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고추라면과 '라면 같은 시'

양념스프와 건더기스프 외에 고춧가루 딱 한 가지만 넣어서 라면 끓여보셨나요? 가장 흔하게는 콩나물부터 미역, 다시마, 파, 시금치, 무, 우거지, 냉이, 바지락, 오징어, 문어, 낙지, 송이까지 온갖 것들을 라면에 넣어봤지만, 라면은 고춧가루만 넣어서 끓이는 게 깔끔하고 개운해서 좋더군요. 라면은 오직 한 가지, 핍박받은(는) 국민라면 삼양라면이지요.
우지파동, 그러니까 삼양쇠기름라면파동이 일어난 것이 89년 노태우정권 때였나요? 당시 값싼 식물성 팜유를 쓰던 여느 회사와는 달리 삼양라면은 값비싼 소고기기름으로 면을 튀겼는데, 이 소고기기름이 공업용이라고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라면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던 삼양라면이 결국 주저앉고 라면시장의 대권을 경쟁사에 내주게 된 사건이었죠. 그 뒤 삼양이 쓴 소기름은 미국 가정에서도 쓰는 2등급 고급기름으로 인체에 무해하다는 법원 판결이 났지만, 이미 삼양라면은 악덕기업의 대명사가 되었고, MSG에 길들여진 소비자들의 외면 속에 라면시장은 N사독주시대가 이어졌던 건데요. 한동안 아예 시장에서 종적을 감췄던 삼양라면은 이명박정부 때 미국산소고기수입반대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맹박산성에 맞서 삼양라면산성을 쌓으면서 다시 국민라면으로 복권했던 거지요.
국민의 입맛조차도 정권에 의해 기획되고 조종되는 일은 여전한데, 권언유착이 더욱 노골화된 지금의 상황에서는 결국 스스로 아는 정보로 알아서 판단할 수밖에 없으니 SNS가 더욱 유용해지는 것이겠지요. 오늘의 인류를 ‘호모에스엔에스’라 한다면, 동의하시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