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은 왜 좌절하나] (上)
비정규직 43.8%인데 노오오오오력?…분노하던 20대는 왜 우울해졌나

프랑스의 거리가 분노로 들끓고 있다. 열악한 교육 환경에 반발한 고교생들의 동요로 시작된 시위는, 생활고에 직면한 청년과 서민층이 합세하며 거대한 불길로 번졌다. 정체된 구조를 향해 미래세대가 직접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그 무게감은 남다르다.
반면 한국 청년들의 저항은 다른 궤적을 그린다. 광장으로 나서는 대신 구직을 단념하고 노동시장에서 조용히 이탈한다. 생애주기의 과업인 결혼과 출산마저 유예하거나 포기한다. 부정과 분노, 타협과 우울을 반복하면서도 끝내 체념으로 내몰리는 청년들의 모습이다.
24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20대 비정규직 근로자는 134만3000명이다. 20대 전체 임금근로자 306만8000명의 10명 중 4명 이상(43.8%)이 비정규직이다. 이는 전체 연령대의 비정규직 비중(38.5%)을 상회하는 수치다.
5년 전인 2021년 전체 연령대의 비정규직 비율은 38.4%로 지금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기간 20대의 비정규직 비율은 40.0%에서 43.8%로 비교적 많이 올랐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20대 임금근로자가 38만7000명 감소하는 동안 비정규직 근로자는 23만1000명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20대 비정규직 문제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기업들의 정기 공채 폐지와 '경력직 선호' 기조가 맞물리면서 청년층은 일자리 가뭄에 노출됐다. 경력이 없어 진입하지 못하고, 진입하지 못해 경력을 쌓지 못하는 악순환의 굴레다.
취업뿐 아니라 주거의 문턱도 높다.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꿈은, 말 그대로 꿈의 영역이다. 당장 월세를 내는 것도 벅찬 청년들이 많다. 2023년을 기준으로 월소득 대비 월세 비율이 30%를 초과하는 청년가구는 31.6%다. 전체 평균(15.8%)의 2배 이상이다.
암울한 현실에 분노하던 청년들은 현실과 눈높이를 낮추고 가상자산 투자 등 대안을 모색하며 사적 타협을 시도하지만, 만족스럽지 않은 현실에 좌절한다. 좌절은 다시 우울로 이어지고, 우울은 '쉬었음' 인구와 같은 노동시장의 배제로 연결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한국 청년이 좌절을 표출하는 방식은 불만과 분노를 외부에 폭력과 시위로 표출하기보다 우울, 무기력 등으로 내면화하는 성향을 보인다"며 "한국 청년들의 상태는 분노하되 그 형태가 우울이자 수용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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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드러눕고 프랑스는 거리로…청년들 왜 좌절하고 분노했나

프랑스에서는 열악한 교육 환경에 항의하던 학생시위가 생활비와 기회박탈에 대한 청년들의 분노로 번졌다. 인도에서는 의대 입학시험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대규모 시위로 이어졌다. 각국 청년들이 마주한 현실과 분노의 계기, 그리고 표현 방식은 제각각이다. 중국에서는 치열한 경쟁에 지친 청년들이 아예 경쟁에서 벗어나겠다는 '탕핑'(드러누워 있기)을 선택했다.
이들의 움직임에는 노력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흔들리고, 기존 사회가 약속한 미래를 더는 신뢰하기 어렵다는 공통된 정서가 깔려 있다. 고학력에도 취업난에 시달리는 '교육의 배신'과 특권 세습, 치솟는 생계비가 맞물리면서 청년들은 미래를 박탈당했다는 깊은 절망감에 빠졌고, 이는 사회적 기회와 제도가 더 이상 공정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불신으로 이어지며 집단적 저항으로 폭발한 것이다.

최근 프랑스 시위는 이러한 청년들의 분노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 9월 프랑스 파리 북부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은 교사 부족, 학교 시설 노후 등 교육 여건 악화에 반발해 거리로 나섰다. 이들의 저항 움직임에 대학생과 고용불안, 저임금에 시달리던 노동자들까지 합류하면서 시위는 파리 전역으로 퍼지며 공공서비스 파업과 도심 약탈·방화 사태로 격화했다.
이는 2006년 최초고용계약(CPE) 반대 시위의 연장선에 있다. 당시 프랑스 정부는 26세 미만 청년을 대상으로 입사 후 2년내 해고를 비교적 자유롭게 한 CPE를 도입하려 했다. 청년 실업을 줄이겠다는 취지였지만 학생들과 노동계는 '쓰고 버리는 노동자'를 만든다며 반발했다. 프랑스 전역에선 약 6주간 대규모 CPE 반대 시위와 파업이 이어졌고, 결국 정부는 법안을 철회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CPE 시위는 특정 고용제도에 대한 반대였다면 이번 저항은 프랑스 전체 교육 시스템의 문제와 미래에 대한 청년들의 구조적 불안감이 맞물려 있다"며 "CPE 철회로 출구를 찾았던 과거와 달리 이번 사태가 쉽게 잠재워지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영국 가디언은 프랑스의 이번 시위가 과거와 달리 고등학생들이 학생 노조 등 중앙 조직 없이 자발적으로 나섰다는 점에 주목했다. 인터넷과 SNS 확산 속에서 성장한 젠지(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자)들이 정당이나 노조 등 특정 조직에 얽매이지 않은 채 디지털 네트워크를 매개로 훨씬 자유롭고 즉각적인 방식으로 분노를 표출하고 결집한다는 분석이다.

젠지들의 이런 특징은 신흥국에서 더 극적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인도에서는 의대 입학시험 문제 유출 비리 사건을 계기로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당시 시위는 기득권 부패에 분노한 청년들이 SNS에서 만든 온라인 정치운동단체 '바퀴벌레국민당'(CJP)이 주도해 교육부 장관 사퇴와 의대 입학시험 시스템 개혁을 끌어냈다.
2025년 8월 네팔에선 정부의 SNS 차단 정책과 특권층 자녀들의 채용 세습에 분노한 청년들이 디스코드 등 암호화 플랫폼을 통해 결집해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나섰고, 이는 총리 사퇴와 내각 교체로 이어졌다. 비슷한 시기 인도네시아 청년들은 오토바이 택시 기사였던 21세 청년이 경찰차에 치여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청년 비정규직 확대' 노동법 개정안 반대 시위를 벌였고, 법안 추진은 일시 중단됐다.
같은 해 9월 모로코에선 청년 실업률 악화와 교육예산 삭감에 분노한 이들이 온라인 청년단체 'Z세대 212' 중심으로 반정부 시위를 벌여 청년 정책 긴급 예산 편성과 교육예산 재조정 검토를 얻어냈다.

중국 청년들은 다른 방식을 택했다. 중국 당국의 엄격한 통제로 거리를 나가 변화를 요구하는 대신 사회가 정해놓은 성공의 기준에서 벗어나는 '탕핑'으로 저항했다. 2021년 중국 포털 바이두에 처음 등장한 '탕핑'은 고강도 노동과 과도한 경쟁을 거부하고 최소한의 노동과 소비로 살아가겠다는 취지다. 과도한 노동, 결혼과 주택 마련 등 사회가 요구하는 성공의 경로에서 한발 물러서겠다는 뜻이다.
치열한 입시 경쟁을 뚫고 명문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난에 시달리고, 장기간 노동에도 내 집 마련이나 안정적인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좌절이 배경이다. 조직적인 정치운동과는 다르지만, 정부의 강한 통제 속에서 청년들이 선택한 저항방식으로 평가됐다
"이 월급 모아 집 가능?"…수습기자들이 본 20대의 고단한 삶

고단했던 취업준비생 생활을 버텨내 첫 직장을 얻었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은 여전하다. 월급을 모아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을지, 지금의 직장에서 얼마나 오래 일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 열심히 노력하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믿음도 흔들린다.
얼마 전까지 취업 전선에 있었던 머니투데이 수습기자들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이제 막 사회생활에 첫발을 내디딘 이들이 바라본 현실이 한국 청년들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수습기자들은 사회생활의 첫 관문인 취업부터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김유빈 수습기자는 "정규직 취업을 위해 계약직을 하고, 계약직을 위해 인턴을 하고, 인턴을 위해 대외활동과 자격증을 준비하는 식"이라며 취업 준비 자체가 하나의 장기 프로젝트가 됐다고 말했다. 고지운 수습기자도 '경력을 위한 경력'을 준비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취업 장벽이 점점 두터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청년층의 고용 부진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9월 20대(20~29세)의 월평균 고용률은 59.2%로 지난해 같은 기간(60.4%)보다 1.2%포인트(p) 하락했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이후 2024년 61.2%까지 반등했지만 이후 2년 연속 감소세다. 같은 기간 15세 이상 전체 고용률은 2024년과 올해 모두 62.8%로 변동이 없었다. 반도체 호황과 수출 증가 등으로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있지만 청년층 고용시장에서는 회복세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불안은 계속된다. 고지운 수습기자는 "최근 첫 직장을 구한 친구들을 보면 현재 직장에서 얼마나 오래 일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고 전했다. 취업을 준비할 땐 입사가 목표였지만 막상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나면 살아남기 위해 어떤 경력을 쌓아야 할지, 이직이나 제2의 진로를 준비해야 할지 걱정한다는 것이다.
급격한 기술 발전에 따라 미래 예측이 어렵다는 것도 취업후 불안을 키운다. 김완렬 수습기자는 AI(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10년 뒤 우리 사회가 어떤 모습일지, 자신이 어떤 환경에 놓이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각국 정부와 기업이 AI에 투자를 쏟아붓는 상황을 두고 "'AI가 버블이면 어쩌지'하는 불안감도 있는 것 같다"는 말도 나왔다.
주거 문제는 불안을 키운다. 나유영 수습기자는 "보통 월급의 상당 부분이 주거비로 나간다"며 목돈을 모아 서울에 집을 마련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다. 청약 경쟁마저 치열하다 보니 청년들 사이에서는 '내 집 마련이 결국 부모의 경제적 지원 여부에 달려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고도 했다.
노력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다는 믿음은 약해지고 있다. 신홍규 수습기자는 서울에 집이 있는지, 반도체 기업에 다니는지에 따라 벌어지는 격차를 짚었다. 개인의 노력보다 자산 보유 여부나 특정 산업의 호황에 따라 얻는 보상이 더 크게 느껴지는 현실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만으로는 격차를 좁히기 어렵다는 회의감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또래의 연봉과 자산 수준을 쉽게 접하면서 상대적 박탈감도 커진다. 김유빈 수습기자는 끊임없이 자신과 타인을 비교해야 하는 현실이 청년들의 피로감을 키운다고 봤다.
취업 여부에 따라 청년들의 사회적 관계에도 변화가 나타난다. 나유영 수습기자는 원하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구직활동을 멈춘 청년들이 사회적 관계에서도 멀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여승헌 수습기자도 먼저 취업한 친구와 오랫동안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 사이에 관계가 소원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수습기자들이 짚은 청년들의 불안은 다양했지만 바라는 삶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안정적인 직장에서 일하고, 월급을 모아 집을 마련하며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삶이다. 그러나 평범해 보이는 삶을 위해 치러야 할 비용과 경쟁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취업이라는 첫 관문을 넘어선 이들에게도 노력하면 더 나은 내일이 올 것이라는 확신은 부족했다.
"노력하면 된다"는 거짓말…'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 청춘의 쳇바퀴
![[파리=AP/뉴시스] 18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한 남성이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 와중에 발생한 거리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2026.10.19. /사진=민경찬](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10/2026102413422057862_7.jpg)
프랑스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시위의 배경에는 청년들의 불만과 분노가 자리 잡고 있다. 한국 청년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저항의 방식이 다를 뿐이다. 거리로 나서는 대신 결혼과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고, 취업과 자산 형성의 경쟁에서 한발 물러서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청년들을 좌절시키는 것은 단순히 좁은 취업문과 높은 집값 장벽이라는 현실만이 아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성실하게 일하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노력해도 보상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인식이 쌓이면 좌절은 분노로 바뀐다. 이른바 '한 방'에 기대를 걸기도 하지만, 그마저 성공하기 어렵다면 무력감은 더 깊어질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5단계 모델인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에 빗대어 살펴볼 수 있다. 청년들의 삶에 정확하게 일치하는 모델은 아니지만, 기존 성공 경로를 믿고 따르던 청년들이 현실의 장벽에 부딪히는 모습을 비유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부정 : "성실히 살면 되겠지"… 무너진 사다리 앞 첫 번째 착각
청년들은 사회에 진출할 때 자산 격차와 일자리 가뭄이라는 장벽에 마주한다. 하지만 암울한 현실을 인정하긴 어렵다. 좋은 대학에 진학해서 성실하게 일하고, 그러다 보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믿음을 유지한다.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부정하는 단계, 혹은 기대를 버리지 못하는 단계다.
높은 대학 진학률이 이를 보여준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고등교육기관 취학률은 76.3%다. 1980년에 11.4%에 머물렀던 대학 진학률은 꾸준히 상승 중이다. 2015년(67.9%)과 비교해도 비교적 큰 폭으로 올랐다. 기성세대의 성공 방정식을 지금의 청년들도 따르고 있다는 의미다.
◇분노 : 높아진 문턱과 뛰어오른 월세… 분노로 변한 좌절감
하지만 대학 졸업 후 고용 시장은 녹록하지 않다. 지난달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14만7000명 줄며 47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특히 20대 취업자는 17만명 감소했다. 60대 이상 취업자가 17만2000명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청년 고용률도 1년 전보다 1.1%p(포인트) 하락한 44.0%로 집계됐다.

취업의 문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첫 취업에 걸린 기간은 2010년 9.5개월에서 올해 11.2개월로 늘었다. 취업이 늦어지다보니 졸업도 늦춘다. 대학 졸업에 걸린 기간은 같은 기간 48개월에서 53.7개월로 증가했다. 재정경제부는 지난 8월 발표한 '청년 일자리 회복방안'에서 최근 상황을 두고 "경력이 없어 취업을 못 하고, 취업을 못해 경력이 없는 악순환"이라고 평가했다.
기업의 채용 방식도 청년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2026년 신규 채용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기 공채만 실시한다고 응답한 기업은 10.2%에 그쳤다. 신규 채용에서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로는 '직무 관련 업무 경험'(67.6%)이 꼽혔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2월 발표한 '경력직 채용 증가와 청년 고용' 보고서에서 이러한 현상을 "근로자 측면에서는 평생직장 개념이 약화되고 기업 측면에서는 필요로 하는 능력이 고도화됨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비경력자를 교육·훈련하는 데 드는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취업난은 단순히 소득을 얻기 어려운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일자리를 구하고 소득을 쌓아 집과 자산을 마련한다는 삶의 경로 자체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월소득 대비 월세 비율이 30%를 초과하는 청년가구는 2023년 기준 31.6%에 달했다. 전체 연령대 평균(15.8%)의 두 배를 웃돈다.

월급을 받아도 상당 부분을 월세로 지출하면 자산을 축적하기 어렵다. 그 사이 집값이 오르고 부모의 자산 지원 여부에 따라 출발선마저 달라지면, 성실하게 일하는 것만으로는 격차를 좁히기 어렵다는 인식이 커질 수밖에 없다. 취업과 소득, 주거와 자산 형성으로 이어지는 사다리가 흔들리면서 청년들의 좌절감은 분노로 바뀐다.
◇타협 : 코인… 위험한 '사적 타협'
격차를 따라잡기 어려운 청년들은 '한방'을 노리고 가상자산 투자로 눈을 돌렸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업비트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20~30대 계정은 548만개다. 해당 연령대 주민등록인구와 비교할 때 44%에 이른다.
누적 가입 계정이 1326만개라는 걸 감안하면 청년층의 참여 비율이 두드러진다. 높은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자산을 불릴 새로운 기회에 기대를 거는 것이다. 다만 가격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 투자로 자산 형성에 성공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현실의 격차를 따라잡기 위한 사적 타협이지만, 오히려 좌절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우울·수용 : 노동시장에서 지워지는 청년들'… 냉소적 수용의 시대
타협에 실패한 분노는 집단적 우울과 냉소적 수용으로 바뀐다. 15~29세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지난 9월 기준 36만4000명이다. 올해 1분기 45만2000명과 비교하면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쉬었음' 인구는 특별한 이유 없이 일하지 않고 쉬는 사람이다. 자발적 저출산으로 대응하는 이들도 있다. '출산 파업'의 형태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운동 자체도 낙관적인 기대가 있을 때 할 수 있는데, 한국의 청년들은 그럴 여력조차 없는 것"이라며 "연애, 결혼, 출산의 포기와 우울증 급증은 개인적인 선택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