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념엽서요? 그런 건 없는데요."
최근 경남 남해로 늦은 여름휴가를 갔을 때 일이다. 독일마을과 '다랭이논'을 둘러보고는 정취에 반해 그곳 풍경을 담은 기념엽서라도 사기 위해 관광안내센터를 찾았지만 기념품이나 엽서를 팔지도 않았고, 파는 곳도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남해 가천마을의 다랭이논은 산비탈을 따라 자연스럽게 층층이 형성된 계단식 논이다. 거의 100층에 가까운 이 논 뒤에는 수려한 산세가, 앞으로는 넓게 트인 바다가 펼쳐져 있다. 해외 어느 휴양지 못지않은 이곳에는 일본인 관광객도 눈에 띄었다. 자연을 만끽하는 것만도 충분하다고 느꼈지만 그야말로 그게 '전부'였다.
1960년대 전후 독일로 파송됐던 한국의 간호사와 광부들이 고국에 돌아와 정착한 '독일마을'도 마찬가지였다. 남해의 맑은 공기와 독일식 주택, 바다의 풍광이 어우러져 둘러보는 곳마다 그림같았지만 실제 그림엽서 한 장 파는 곳이 없었다.
근현대사와 함께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는 요소가 충분했지만, 박물관이나 문화관, 도서관 같은 부대시설은 전혀 없었다. 관광객들은 이국적이고 아기자기한 집들을 배경으로 그저 사진만 찍어야 했다.
독일에서 간호사로 20년 넘게 일했다는 마을 아주머니도 "그러고 보니 독일은 도시마다 기념엽서가 있어서 여행하면서 엽서 참 많이 썼는데, 여긴 그런 게 없어"라며 말끝을 흐렸다.
아쉬운 마음에 무제엽서에 그림을 그려 남해의 아름다움을 한줄 담아 보내려고 했다. 문제는 우표를 살 곳도 없다는 것. 전국 시 단위 이상 총괄우체국의 경우엔 토요일에도 오후 1시까지 영업을 하지만 그 이하의 작은 도시는 주말에 문을 닫는다. 인근 슈퍼나 편의점 등에 물어봤지만 주말에 우표를 살 수 있는 곳은 없었다.
독일에서는 우체국 근처에 우표자판기가 있다. 늦은 시간이나 주말에 우체국이 문을 닫아도 우표는 살 수 있다. 규격엽서에 1유로짜리 우표를 붙이고 우체통에 넣으면 세계 어디든 배달이 된다.
외국인 관광객 1000만 시대가 도래 했다고 한다. 한국을 찾은 이들이 고국에 있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엽서 한 장씩을 보냈다고 치자. K팝이나 TV드라마가 아닌 지인의 손 편지가 담긴 엽서 한 장으로 한국을 접하게 된다면, 우리나라가 더 궁금해지고 가보고 싶단 생각이 들지 않을까.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정부와 각 지자체가 다양한 전략과 방안을 내놓고 있다. 이른바 '한국의 가고 싶은 곳 100선'을 지정하기도 하고, 각종 공연과 지역 축제를 벌이는 등 많은 비용을 들여 각종 마케팅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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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때론 간편하게 보낼 수 있는 엽서 한 장이 외국 여행객에게 한국을 더 기억에 남도록 만들기도 한다. 요란하게 나발 분다고, 늘 손님이 몰리는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