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심 면세점과 명동 거리에 나가보면 요우커(중국인 관광객)가 쓰나미처럼 밀려오고 있다는 이야기가 실감난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외국인전용 카지노에는 이미 중국인 비중이 80%를 차지할 정도다. 그런데 이들을 맞는 우리에겐 딱히 특화된 관광정책이 없어 보인다.
최근 요우커들의 방문은 영화 2편을 떠올리게 한다. 한 달 여만에 1000만명과 1700만 관객을 돌파한 '태극기를 휘날리며'와 '명량'이다. 두 영화는 '인해전술'이 쓰인 전쟁영화라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다.
태극기를 휘날리며의 시대적 배경이 됐던 1951년 1·4후퇴에서 우리는 중공군의 인해전술에 속수무책으로 밀렸다. 요우커의 급증세를 보며 이 장면이 오버랩 되는 것은 현재 요우커의 엄청난 방문과 이 상황을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현실이 비슷하다는 단상에서다.
호텔 부족 논란이 대표적이다. 문화부에서는 최근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추세를 반영하면 시내 호텔이 부족하다는 분석 자료를 내놨다. 반면 호텔업협회는 현재 운영하고 있는 호텔들도 경영난이 심각하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실제 특급호텔의 경우 연중 만실이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호텔신라의 경우 지난 2분기에도 호텔사업은 적자를 면하지 못했다. 적어도 시내 특급호텔의 객실수는 부족하지 않다는 의미로 읽힌다.
중저가 호텔은 어떨까. 2~3년전 일본인 관광객이 급증해서 시내 호텔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던 대형 여행사들이 100달러 내외의 비즈니스호텔업에 뛰어들었지만 지난해부터 엔화약세 등으로 일본인 관광객이 크게 줄면서 객실 점유율이 9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예상외로 몰려드는 요우커들은 어디에서 머무는 걸까. 불법 숙박업소로 내몰리는 요우커들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저가 패키지 상품의 경우 조식을 포함해 5만원대의 숙박시설을 원한다"며 "모텔은 그나마 나은 편이고, 창고에 침대를 늘어놓은 곳에서 한국의 밤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물론 저가 패키지를 이용하는 요우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면세점과 카지노에서 돈을 쓰는 외국인 관광객도 역시 중국인이다. 이는 거대한 중국 대륙만큼 요우커들의 시민의식이나 주머니 사정도 다양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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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명량'에서는 일본인들이 인해전술로 침략해왔다. 1597년 임진왜란 6년에 12척의 조선 수군이 330척의 왜적과 맞섰던 전쟁이다. 너무 뻔했던 싸움이었지만 그 결과는 결코 뻔하지 않다. 지금 이순신의 리더십을 이야기하자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환경 분석이다. 단순한 숫자 분석만으로는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지만 환경(울돌목)과 사람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분석해 적군과 아군의 마음을 모두 움직이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요우커가 몰려온다고 하지만 한국을 방문한 요우커는 11%에 불과하다. 한국을 찾는 비중이 높아진다면 현재의 호텔 객실수는 터무니없이 부족할 수 있다. 하지만 외교문제와 엔화약세 등의 이유로 일본인 관광객이 감소했듯이 요우커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장담할 순 없다. 제대로 된 분석을 기반으로 철저한 수요예측이 필요하다.
특히 관광은 단순히 공장에서 찍어내는 물건을 파는 게 아니기 때문에 환경 분석과 함께 관광객들의 심리분석도 중요하다. 한국의 관광산업을 보호하고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수급도 조절할 수 있을만큼 '명량'에서 보여준 섬세한 분석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