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문어호박수제비 그리고 '새해편지'

그, 일 년을 살아내고 또 이렇게 새해를 맞이했군요. 안녕들 하신가요?
한때, 그런 적이 있었지요. 국가와 내 자신을 일치시켜 국민인 ‘수많은 나’로 이뤄진 집단이 곧 국가고, 그래서 국가가 바로 내 자신이라고.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내 인권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줄 것이라고 믿었던 국가가 어느 날 갑자기 표변하여 내 인권을 짓밟고, 생명을 위협하고, 재산을 빼앗고……, 그럴 때는 이미 국민이 국가에 위임한 권력, 즉 공권력은 정당성을 상실한, 폭력이 되는 거지요. 국가는 국민 위에 군림하는 이념, 또는 지배자임을 강변하는 자들에게 ‘변호인’ 송우석은 항변하지요. “국가는 곧 국민”이라고.
처음엔 송우석이 진우에게 그랬지요. “바위에 계란을 쳐봤자 계란만 깨질 뿐, 바위에는 어떤 상처도 남지 않는다.”고. 그런 송우석에게 진우는 그랬지요. “아무리 강해도 바위는 죽은 것이고, 아무리 약해도 계란은 산 것이다. 계란에서 태어난 닭이 언젠가는 바위를 넘을 것이다.” 그런 진우가 고문에 못 이겨 모든 것을 포기하려고 할 때 송우석이 진우에게 이 말을 그대로 되돌려주게 되는데요.
‘부림사건’이 일어났던 80년대 초, 송우석과 진우가 마주했던 그 바위 앞에 지금 서있는 당신, 바위에 깨지는 계란이 되시렵니까. 바위를 뛰어넘는 닭이 되시렵니까.
떡국 대신 칼칼한 문어호박수제비로 일단 한숨 고르고 보자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