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메밀밥과 오이소박이, '성경이에게'
[편집자주] "그래도 세상과 사람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버리지 말게 해 달라(오인태 시인의 페이스북 담벼락 글 재인용)'. 얼굴 모르는 친구들에게 매일 밥상을 차려주는 사람이있다. 그는 교사이고 아동문학가이고 시인이다. 그는 본인이 먹는 밥상의 사진과 시, 그리고 그에 대한 단상을 페이스북에 올려 공유하고 있다. 시와 밥상. 얼핏 보면 이들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일 수 있지만 오인태 시인에겐 크게 다르지 않다.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더불어 삶을 산다는 것. 시 역시 때론 각박하고 따뜻한 우리 삶 우리 이야기다. 시와 함께 하는 '밥상 인문학'이 가능한 이유다. 머니투데이 독자들께도 주 3회 오인태 시인이 차린 밥상을 드린다. 밥상을 마주하고 시를 읽으면서 정치와 경제를 들여다보자. 모두 사람 사는 이야기니 어려울 게 없다.

이십 대 초반에 교직에 들어와 해직기간을 포함하면 거의 삼십여 년 동안 교직생활을 하면서 세 번을 아이들과 헤어졌더랬지요. 한번은 89년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됐을 때고, 또 한 번은 2010년 전문직 공채시험에 합격하여 곧바로 도교육청에 인턴장학사로 발령 받아 가서고, 그리고 6개월 만에 다시 학교로 돌아가라 해서 나와 있다가 이 년 뒤인 지난해 이곳으로 떠나오면서였는데요. 첫 번째는 타의에 의해서, 두 번째는 자의에 의해서, 세 번째는 자의인지 타의인지 도대체 스스로도 헷갈리는 일인데 말입니다.
지금 와서 그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요. 학교에 있다 보면 떠나오고 남게 되는 일이 일상적이긴 합니다만, 떠나는 사람이든 남아있는 사람이든 다 스스로 거취를 결정한 일이기 때문에 떠나는 사람은 오로지 떠나는 사람으로서 남아있는 사람은 오로지 남아있는 사람으로서 자신을 살피는 일에만 급급할 수밖에 없겠지만, 이게 순전히 강제에 따른 생이별이라 하면요? 남겨진 사람의 슬픔이 클까요? 떠나는 사람의 슬픔이 클까요?
등 떼밀려 떠나오며 남겨두고 온 그 아이들......, 이제 삼십대 중후반의 나이가 되었겠군요. 그때, 소태처럼 쓰디썼던 입맛을 새삼 떠올리며 거친 메밀밥을 지어 새삼 입안에 굴려보는데요. 쓰디쓴 기억도 씹을수록 단맛이 나는 거로군요. 며칠 전에 담근 오이소박이가 마침 적당히 익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