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식사 전보다 식사 후 판사의 가석방 승인 비율이 높을까

왜 식사 전보다 식사 후 판사의 가석방 승인 비율이 높을까

김고금평 기자
2014.10.04 06:40

[BOOK] '비합리성의 심리학'…인류의 진화, 세포 오류, 편견 등이 원인

어떤 이유로 판사들이 식사를 한 이후가 식사 전보다 가석방 승인 비율이 높을까. 2001년 9.11 테러 직후 비행기 대신 자동차를 선택한 미국인들의 행동은 과연 합리적이었나.

의사들은 환자의 병을 오진하고, 관객들은 지루한 영화에도 자리를 끝까지 지킨다. 왜 사람들은 자신과 타인에게 엄청난 해를 끼치는 잘못된 결정을 되풀이하는 걸까.

영국의 실험 심리학자인 스튜어트 서덜랜드가 쓴 ‘비합리성의 심리학’은 따끔한 충고 같은 책이다. 책은 인간은 왜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는지, 비합리성이 개인과 사회에 끼치는 해악은 무엇인지, 비합리적 행동의 예방법은 무엇인지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이성적 동물’로 규정했지만, 저자는 인간의 기질이 ‘비합리성’에 근거한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은 자기가 정한 신념에 맞는 증거 찾기에 몰두하며, 행복한 기분을 위해 자신의 생각을 왜곡한다는 것이다. 때론 생각 없이 권위에 복종하거나 군중 심리에 휩싸여 어리석은 일을 하고, 집단에 기대 극단적인 결정을 일삼기도 한다.

저자가 보는 비합리성의 근본 원인은 ‘인류의 진화’와 ‘세포의 네트워크 오류’ 등이다. 진화의 부산물로 인류의 집단에 대한 충성심이 지금까지 남아 비합리적 행동을 유발하는 것이 첫 번째 원인이고, 여러 것을 처리하지 못하는 뇌신경 세포들이 가장 인상적인 것에 큰 영향을 받는 오류가 두 번째 원인이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인간의 ‘자기 중심적 편견’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전혀 자각하지 못한 채 사회적·감정적 편견에 매달리면서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외면하려고 갖은 애를 쓰고 있다”며 편견이 주는 위험성을 경고했다.

합리적 선택이 반드시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다만 전문가들이 의사 결정을 하는데는 반드시 합리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이 저자가 역설하는 요지다. 근거없는 믿음과 가정들에 경도돼 스스로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적극 추천되는 책이다.

<저자가 100가지 실험으로 밝혀낸 비합리적 사례들>

△가용성 오류: ‘유명 배우가 암에 걸렸다는 뉴스가 정부 캠페인보다 암 예방에 효과적인 이유는’=강렬한 감정이 일어나거나 극적인 것, 구체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드는 가용성은 이미 머릿속에 각인된 이미지나 틀이 만드는 것으로 첫인상 효과나 후광효과까지도 불러일으킨다.

△보상과 처벌의 효과: ‘성과급이 오히려 의욕을 꺽는 이유’=사람들은 보통 물질적인 보상 시스템이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유인책이라고 판단하지만, 이는 몹시 비합리적인 방식이라는 것이 여러 실험들을 통해 알려졌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칭찬 한마디’ 해주는 것이다.

△증거 왜곡: ‘왜 몽고메리 장군은 잘못된 신념을 고집했을까’=인간이 비합리적 행동을 보이는데는 물론 통계학적 지식에 무지한 까닭도 있지만, 그보다는 자신의 신념에 맞는 증거들만 취하려는 경향이 크게 작용한다.

△상관 관계 착각: ‘잉크 얼룩으로 동성애자를 판별할 수 있다?’=심리학에서 주로 사용되는 투사 검사 중 ‘로르샤흐 검사’는 복잡한 잉크 반점을 보고 대답하는 방식에 따라 동성애자, 편집증 환자 등을 밝혀낼 수 있다. 간단한 사안을 판단하기위해 수많은 정보를 고려하는데도, 정보간의 연관성을 명확히 밝힐 수 없다면 왜곡된 해석을 낳기 마련이다.

△잘못된 확률 계산: ‘확률과 통계를 모르는 의사들이 저지르는 끔찍한 실수’=유방암이 의심되면 유방 조직 생체 검사를 해야하는데, 이 검사는 마취를 해야하고 마취를 한 환자는 1만명에 2명꼴로 치명적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의사들이 합리적이라면 유방 조직 생체 검사를 실시할지 여부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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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금평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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