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멍게비빔밥과 '남해에 와서'

혼자 먹는 밥을 뭘 그렇게 격식을 따져 차리느냐고 생각하실법한데요. 실제 이런 질문을 하시는 분도 계시고요. 그러면 대개 “혼자니까” 이렇게 대답하면 무슨 뜻인지 다 알아차리더군요. 바로 ‘자존심’인 거지요.
이런저런 사정으로 오랫동안 혼자 생활하면서 스스로 세운 의식주와 관련된 몇 가지 원칙이 있는데요. 그 가운데 하나가 품이든 격이든 제대로 갖춘 ‘밥상’, 그리고 또 하나가 질감이든 촉감이든 기분 좋은 ‘이부자리’를 갖추는 데에는 아끼지 말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제가 직접 조리하는 음식의 찬거리, 제가 덮는 이부자리, 제가 입는 옷만은 늘 직접 골랐던 건데요.
물론 이런 모습이 호사로 비칠 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 유별남은 한 인간의 퍼스낼리티와 권리로 존중해야 마땅한 거지요. 남한테 해를 끼치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그리고 제가 점심이나 저녁밥은 건너뛰거나 다른 걸로 때우기도 하지만 아침밥만은 꼭 챙겨먹는 건 순전히 어머니 때문인데요, 어머니는 살아계실 적에 단 한 번도 아침밥을 굶겨서 식구들을 밖으로 내보낸 적이 없으셨거든요. 그땐 어느 어머니든 다 그러셨을 테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제 스스로를 존중하는, 자존감이 유별난 것은 어렸을 적 어머니가 저를 늘 귀한 존재로 추키며 각성시킨, 학습효과일 수도 있겠다 싶은데요. 12년 만에 다시 남해에 와서 혼자 멍게 밥을 비비고 저녁, 봄엔 외로움도 이렇게 향기로울 수 있는 거로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