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태의 詩가 있는 밥상]사위도 주지 않는다는‘아시정구지’

[오인태의 詩가 있는 밥상]사위도 주지 않는다는‘아시정구지’

오인태 시인
2013.06.10 07:50

<10>묵채와 '몽돌해수욕장, 학동에서'

[편집자주] "그래도 세상과 사람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버리지 말게 해 달라(오인태 시인의 페이스북 담벼락 글 재인용)'. 얼굴 모르는 친구들에게 매일 밥상을 차려주는 사람이있다. 그는 교사이고 아동문학가이고 시인이다. 그는 본인이 먹는 밥상의 사진과 시, 그리고 그에 대한 단상을 페이스북에 올려 공유하고 있다. 시와 밥상. 얼핏 보면 이들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일 수 있지만 오인태 시인에겐 크게 다르지 않다.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더불어 삶을 산다는 것. 시 역시 때론 각박하고 따뜻한 우리 삶 우리 이야기다. 시와 함께 하는 '밥상 인문학'이 가능한 이유다. 머니투데이 독자들께도 주 3회 오인태 시인이 차린 밥상을 드린다. 밥상을 마주하고 시를 읽으면서 정치와 경제를 들여다보자. 모두 사람 사는 이야기니 어려울 게 없다.

아버지 돌아가신지 올해로 꼬박 이십 년째, 어머니는 그보다 칠 년 전에 돌아가셨으니 천애의 고아로 살아온 세월이 어언 이십 년이 되는 셈이군요. 아버지 마흔에 나를 낳으셨으니 내 기억에 아버지는 백발에 가까운 초로의 노인네로, 어머니는 쪽진 머리의 중년 아낙네의 이미지로만 인상되어 있는데요, 어릴 적 내가 늘 부러워했던 친구는 돈 많은 부모를 둔 친구가 아니라 젊은 부모를 둔 친구들이었지요. 부모님이 오래 살아계시기만 하다면 내 힘으로라도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이 무렵 한창인 찔레꽃, 아카시아, 밤꽃 따위 모내기철 꽃들은 왜 이리 하나같이 향기가 짙은지요. 하필 배고플 때 부엌에서 새어나오던 밥내처럼 말입니다. 어쩌다 물씬 풍겨오던, 동물성도 식물성도 아닌 어머니의 아릿한 몸내였던가요?

이게 사위도 주지 않는다는 그 '아시정구지'인데요, 부추를 왜 정구지, 파옥초라 하시는지는 아시지요? 저야 뭐 ‘아시 정구지’든 ‘첫물 정구지’든 먹어봐야 집 부술 일도 없으니, 묵사발이나 한 그릇 실없이 당겨보는 거지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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