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피아니스트 김정원··· 31일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시리즈 첫 무대

"슈베르트는 평생 베토벤을 동경하면서도 끝내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다고 합니다. 오스트리아 빈에 함께 살면서도 말이죠. 그러다 죽을 때서야 베토벤 옆에 묻히고 싶다고 말했대요. 소심하지만 어린아이 같고 순수한 이런 마음이 슈베르트의 음악에는 고스란히 녹아있는 듯합니다."
'가곡의 왕'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니는 오스트리아 출신 작곡가 슈베르트(1797~1828). 그의 피아노 5중주 '송어'는 무척 유명하지만 음악적인 색깔에 대해서는 대중에게 여전히 낯선 작곡가다.
피아니스트 김정원 경희대 교수(39)는 "슈베르트 곡은 피아니스트들에게도 막상 생소하고 접근하기 어려운 곡이 많다"고 했다.
그런 김 교수가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에 나선다. 오는 31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무대를 시작으로 2016년까지 5차례 걸쳐 21곡을 모두 연주하고, 별도로 전곡을 녹음하는 여정에 오른다.
쇼팽이나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완주하는 경우는 종종 있으나 슈베르트 소나타 전곡에 도전하는 피아니스트는 많지 않다.
31세로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슈베르트의 음악을 들어보면 의외로 젊지 않다. 노인이 중얼중얼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하고, 방랑하는 이의 마음이 느껴지기도 한다. 쉽게 들리다가도 한없이 사색하게 만들기도 하는 묘한 맛이 있다.
슈베르트는 과연 어떤 사람이었고, 그의 음악은 어떤 매력이 있는지 물었다.
"한입 딱 먹었을 때 맛있는 음식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런 음식은 첫맛은 좋지만 금방 질릴 수 있죠. 슈베르트는 이와 반대에요. 두 번 세 번 계속 먹을수록 진정한 맛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간을 하지 않은 채 좋은 재료 본연의 맛을 느끼게 하는 음식이요. 그가 수줍음이 많은 순수한 사람이었던 것처럼요."
슈베르트의 음악에 강렬함이나 드라마틱한 테크닉이 없다는 얘기일까.
김 교수는 음표가 적다고 연주하는 게 쉬운 것은 아니라며 테크닉 부분도 결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고전음악에서 낭만음악으로 넘어가던 시기라 두 음악의 기술적 어려움을 다 지니고 있다는 설명이다.
"밍밍하고 심심하다는 사람도 있지만 연주자에게는 치열합니다. 슈베르트의 음악은 연주자를 통해 완전히 새로 태어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죠. 그의 곡은 연주자가 만들어낼 수 있는 여백이 넉넉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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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 곡의 매력일까. 연주자는 작곡가의 의도를 최대한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우선이라지만, 슈베르트만큼은 상상력을 더해 악보 이상의 것을 연주자가 채워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김 교수는 이번 연주에 대해 "나를 만나는 여행"이라고 말했다.
"15살 나이에 빈에 유학 가서 마주한 첫 겨울은 너무나 춥고 쓸쓸했어요. 그런데 제가 살던 곳 가까이에 슈베르트가 살았던 집을 발견한 거죠. 그토록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냈던 슈베르트가 저처럼 이 추운 빈의 겨울을 느끼며 살았을지 모른다는 생각은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슈베르트는 제 이웃이고 정다운 친구였습니다."
그 소중한 우정을 김 교수는 이번 연주 여정을 통해 꺼내 보인다. "슈베르트의 음악은 벌거벗은 느낌으로 쳐야 하기 때문에 힘들다"면서도 "씹을수록 담백하고 맛 좋은 이 음식을 어떻게 처음 맛보는 청중들에게도 오롯이 전할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피아니스트의 이번 여행을 지켜보는 청중들도 순수하고도 아름다운 슈베르트 음악에서 새로운 맛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김정원 피아노 리사이틀-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시리즈Ⅰ=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5번 A플랫 장조 D.557, 13번 A장조 D.664, 19번 C단조 D.958 입장료 R석 6만원, S석 4만원. 문의 070-8879-84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