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칼비노 전집 1차분 발간…2017년까지 나머지 7권 완간

마법과 같은 시간의 도시들을 불러내 환상 여행에 동참시킨다. 거미줄 같은 도시 옥타비아와 다른 놀라운 도시들을 묘사할 때, 마르코 폴로는 상상속 여행을 멈출 수 없다. 도시와 기억, 욕망, 죽음, 기호에 관한 이야기가 몽환적인 분위기로 이어지고, 그 이야기는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도시의 모습, 그것이다.
이탈로 칼비노의 후기 대표작인 ‘보이지 않는 도시들’은 그의 소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작품으로 꼽힌다. 도시를 묘사한 이 스케치들은 물리적 형태뿐 아니라, 심리와 감각의 영역까지 건드리며 공간이 주는 의미를 심도있게 통찰한다.
마술적 리얼리즘의 대가 마르케스, 해체와 창조를 통한 포스터모더니즘의 선구자 보르헤스와 함께 ‘환상문학’의 대표 작가로 꼽히는 이탈로 칼비노(1923~1985)의 전집은 차갑고 고독한 현대 삶속에 내리는 한줄기 빛 같은 희망의 서사시다. 어떤 것도 상상할 수 있지만, 그 상상이 결코 꿈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편을 완독하고 나면 우리 삶을 비추는 거울을 보는 듯하다.
첫 작품 ‘거미집으로 가는 오솔길’을 통해 그는 사실적 소재에 환상적인 분위기를 첨가한 네오리얼리즘의 진수를 선보였다. ‘우리의 선조들’ 3부작 시리즈에선 환상적인 우화 스타일로 방향을 틀었지만, 인간 사회의 시선을 냉철하게 투영하는 깊이있는 현실감은 여전히 잃지 않았다.
선과 악으로 몸이 분리된 남자를 주인공으로 한 ‘반쪼가리 자작’, 나무 위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인간 사회를 관찰하는 남작의 이야기를 다룬 ‘나무 위의 남작’, 존재와 비존재를 상징하는 두 인물을 기발한 상상력으로 그린 ‘존재하지 않는 기사’ 등은 그의 독특하면서도 결코 거리를 둘 수 없는 환상속 현실을 만나게 한다.
환상을 넘어 기호의 세계로 진입한 작품들도 쏟아졌다. 이미지와 텍스트의 상호관계를 탐구한 ‘교차된 운명의 성’, 하이퍼텍스트를 소재로 한 ‘어느 겨울밤 한 여행자가’ 등도 문단의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이번에 발간된 전집 중 1차분은 국내 초역인 ‘교차된 운명의 성’과 ‘어느 겨울밤 한 여행자가’ 2권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및 단행본으로 출간된 ‘거미집으로 가는 오솔길’ ‘반쪼가리 자작’ ‘나무 위의 남작’ ‘존재하지 않는 기사’ 등 5권이다. 나머지 7권은 2017년까지 완간 예정이다.
칼비노는 1981년에는 프랑스의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여한 뒤 84년 이탈리아인으로서는 최초로 하버드 대학교의 ‘찰스 엘리엇 노턴 문학 강좌’를 맡아달라는 초청을 받았다. 그러나 강연 원고를 준비하던 중 뇌출혈로 쓰러져 85년 이탈리아의 시에나에서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