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태의 詩가 있는 밥상]아주 게으른, 짧은 여행

[오인태의 詩가 있는 밥상]아주 게으른, 짧은 여행

오인태 시인
2013.11.06 07:53

<73>밤고구마와 산머루즙 그리고 '호미질'

[편집자주] "그래도 세상과 사람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버리지 말게 해 달라(오인태 시인의 페이스북 담벼락 글 재인용)'. 얼굴 모르는 친구들에게 매일 밥상을 차려주는 사람이있다. 그는 교사이고 아동문학가이고 시인이다. 그는 본인이 먹는 밥상의 사진과 시, 그리고 그에 대한 단상을 페이스북에 올려 공유하고 있다. 시와 밥상. 얼핏 보면 이들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일 수 있지만 오인태 시인에겐 크게 다르지 않다.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더불어 삶을 산다는 것. 시 역시 때론 각박하고 따뜻한 우리 삶 우리 이야기다. 시와 함께 하는 '밥상 인문학'이 가능한 이유다. 머니투데이 독자들께도 주 3회 오인태 시인이 차린 밥상을 드린다. 밥상을 마주하고 시를 읽으면서 정치와 경제를 들여다보자. 모두 사람 사는 이야기니 어려울 게 없다.

재미있는 모임에 초대를 받았어요. 예술마당솔에서 마련한 ‘오인태시인과 함께하는 아주 게으른, 짧은 여행’이라는 제목을 단 행사인데요. ‘산장에서 늦잠자기’라고 붙은 부제가 넌지시 암시하듯 산장에서 늦게까지 ‘속닥속닥 삶의 이야기’를 나누다가, 클래식기타가 켜는 선율에 젖었다가, 새벽녘이 되어서야 바비큐로 포만해진 몸을 뉘어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한 번 늘어지게 자본다는 건데요.

그러고 보니, 이렇게 밤늦게까지 꼬물꼬물, 꼼지락꼼지락하다가 새벽녘에야 잠들어서는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자다가 일어나서는 또 종일을 빈둥거려본 적이 언제인가 싶군요. 충분한 휴식이란 바로 이 ‘빈둥거리는 경지’에서 완전히 몸과 마음이 풀어져야 얻어지는 것일 텐데 말이지요.

고구마가 토실토실하니 맛있네요. 고구마 하니까 생각나는 얘기가 있는데요, 장학퀴즈에 나갔던 경상도 학생이 고구마가 답인 것을 ‘고매’라고 답했다가 이를 아쉬워한 사회자가 “세 글자”라고 힌트를 주자 ‘아, 알았다’는 듯 “물고매”라고 자신만만하게 대답했지만, 결국 오답으로 처리되었다는 실화 같은 우스개얘기가 있지요? 실화라고요? 어쨌든, 지금 제가 먹고 있는 이 고매는 그 학생이 얘기한 ‘물고매’가 아니라 팍신팍신한 ‘밤고매’인데요.

참, ‘오인태 시인과 함께하는 아주 게으른, 짧은 여행’은 이번 주 토요일 경남 창녕군 화왕산장에서 하니까요. 오셔서 늦잠 한 번 같이 늘어지게 자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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