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한국방문의해위원회와 함께 하는 '관광한국의 미래를 말한다'(5)]

지난 8일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에서는 한국 가수들의 춤을 그대로 따라하는 K-팝 커버댄스 경연대회인 '2011 커버댄스 페스티벌' 러시아대표 선발대회가 개최됐다.
한국방문의해조직위원회(이하 방문위)가 주최한 이번 대회에는 모두 16개 팀의 러시아인이 참여해서 K-팝 커버댄스를 열광적으로 연출했다.
커버댄스대회에 나선 이들은 한국 아이돌그룹을 쏙 빼닮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샤이니'의 멤버 민호조차 안무디테일을 똑같이 따라하고 심지어 재해석한 데 놀랐고 감동을 받았다고 고백할 정도였다.
사실 K-팝 커버댄스는 개최를 결정하고 예선심사를 하면서부터 놀라움의 연속이었다고 방문위 관계자는 말했다. 아시아권은 물론 미주와 유럽 심지어 아프리카까지 참가신청이 줄을 이었고 신청자들의 수준도 대단히 높았다.
아시아권의 열광적인 참여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지만 러시아나 팝의 고장 미국에서까지 높은 참여율을 보인 것은 방문위조차 미처 예견하지 못한 일이었다.
중국과 동남아에 거세게 불어닥친 한류(韓流)가 이제 아시아를 넘어 미주와 유럽인들의 마음까지 흔들고 있다. '한류의 세계화'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지경이 됐다.

원래 한류는 중국과 동남아 화교권에서 일고 있는 한국 대중문화 열기를 뜻한다. 1996년 드라마를 시작으로 중국에 수출되기 시작한 한국 대중문화는 98년부터 가요 쪽으로 확대됐다. 한류라는 말을 처음 쓴 것은 중국 언론이었다. 2000년 2월 H.O.T 의 중국 베이징 공연 당시 '중국인들의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열광'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했다.
한국에 대해 복잡한 감정을 가진 일본에서조차 드라마 '겨울연가'가 흥행하면서 '욘사마'(배용준) '지우히메'(최지우) 등의 한류스타가 탄생했다. '겨울연가'의 성공을 바탕으로 국내 대다수 드라마가 아시아 전역으로 수출되며 한류열풍이 점화됐다.
이후 한류는 빠르게 확산되기 시작했다. 중국뿐 아니라 대만 홍콩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전역으로 한류의 물결은 거세게 몰아쳤다. 한류는 대중문화 선호를 넘어 한국제품(전자제품 김치 라면 등) 선호로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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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까지만 해도 한류는 아시아권에 한정된 바람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대다수였다. 미주나 유럽권에까지 한류가 확대되리라고 기대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드라마 '대장금'이 이란에서 90%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하고 아프리카를 넘어 동유럽에서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일시적인 바람이라고 생각하는 이가 많았다.
이질적으로 보이는 감성과 주류언어도 아닌 한국어 노래가 서구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는 힘들다고 본 것이다. 그러던 중 지난 4월 K-팝 아이돌 중 한 팀인 '샤이니'의 공연을 요구하는 시위가 문화적 자존심이 강한 프랑스 파리에서 일어났다. 프랑스팬들의 요구로 이뤄진 프랑스 최초 K-팝 공연은 그야말로 대성공이었다.
한국의 K-팝이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지역에 빠르게 확산된 계기는 '유튜브'였다. 전세계 사람이 동영상을 올리는 이 사이트를 통해 K-팝 가수들이 소개됐고 유럽인들은 빠르고 경쾌하면서도 중독성이 강한 한국음악에 조금씩 빠져들었다.

K-팝이 인기를 누리면서 드라마 영화에서도 조금씩 한류의 영향이 증폭되고 있다. 한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합작 영화·드라마 제작붐이 일기 시작한 것. 예전에는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권과의 합작이 주류였지만 미국과 프랑스 등 영화대국의 대형 영화사까지 앞다퉈 제작에 뛰어들고 있다.
한·중·일 3국의 합작프로젝트인 '마이웨이' '양귀비' '스트레인저6' 등의 영화가 제작되는 한편 할리우드의 거대자본이 참여한 1억3000만달러(약 1500억원)의 3차원(3D) 영화 '혹한의 17일'이 제작될 예정이다. 북미와 유럽 개봉을 추진 중인 '마이웨이'의 경우 장동건, 오다기리 조, 판빙빙 등 한·중·일을 대표하는 배우가 총출동한다.
게임시장의 경우 국내에서는 미국게임이 압도적인 인기를 누려왔다. '스타크래프트'는 한때 국민게임이라는 칭호를 받을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한국 온라인게임의 위상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북미 최대 게임축제인 '팍스2011'에서는 한국게임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엔씨소프트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인 '길드워2'나 '와일드스타' 등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국내 스마트폰 게임도 신한류 콘텐츠로 부상하고 있다. 일본은 물론 북미에서까지 인기를 모으는 네오싸이언의 '라그나로크 바이올렛', 북미 앱스토어 어드벤처부문 1위를 차지한 '룰 더 스카이' 등이 그것.
한류의 높은 인기와 함께 그동안 주변부 학문에 머물러 있던 한국학도 중심부 문화로 급성장했다. 한국어가 미국의 국책 외국어로 지정되는가 하면 불가리아에서도 한국영화·드라마 등이 퍼지면서 '한국문화의 날' 행사가 열리기까지 했다.
한류는 비단 문화예술 전파라는 측면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가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고 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관광시장에서도 한류는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했다. 프랑스인 100여명이 그룹 샤이니를 만나기 위해 방한하는가 하면 국내 유명 드라마 촬영지에 푸른 눈의 외국인이 점차 늘고 있다.
하지만 한류의 영향이 관광시장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부분은 아직 미미하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조사한 '2010 외래관광객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을 여행목적지로 선택할 때 고려한 요인 중 드라마 촬영지나 한류스타 팬미팅 경험 등 직접적인 한류관련 여행객은 4.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광객들이 한국관광을 와서 한류드라마 촬영지를 찾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K-팝 혹은 배우들의 흔적에 열광하지만 한류가 직접적인 여행동기가 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류를 한국관광의 발전적 계기로 만들기 위해서는 보다 세심한 노력이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단순히 유명 한류스타를 내세우는 마케팅보다 한류의 폭과 깊이를 상승시켜 '꼭 가보고 싶은 나라'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현지 문화와 감성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져야 할 것이다. 한류가 단지 거품이 아니라 지속적인 한국문화의 전파창구가 되기 위해서는 일방적인 전달보다 상호교류가 일어나야 한류의 지평이 더 넓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