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10월 초면 계절에 맞지 않게 한층 달아오르는 곳이 있다. 바로 국제 영화제가 열리는 부산이다. 부산국제영화제(PIFF)가 국내를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대형 영화제로 발돋움한 만큼 이 맘 때면 영화제가 거행되는 해운대의 영화관은 물론 항도 전체가 들썩거린다.
올 10월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국내외 관광객 수십만명이 부산을 찾았다. 특히 지난 3일 영화의전당 내에 위치한 하늘연극장은 영화 '황금시대'의 주연배우 탕웨이를 보기 위한 관객들로 800석 규모의 객석이 꽉 찼다. 일반적으로 영화관 좌석수가 150~300석인 것을 감안하면 부산영화제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그러나 손님을 맞이하는 부산시를 보면 진짜 잔칫집 주인이 맞는지 고개가 갸우뚱 해진다.
영화제 개막 4일째이자 일요일인 5일 오전, 영화제 레드카펫이 깔린 해운대구 일대는 일순간 교통이 마비됐다. 부산시가 하프마라톤 대회를 위해 오전 내내 해운대구 일대의 교통을 통제했기 때문이다. 특히 영화제 주요 행사가 예정된 해운대구 센텀시티로 통하는 광안대교 통행이 통제되면서 여기저기서 원성이 터져 나왔다.
센텀시티와 해운대를 오가는 셔틀버스 운행도 마라톤 대회로 일부 취소되면서 남포동 부산극장 영화를 선택한 관객들은 애써 구한 영화표를 버려야 했다.
부산극장이 위치한 남포동(남포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해운대(해운대역)로 가려면 환승 소요시간 등을 감안해 최소 1시간30분이 필요하다. 이 코스를 광안대교를 통해 버스나 택시로 이동하면 30분이면 충분하다. 영화제를 찾는 관객들은 출품작을 한편이라도 더 감상하기 위해 일정을 빠듯하게 짜는 게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갑작스런 교통 통제로 적지 않은 관객들이 반나절 일정을 공치게 됐다. 영화제는 일반 상영과 달리 지각하면 입장을 아예 제한하기 때문이다.
이날 해운대 영화관에서 만난 정수지씨(23세)는 "보고 싶은 영화를 고르다 보니 오늘만 일정상 광안리 숙소와 남포동, 해운대를 왕복해야 한다"며 "(교통 통제를 미처 모르고 있다가) 오전 10시 영화도 놓쳤다"고 말했다.
부산영화제는 내년이면 20회째를 맞이한다. 밤기차를 타고 뜬 눈으로 부산으로 내려와 현장 판매 표를 사기 위해 3~4시간씩 줄을 서는 영화 팬들을 위해 잔칫집 주인다운 넉넉한 인심이 필요하다. 부산영화제에 찾아온 손님들을 부산의 팬으로 만들려는 마음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