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태의 詩가 있는 밥상] 내가 유별나다고요?

[오인태의 詩가 있는 밥상] 내가 유별나다고요?

오인태 시인
2013.05.24 07:00

<3> 멍게비빔밥과 '남해에 와서'

[편집자주] "그래도 세상과 사람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버리지 말게 해 달라(오인태 시인의 페이스북 담벼락 글 재인용)'. 얼굴 모르는 친구들에게 매일 밥상을 차려주는 사람이있다. 그는 교사이고 아동문학가이고 시인이다. 그는 본인이 먹는 밥상의 사진과 시, 그리고 그에 대한 단상을 페이스북에 올려 공유하고 있다. 시와 밥상. 얼핏 보면 이들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일 수 있지만 오인태 시인에겐 크게 다르지 않다.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더불어 삶을 산다는 것. 시 역시 때론 각박하고 따뜻한 우리 삶 우리 이야기다. 시와 함께 하는 '밥상 인문학'이 가능한 이유다. 머니투데이 독자들께도 주 3회 오인태 시인이 차린 밥상을 드린다. 밥상을 마주하고 시를 읽으면서 정치와 경제를 들여다보자. 모두 사람 사는 이야기니 어려울 게 없다.

혼자 먹는 밥을 뭘 그렇게 격식을 따져 차리느냐고 생각하실법한데요. 실제 이런 질문을 하시는 분도 계시고요. 그러면 대개 “혼자니까” 이렇게 대답하면 무슨 뜻인지 다 알아차리더군요. 바로 ‘자존심’인 거지요.

이런저런 사정으로 오랫동안 혼자 생활하면서 스스로 세운 의식주와 관련된 몇 가지 원칙이 있는데요. 그 가운데 하나가 품이든 격이든 제대로 갖춘 ‘밥상’, 그리고 또 하나가 질감이든 촉감이든 기분 좋은 ‘이부자리’를 갖추는 데에는 아끼지 말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제가 직접 조리하는 음식의 찬거리, 제가 덮는 이부자리, 제가 입는 옷만은 늘 직접 골랐던 건데요.

물론 이런 모습이 호사로 비칠 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 유별남은 한 인간의 퍼스낼리티와 권리로 존중해야 마땅한 거지요. 남한테 해를 끼치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그리고 제가 점심이나 저녁밥은 건너뛰거나 다른 걸로 때우기도 하지만 아침밥만은 꼭 챙겨먹는 건 순전히 어머니 때문인데요, 어머니는 살아계실 적에 단 한 번도 아침밥을 굶겨서 식구들을 밖으로 내보낸 적이 없으셨거든요. 그땐 어느 어머니든 다 그러셨을 테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제 스스로를 존중하는, 자존감이 유별난 것은 어렸을 적 어머니가 저를 늘 귀한 존재로 추키며 각성시킨, 학습효과일 수도 있겠다 싶은데요. 12년 만에 다시 남해에 와서 혼자 멍게 밥을 비비고 저녁, 봄엔 외로움도 이렇게 향기로울 수 있는 거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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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각 부장

희망을 갖고 절망에 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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