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시장 美 30% vs 韓 3%…"책읽어야 전자책도 팔리지"

전자책시장 美 30% vs 韓 3%…"책읽어야 전자책도 팔리지"

김고금평 , 양승희 기자
2014.12.24 05:38

세계평균 13%에도 한참 못미쳐…진화하는 전자책 시장의 미래 콘텐츠 확충 숙제

세계 전자책 시장 규모는 평균 13%. 미국은 30%에 육박한다. 이에 비해 한국은 IT강국이라는 명예에도 불구하고, 2~3%에 불과하다. 양질의 콘텐츠 부족, 비용 문제 등 전자책을 멀리하는 나름의 이유들이 존재하지만, 전자책이 미래 출판시장의 대세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이미 세계는 전자책 활성화에 대한 미래 전략 등으로 분주하다. 검색 플랫폼을 바탕으로 전자책 사업을 시작한 구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한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의 적극적인 공세는 시장 주도권을 지키기 위한 생존의 몸부림으로 다가오고 있다. 중국은 아예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디지털 출판 시장의 주도권을 쟁취하기 위한 한국의 경쟁력과 전략은 무엇일까. 국내 전자책 시장의 현주소와 미래 가능성을 들여다봤다.

◇ ‘오픈 소스로 쌍방향 교류’ 국내 전자책 시장의 새로운 화두

1월2일 오픈하는 출판사 자음과모음의 별도 법인 ‘에브리북’은 모든 소스를 열어두는 ‘개방형 전자책 사이트’를 지향하고 있다. 웹(web)과 앱(app)을 동시 실현시키는 콘텐츠는 로맨스, 추리, 스릴러 등 장르 소설을 연재물로, 인문학, 고전문학 등은 완결책 형태로 서비스한다. 연재물로 이미 선정된 장르 작가들만 50명이다.

에브리북의 김태원 이북팀장은 “단순 연재 플랫폼이 아니라 10만권 이상의 전자책을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 포털 사이트”라며 “연재물과 완결책의 비중이 50대 50이어서 다양한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이트의 가장 큰 장점은 쌍방향 교류다. 이를테면 한국 작가의 소설이 올라오면, 한국어를 잘하는 중국인이나 일본인 등 현지인 누구나 번역본을 올려 자국에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념이다. 그 역도 성립한다. 중국이나 일본 소설이 올라오면 한국 또는 다른 나라 번역자들이 그 나라 문화에 맞게 번역한 뒤 서비스한다.

‘한 권의 소설, 한 사람의 번역’이라는 오프라인의 판에 박힌 형식은 적어도 이 사이트에서 지켜지지 않는다. 인기 소설에 대한 수십, 수백 명의 번역자가 참여하도록 열린 통로가 제공되는 셈. 이를 위해 에브리북 측은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권역에서 콘텐츠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연계사업을 진행키로 했다.

또 하나의 차별화는 ‘읽는’ 소설과 더불어 ‘보는’ 소설에 대한 서비스도 동시에 진행한다는 점이다. 강병철 자음과모음 대표는 “소설에 맞춘 웹툰이나 영화를 병행하는 서비스도 진행할 예정”이라며 “한류를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 규모는 ‘성장’, 장르는 ‘편중’, 콘텐츠는 ‘공급중’

신세계I&C의 ‘오도독’, 삼성전자의 ‘삼성북스’ 등 대기업은 전자책 시장에서 이미 철수했지만, 중소기업들은 전자책의 미래 시장을 놓지 않고 있다. ‘리디북스’ ‘아이이펍’ ‘북잼’ ‘아이웰’ 등 경쟁력 있는 중소 스타트업 업체들은 각자의 전문성을 살리는 한편 독자의 특성을 고려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꾸준히 사업을 진행 중이다.

리디북스의 경우 독자 성향에 따라 책을 추천하는 ‘개인형 맞춤 서비스’, 문자·이메일로 책을 선물하는 기능 등을 제공하고, 밑줄을 그어 따로 저장하는 ‘메모기능’과 음성으로 책을 읽어주는 ‘TTS(Text to Speech)기능’을 추가하는 등 소프트웨어 품질을 개선하는데 집중한다. 아이이펍은 고객의 의뢰내용과 서비스하는 플랫폼에 따라 디지털콘텐츠를 맞춤형으로 제작, 공급한다.

180만 회원에게 30만 권의 전자책을 제공하는 리디북스는 올해 연 매출이 2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네오플럭스, 미래에셋벤처투자 등으로부터 80억 원대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리디북스 측은 “이번 투자를 사업 확장의 발판으로 삼아 콘텐츠 활성화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전자출판협회에 따르면 국내 전자책 시장 규모는 1975억원(2010년), 2891억원(2011년) 3250억원(2012년), 5838억원(2013년)으로 매년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전체 도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에 불과한 수준이다.

장르 편중화도 해결해야할 과제다. 판매된 전자책의 분야를 살펴보면 로맨스소설, 무협소설, 만화 등 장르문학의 비중이 단연 압도적이다. 교보문고의 장르문학 점유율은 45.5%, YES24는 48.2%에 이른다.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전자책에서 주로 소비되는 콘텐츠를 분석해보면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고 내용보다는 이미지 위주로 구성됐으며, 이성적인 글보다는 몸과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자책 시장은 장르문학을 중심으로 규모를 키우고 있지만 올해는 인문사회, 경제 분야 서적도 인기를 끌었다. 출판사들이 신간을 낼 때 전자책 버전을 함께 출시하면서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도 종이책과 비슷한 흐름을 보인 것이다.

올해 전자책 베스트셀러 1~2위를 차지한 책은 요나스 요나손의 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으로 종이책 베스트셀러 순위와 일치했다. 장르문학을 제외한 전자책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살펴보면 강신주의 ‘감정수업’,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등 인문·경제 분야 서적이 올랐다.

교보문고 측은 “인문·경제 분야 콘텐츠 공급이 독자들의 구매로 이어진 것을 보면, 결국 전자책 시장의 성장은 콘텐츠가 좌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인터파크 도서가 지난해 출판 관계자 86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6.9%가 전자책 시장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사항으로 ‘콘텐츠 보강’이라고 응답했다. 합리적인 가격(17.5%)이나 전자책 경험(13.8%)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을 유인할 요소는 양질의 ‘콘텐츠’라는 것이다.

◇ 전자책 시장 활성화 관건은 ‘책 읽는 문화’

전문가들은 전자책 시장이 커지지 못하는 근본적 이유를 독서인구 자체가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문체부가 조사한 ‘국민 독서 실태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성인의 월평균 독서량은 2009년 0.9권에서 2013년 0.76권으로 감소하는 등 책 읽는 문화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책읽는 문화가 조성되지 않으면 전자책 시장의 미래도 보장할 수 없다”며 “독서 생태계 자체가 날로 사막화되고 있는 현실부터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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