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독서만능'

월터 아이작슨이 쓴 ‘스티브 잡스’는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지만, 정작 이 책을 산 독자 일부는 큰 분량을 이기지 못하고 베개로 사용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종종 들려왔다. 인지도나 품격만 보고 체화 대신 소장 개념으로 책을 수용하려는 이들을 향한 풍자인 셈이다.
법제처장을 지낸 이석연 변호사는 ‘책, 인생을 사로잡다’를 통해 다소 ‘엉뚱한’ 독서법을 권한다. 이른바 ‘노마드’(Nomad·유목민) 독서법이다. 초원을 찾아 끊임없이 이동하는 유목민처럼 책과 책 사이를 횡단하고, 때론 행간과 행간을 건너뛰는 방식이다. 그래서 그는 ‘베스트셀러’를 경계하고, 하나의 책을 완독하자는 율곡 이이의 방법도 피한다. 여러 권을 한꺼번에 갖다놓고 이것저것 마음 내킬때마다 읽어도 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일본 최고의 석학자로 불리는 가토 슈이치가 낸 ‘독서만능’은 이보다 한술 더 뜬다. 권장독서를 읽어도 인생이 변하지 않는 ‘권장독서의 역설’로 피해(?)를 본 이들이 책에서 자기 자신을 읽지 못하는 건 허울에 불과할 뿐이라며 독서술을 바꿔야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렇다면 어떤 독서의 기술이 필요할까. 저자는 이렇게 해답을 던진다. 독서는 사랑의 행위처럼 침대에서 이뤄져야하고, 여행의 동반자이어야하며, 콩나물시루같은 대중교통 안에서도 충분히 해 볼 만한 재미가 있어야한다고 역설한다. 심지어 책을 읽지 않고도 읽은 척 유세까지 떨라고 조언한다.
“나에게 어려운 책은 나에게 필요없는 책이고, 나에게 필요한 책은 나에게 반드시 쉽다.”(192쪽) 중요한 것은 주어진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한 권의 책을 자신의 문제의식에 맞게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책이란 ‘나’의 문제의식과 맞닿아있지 않다면 재미도 없고 제대로 읽을 수도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책’(대상-Object)이 아닌 ‘나’(주체-Subject)가 선행이고, ‘어떤’(What)이 아닌 ‘어떻게’(How)가 관건인 셈이다.
페이지를 넘겨보다가 모르겠다 싶으면 바로 접어야한다. 그것만 충분히 이해하면 공연한 허영심과 공연한 열등감을 줄이고 시간 낭비를 없앨 수 있다고 저자는 확언한다. 그렇게 호기심을 자극하는 대상을 하나씩 늘려가면서 독서의 재미를 ‘발견’하는 것이다.
1962년에 처음 나온 이 책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일본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버젓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비결은 ‘인생은 짧고 재미있는 책은 많다’는 간단한 명제를 이 책이 쉽고 정확히 알려주기 때문이 아닐까.
독자들의 PICK!
◇독서만능=가토 슈이치 지음. 이규원 옮김. 사월의책 펴냄. 208쪽/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