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받아줄 그릇이 작다"…VC협회장이 꺼낸 '30조 코스닥펀드'

"유니콘 받아줄 그릇이 작다"…VC협회장이 꺼낸 '30조 코스닥펀드'

김진현 기자
2026.10.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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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人사이드] 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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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
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

"벤처 생태계에서 코스닥은 선순환의 길목입니다. 나스닥은 시장이 좋을 때 상장 기업 수와 규모가 크게 늘어나는데, 코스닥은 매년 100개 안팎에 머물러 있습니다. 코스닥이 살아나야 오랜 기간 공들여 키운 벤처 생태계가 무너지지 않습니다."

벤처투자 시장은 연간 10조원을 훌쩍 넘는 규모로 커졌지만 투자금을 회수할 출구는 여전히 좁다는 게 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협회(VC협회)장의 진단이다. 그는 코스닥이 상장 이후에도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시장으로 커져야 벤처 선순환이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LG벤처투자(현 LB인베스트먼트), 한화인베스트먼트 등을 거쳐 현재 퀀텀벤처스코리아 대표를 맡고 있다. 2025년 2월 협회 사상 첫 경선을 통해 제16대 VC협회장에 올랐다.

투자는 커졌는데…출구는 '바늘구멍'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벤처투자는 13조6000억원, 벤처펀드 결성액은 14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벤처투자는 8조8676억원으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였다. 반면 김 회장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코스닥 신규상장은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을 제외하면 연 80~100개 안팎, 공모금액은 2조4000억~3조원 수준에 머물렀다. 김 회장은 "나스닥은 시장이 좋으면 훨씬 더 많은 기업을 받아주는데 우리는 그릇 자체가 작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가치 1조원을 넘긴 유니콘 스타트업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지만 시장은 이를 받아줄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했다. 김 회장은 "리벨리온이나 퓨리오사AI 같은 기업이 상장 후에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글로벌 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며 "이런 큰 회사들의 주가가 상장 첫날부터 밀리면 후속 자금조달은 물론 뒤따라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산업 구조가 달라진 것도 이유로 꼽았다. 과거에는 대기업 협력업체에 투자하는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 모델이 주를 이뤄 8년 만기 펀드 안에서 기업을 키워 상장까지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딥테크 기업이 퍼스트 무버(시장 선도자)로 나서야 하는 지금은 성장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펀드 만기 안에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채 상장하는 기업이 늘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상장 이후 이들 기업을 받아줄 투자자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김 회장은 "나스닥은 기관 비중이 80% 수준이고 상장 후 투자금액이 벤처투자보다 크다"며 "수익이 나기 전에 상장한 기업이라도 누군가 바통을 이어받아 키워줘야 하는데 우리는 그 부분이 비어 있다"고 말했다.

당장은 세컨더리 펀드(기존 펀드 지분이나 보유 주식을 사들이는 펀드)가 완충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김 회장의 생각이다. 2010년대 이후 대형화된 펀드들의 만기가 2028년부터 본격 도래하는 만큼 세컨더리 펀드로 회수 시점을 늦춰 시간을 벌면서 근본적인 회수구조 개선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30조 '코스닥 활성화 펀드'로 체질 바꿔야

해법으로는 코스닥 상장사의 신주와 구주(기존 주주 보유 주식)에 투자하는 30조원 규모의 '코스닥 활성화 펀드'를 제시했다. 그는 "코스닥의 기관투자자 비중이 6%대에 그치고 개인 중심의 단기 매매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 구조로는 기업을 길러낼 수 없다"며 "코스닥 시장 규모를 키우는 것이 급선무이며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부부처 간 긴밀한 협업도 주문했다. 김 회장은 "비상장과 상장 시장을 분리해 접근할 것이 아니라 중소벤처기업부와 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가 유기적으로 연계해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코스닥 1·2부 개편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기관 자금이 1부 시장으로 쏠려 신규 상장사가 몰리는 2부 시장이 철저히 소외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시장을 나누면 서열화가 더 심해져 2부가 소외된 시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이런 구조 개편의 전제 조건은 코스닥 활성화 펀드를 통한 시장 체질 개선"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코스닥 활성화 외에도 협회 차원의 글로벌 전략으로 '크로스보더 펀드' 결성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과 대만에 동시 투자하는 펀드를 양국 운용사가 공동 운용하면 해외 LP(출자자) 유치부터 해외 투자, 해외 상장까지 단숨에 해결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그는 "청년들이 주저 없이 창업에 뛰어들고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협회가 앞장서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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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현 기자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와 벤처캐피탈, 액셀러레이터 산업 전반을 취재하며 투자·혁신 흐름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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