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태의 詩가 있는 밥상]무채를 썰며 시를 기다리는 저녁

[오인태의 詩가 있는 밥상]무채를 썰며 시를 기다리는 저녁

오인태 시인
2013.11.08 07:40

<74>콩나물무밥과 무생채무침 그리고 '시가 내게 왔다'

[편집자주] "그래도 세상과 사람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버리지 말게 해 달라(오인태 시인의 페이스북 담벼락 글 재인용)'. 얼굴 모르는 친구들에게 매일 밥상을 차려주는 사람이있다. 그는 교사이고 아동문학가이고 시인이다. 그는 본인이 먹는 밥상의 사진과 시, 그리고 그에 대한 단상을 페이스북에 올려 공유하고 있다. 시와 밥상. 얼핏 보면 이들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일 수 있지만 오인태 시인에겐 크게 다르지 않다.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더불어 삶을 산다는 것. 시 역시 때론 각박하고 따뜻한 우리 삶 우리 이야기다. 시와 함께 하는 '밥상 인문학'이 가능한 이유다. 머니투데이 독자들께도 주 3회 오인태 시인이 차린 밥상을 드린다. 밥상을 마주하고 시를 읽으면서 정치와 경제를 들여다보자. 모두 사람 사는 이야기니 어려울 게 없다.

교육기획자로서 지금까지 제가 기획했던 일은 학교교육과정, 학부모통신, 학교축제, 방과 후 프로그램 같은 것들이었는데요. 지금은 일반화되었지만 처음 이런 일들을 시작할 때만 해도 선행사례가 없어서 모델을 직접 만드는 일이었지요.

지난해에 남해에 오니 ‘남해 얼 계승교육’을 추진하라는데 교육청역점사업으로 설정해놓기만 했지, 아무런 이론도, 프로그램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관련 자료와 지역인사들의 견해를 종합하여 남해정신을 세 가지로 정리했는데 그것이 바로 ‘다랭이정신’ ‘바래정신’ ‘찬새미정신’, 즉 삼남정신이었지요. 간단히 설명하자면 다랭이정신은 남해사람 특유의 억척스러움과 근면정신을, 바래정신은 공존, 상생의 정신을, 찬새미정신은 기개와 충절정신을 ‘다랭이논’ ‘바래길’ ‘찬새미’라는 구체적 지명을 통해 표상한 것인데요, 교육프로그램이 되려면 이렇게 구체적인 경험의 장을 제공해야하니까요. 어쨌든, 첫해엔 체험 위주의 교육을 하다가 올해에는 이를 개별화, 내면화하여 ‘나의 남해사랑 이야기’를 스스로 만들어 이야기하도록 했지요.

유배문학관에서 연 서포김만중추모백일장 심사를 하고 돌아와 하릴없이 이렇게 누군가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데요. 기획안을 작성하거나 산문을 쓰는 일은 시간을 들여 머리를 짜면 되지만, 시는 그렇지 않거든요. 겨울문예지에 동시 두 편, 시 두 편을 보내야 하는데 말이지요.

무가 벌써 단맛이 나네요. 무채를 썰어 콩나물무밥을 해봤는데요. 무밥이든 콩나물밥이든 양념장이 좋아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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