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문어수제비와 '행간'

지난 토요일 서울 통의동 ‘푸른역사 도서출판’ 한옥사무실에서 류근 시인과 함께 <머니투데이> 신혜선 부장을 만났지요. 원래는 제 휴가차 예정된 상경 길에 단독 인터뷰하게 되어있던 일정이 하루 전에 돌연 ‘남인태 북류근 대담’ 형식의 공동 인터뷰로 바뀐 건데요.
물론 이 뜻밖의 만남이 성사된 데는 신 부장의 기발하고 민첩한 기획력과 저돌적인 추진력에 힘입은 바 있지만, 무엇보다 ‘남인태’의 상경에 대한 ‘북류근’의 성심을 다한 환대와 예우에 따른 결과임을 의리의 영남사림 ‘남인태’가 모를 리 없지요. 그리하여 이 절묘한 이벤트의 성패를 떠나 두 사람 간에는 새삼 도타운 우정을 확인하고 더욱 돈독히 한 자리가 되었던 건데요.
두 사람을 인터뷰하는 내내 인터뷰어가 두 인터뷰이의 차이를 확인하려 했으나 모든 발문에서 거의 이견 없이 일치된 답변을 하자 당황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면서도 부러워 죽겠다는 표정이더군요. 이게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두 사람이 함께 ‘문제적’ 동시대를 살아온 시인인 데다 끊임없이 영혼의 허기를 느끼면서도 밥이 되지 못하는 시를 스스로 천형처럼 붙들고 사는 ‘상처적 체질’의 시인들이기 때문이지요.
사실, 한 사람은 매일 시를 거론하지만 매우 산문적이고, 또 한사람은 산문의 형식을 빌려 말하지만 본질적으론 매우 시적인데요. ‘남인태’가 ‘북류근’을 대견해하고 흠모해마지 않는 까닭이 바로 여기 있지요.
그날 푸른역사에 이어진 밥집에서 류 시인이 수제비 한 대접을 슬쩍 비우는 걸 보고 아, 이 인간도 밥을 먹는구나, 싶어 어찌나 신기하고 반갑던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