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 나명석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

지난 28일 오후 방문한 서울 여의도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사무실. 현관을 들어서자 오래된 미싱 한 대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세계 첫 프랜차이즈로 꼽히는 미국 싱거(Singer)사의 재봉틀이다. 2019년 5월20일 박기영 제6대 협회장이 협회에 기증한 것으로 최근 여의도로 사무실을 옮기면서 사무실 현관 앞에 자리를 잡았다. 프랜차이즈의 시작을 알린 미싱이 프랜차이즈 미래를 그리는 협회의 상징으로 놓인 셈이다.
나명석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은 임기 10개월 차를 맞았다. 올해 임기 첫 해를 보낸 소감을 묻는 질문에 나 회장은 "규제 대응하느라 1년이 다 가버렸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해외에선 러브콜이 쏟아진다. 중국인이 만드는 제품말고, 진짜 한국 프랜차이즈가 들어와야지 뭐하느냐고들 한다"며 "이럴 때 K프랜차이즈가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옆으로, 뒤로 돌아가며 규제 방어만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나 회장은 일부 프랜차이즈들의 갑질 논란에 대해서는 업계가 상생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내년 도입 예정인 협회차원의 윤리경영 인증제 등이 협회 차원의 노력 일환이다. 나 회장으로부터 개정 가맹사업법과 차액가맹금 소송 등 업계가 당면한 주요 현안과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12월31일 개정 가맹사업법이 시행된다. 등록 점주단체가 협의를 요청하면 본사는 응해야 하고, 거부하면 시정명령 대상이 된다. 지난 8월 입법예고된 시행령안은 같은 브랜드 점주의 10% 이상(최소 30명) 또는 1000명 이상이면 단체로 등록할 수 있게 했다. 최소 인원을 5명까지 낮추는 방안도 거론된다.
▶5명으로 낮추면 협의 상대로서의 무게감이 떨어진다. 본사가 대화를 안 하는 게 아니지 않나. 협의만 하면 되는 건데 등록 요건을 완화해버리면 단체가 대변하지 못하는 나머지 70~80%의 목소리는 어떻게 하나. 협회는 등록 비율을 40%로 높이고 최소 인원 기준은 유지해달라는 의견을 냈다. 그런데 최근 공정위는 비율 상향은 어렵고 소규모 브랜드 점주의 등록 부담을 고려해 최소 인원을 30명에서 5명으로 낮추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가맹점주가 50명인 브랜드라면 5명만 모여도 단체 등록 요건을 채운다. 여러 단체가 각기 다른 시기에 광고비, 공급가격, 운영방식을 두고 협의를 요구하면 전담 인력이 없는 본부는 감당하기 어렵다.
-입법예고안대로 시행됐을 때 가장 우려스러운 건 무엇인가.
▶협의에 참석할 수 있는 '적법하게 대리하는 자'의 범위가 모호한 게 제일 문제다. 우리가 계속 주장했던 건 '내가 더 싸게 해줄게, 간판 갈아타자' 하고 분란을 조장하는 제3자가 나타난다는 거다. 결국 본사도 가맹점도 모두 망한다. 유통하는 사람들이 받아 쓰는 제품 원가가 다를 수가 없는데 어떻게 그렇게 싸게 주나. 말이 안 된다. 그런데 그런 분들이 분명 들어올 거다. 업계에서는 제3자 참여 범위를 변호사로 제한해달라고 했는데 오히려 완화될 거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게 정말 점주 권익 보호에 도움이 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공정거래위원회와는 어떻게 소통하고 있나.
▶지난 6월과 9월 위원장 간담회, 실무 협의, 의견서 제출 등으로 소통해왔다. 공정위는 협의 실태를 지켜본 뒤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장은 두 달여 남은 시행일부터 바로 판단하고 대응해야 한다. 최종안을 만들 때 구체적인 사례와 기준을 먼저 제시해달라고 계속 요청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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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주는 정보와 법률 지식이 부족해 보호가 필요하다는 게 법 개정 취지다.
▶절대 안 그렇다. 오히려 군소 브랜드 본사 대표가 더 모를 수 있다. 내 가게 하나 잘 되다가 갑자기 가맹점을 20~30개로 늘린 경우다. 본사는 준비가 안 됐는데 가맹점들은 법적 문제를 제기하려고 온갖 준비를 다 하고 온다. 본사는 변호사를 데려오는 반면 점주는 약자라고들 하지만, 본사가 변호사를 직원으로 두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매출 1000억원 규모 정도 프랜차이즈가 돼야 법무팀이 있다.
-지난 1월 대법원이 한국피자헛에 차액가맹금 약 215억원을 돌려주라는 판결을 확정했다.
▶모두가 패자다. 피자헛은 이긴 사람이 없다. 가맹점도 돈을 못 받고, 본사도 날아갔다. 다 패자다. 진짜 패자는 살아 있는 가맹점이다. 정작 소송한 사람들은 다 은퇴했다. 그들이 소송해서 장사를 못 하게 만든 꼴이다. 그 많은 배상을 어떤 본사가 하나. 줄 능력이 안 되는데 어떻게 주라는 건가. 이미 본사에서 물건은 다 내줬는데 명칭 하나 잘못 썼다고 지금와서 토해내라는 건 말이 안 된다.
-이후 bhc·메가커피·맘스터치 등으로 소송이 번졌다. 각 개별 사건 별 소송 전망은 어떻게 보나.
▶개별 사건의 승패를 지금 예단하긴 어렵다. 앞으로의 소송은 브랜드별 계약서와 정보공개서, 실제 공급 구조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같은 브랜드라도 계약 시기에 따라 내용이 다를 수 있다. 피자헛 결과를 모든 본부에 그대로 적용하는 건 신중해야 한다. 걱정되는 건 분쟁이 길어지면서 본부와 점주의 신뢰가 무너지고 투자와 점포 지원까지 위축되는 것이다. 업계도 공정위 필수품목 제도 개선 등을 거치며 관행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고쳐가고 있다.
-업계가 대비는 하고 있나.
▶계속 시달리다 보니 다들 나름대로 준비는 많이 한다. 법원 판단은 존중할 수밖에 없고 무조건 본사가 지는 구도도 아니다. 법은 존중해야 하고 새로운 법과 판례에는 맞춰 가야 한다. 협회 차원에서는 차액가맹금이라는 명칭을 현실에 맞게 바꾸도록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겠다.

-프랜차이즈 하면 여전히 '갑질'이 따라붙는다.
▶실제로 잘못한 것 이상으로 갑질 소리를 듣는다. 갑질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1만개 가까운 브랜드 중 어느 한 군데에서 있었다고 전체를 갑질로 매도하는 건 막아야 한다. 그래도 갑질을 개선하는 게 중요하다. 거기서부터 출발해야 산업이 올바르게 간다. 지난 5월 첫 윤리·상생 교육을 했고, 지난달 15일엔 회원사가 아닌 가맹본부도 참여할 수 있는 2차 공개교육을 열었다. 이달 중에 3차 교육을 진행한다. 윤리경영 인증제도 내년 상반기에 도입한다.
-해외에서 K푸드 인기가 높다.
▶프랜차이즈는 미국에서 시작됐다. 프랜차이즈가 글로벌로 나온 시점은 할리우드 영화와 미국 팝송이 전 세계를 지배하던 70년대다. 지금은 K컬처가 전 세계에 퍼졌다. 외국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한국 프랜차이즈는 왜 자기네 나라에 안 오냐고 한다. 모로코에서 조차 오라고 난리다.
-임기 시작 때 내건 과제 중 하나가 'K프랜차이즈 거리'다. 어떤 구상인가.
▶한 두 개 회사가 개별적으로 가다 보면 보이지 않는 리스크를 질 수 있다. 본부를 만들어 20~30개 브랜드로 명동거리 전체를 수출하면 글로벌 100만개를 만드는 초석이 된다. 한 거리에 BBQ도 있고 올리브영도 있고 다이소도 있고, 기회가 되면 CGV도 가는 식이다. 옛날엔 한국에 오면 덕수궁, 경주 불국사를 갔다. 지금은 올리브영, 다이소 가서 이것저것 사고 압구정 가서 성형외과 들렀다가 저녁에 치맥 한다. 이것들을 전부 들고 전 세계로 나가면 된다.
-정부의 역할은.
▶일본은 이미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한 쇼핑몰에 가보니 한 쪽 공간에 '라멘 빌리지'가 들어서 있었다다. 전부 일본 거다. 일본 정부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못했을거다. 'K프랜차이즈 거리' 조성에 발동을 거는 역할은 정부의 몫이다. 프랜차이즈 산업도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 정부가 조금만 도와줘서 남미, 유럽 정도에서 자리 잡으면 제2, 제3의 서울거리가 전 세계에 쭉쭉 생길 수 있다. K푸드 중 김과 김치 등 수출이 잘 된다지만 단가 고려하면 중국이 금방 따라올 것이다. 브랜드는 다르다. 입이 길들여지면 잘 안 망한다. 맥도날드, KFC도 수십년 전 세계에 뿌리내렸다.
-연초엔 올해 말까지 K프랜차이즈 거리 1곳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 기회를 못 살려서 아쉽다. 차액가맹금 소송도 그렇고 업계 상황이 아직 불안정하다. 올해 급한 불이 꺼지면 이것도 다시 추진해봐야 한다. 어디서 할 수 있는지부터 살펴볼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