비스들은 단독주택이나 상가처럼 난도가 높은 물건은 진단하기 어렵다"며 "저희는 토지·상가·주택까지 시세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방식은 부동산 매매 진단에도 적용된다. 시세가 10억원인 아파트라도 경매에서 7억원에 낙찰될 것으로 예상된다면 회수 기준가는 7억원으로 잡는다. 이를 바탕으로 실제 매매가가 적정 범위를 크게 벗어나는지 살핀다.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한 지역을 버블지수로 보여주는 기능도 제공한다.
상가 진단에는 가격뿐 아니라 해당 장소에서 특정 업종으로 영업할 수 있는지도 파악하는 기능이 들어있다. 교육환경보호구역이나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입점할 수 없는 업종이 있기 때문이다. 업종별 용도와 인허가 조건은 물론 소음, 위반건축물 여부, 환기 등 시설 요건도 함께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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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공인중개사도 규정을 모르거나 '예전에도 같은 업종이 있었으니 괜찮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며 "드물긴 하지만 인테리어까지 마쳤는데 인허가가 나지 않아 임대차계약이 취소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최종 판단은 사람이, 나머지는 AI가"
이러한 데이터 역량을 바탕으로 테라파이는 B2B 시장에서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최근 국내 대형 유통 기업과 상가·오피스의 임대차 위험을 진단하고 관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기업마다 다른 부동산 관리 지침을 표준화해 적용하는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를 활용했다. 시중은행 한 곳과는 내부 업무에 테라파이의 판단 엔진을 연동하는 개념검증(PoC)을 진행하고 있다.
B2B 확장의 핵심 기반은 부동산 정보를 구조화하는 기술이다. 전국 건축물대장과 토지 데이터를 바탕으로 부동산 위험 요소를 연결해 분석하는 지식 그래프를 구축했다. 진단 결과도 단순한 점수 대신 '진행 가능' '조치 후 진행' '추가 확인 필요' '진행 제한' 등으로 구분하고, 판단 근거와 추가로 확인할 사항을 함께 제시한다. 진단 당시 활용한 데이터와 기준을 기록해 이후 조건이 바뀌더라도 판단 과정을 추적할 수 있도록 했다.
테라파이는 기존 서비스에서 데이터를 AI가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구조화해 왔던 경험을 살려 신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시장 동향을 파악하는 '마켓 센싱'과 생성형 AI 검색에 콘텐츠가 잘 노출되도록 돕는 GEO(생성형 엔진 최적화) 사업이 대표적이다. 정 대표는 "챗GPT나 제미나이에 '오피스텔 투룸 추천해줘'라고 물어도 매물 정보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며 "흩어진 정보를 AI가 읽을 수 있게 가공하는 기술을 여기에 그대로 적용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이 기술을 고도화해 AI 에이전트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우선 범용 AI가 다루기 어려운 국내 부동산 데이터를 경쟁력으로 삼아 금융·기업용 리스크 에이전트 시장을 선점한다는 구상이다. 정 대표는 "은행 대출 과정에서 에이전트가 '이 물건 괜찮냐'고 물으면 저희 리스크 에이전트가 근거와 함께 답하고, 그 기록이 쌓이면 감사 대응까지 가능해진다"며 "부동산을 넘어 데이터로 시장의 수요와 고객의 문제를 발견하고, AI가 판단부터 실행까지 돕는 종합 에이전트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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