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태의 詩가 있는 밥상]사십대, 멈춤과 돌아봄

[오인태의 詩가 있는 밥상]사십대, 멈춤과 돌아봄

오인태 시인
2013.10.18 07:46

<65>무채국과 '등뒤의 사랑'

[편집자주] "그래도 세상과 사람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버리지 말게 해 달라(오인태 시인의 페이스북 담벼락 글 재인용)'. 얼굴 모르는 친구들에게 매일 밥상을 차려주는 사람이있다. 그는 교사이고 아동문학가이고 시인이다. 그는 본인이 먹는 밥상의 사진과 시, 그리고 그에 대한 단상을 페이스북에 올려 공유하고 있다. 시와 밥상. 얼핏 보면 이들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일 수 있지만 오인태 시인에겐 크게 다르지 않다.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더불어 삶을 산다는 것. 시 역시 때론 각박하고 따뜻한 우리 삶 우리 이야기다. 시와 함께 하는 '밥상 인문학'이 가능한 이유다. 머니투데이 독자들께도 주 3회 오인태 시인이 차린 밥상을 드린다. 밥상을 마주하고 시를 읽으면서 정치와 경제를 들여다보자. 모두 사람 사는 이야기니 어려울 게 없다.

제 세 번째 시집인 『등뒤의 사랑』의 열쇳말을 두 개만 꼽으라면 ‘사십대’와 ‘등뒤의 사랑’쯤 되겠는데요. 97년 남해에 와서 4년을 근무하던 마지막 해에 마흔을 맞았고, 그리고 마흔하나 되던 해에 진주에 나가 그 다음해인 2002년에 이 시집을 냈거든요.

마흔이라는 나이의 의미코드는 무엇보다 ‘멈춤’과 ‘돌아봄’이겠지요. 누구든 마흔에 이를 때까지는 무작정 앞만 보며 달려왔을 테니까요. 마흔이 되고 여태껏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던 등 뒤를 비로소 돌아보니, 그 많은 얼룩들은 누구의 눈물자국인지......, 그리하여 『등뒤의 사랑』은 마흔 해를 살아오는 동안 내 등 뒤에서 나를 위해 헌신한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헌사였던 셈이지요.

찬바람이 드는 늦가을부터 겨울 내내 어머니는 무슨 무채를 그리도 썰어내셨는지, 말려 무말랭이를 담그기도 했고, 더러는 무채나물이나 무채국을 끓이기도 하셨는데요. 이렇게 무채를 잘박하니 끓인 나물을 ‘짠지나물’이라 했던가요?

이제 그 어머니도 가고, 집안가득 무채 말리는 알싸한 냄새도 사라진 가을이지만, 이렇게 지천명에 이르러서도 또 등 뒤를 문득 돌아보며, 홀로 무채를 끓이는 저녁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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