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크레이지 호스’ 파리 공연…여성 몸의 곡선, ‘아트’로 표현

막이 걷히는 순간, 숨도 막혔다. 한꺼번에 11명의 ‘크레이지 걸’이 젖가슴을 드러낸 채 일렬로 늘어서자 무대를 향하는 관객의 평범한 눈빛이 금세 관능의 눈빛으로 바뀌었다.
무대의 첫 시작은 군대에서 흔히 하는 도열과 열병의 의식이었다. 간격 하나 비뚤어지지 않는 도열, 용수철의 탄성을 연상케하는 거수경례 등 절도있는 의식 앞에서 본능을 자극하는 젖가슴을 엿보는 일은 오묘했다. 외설과 예술의 경계에 서서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난감한 상황과 마주친 느낌이랄까.
1일(현지시간) 오후 8시15분 프랑스 파리 조지5가 크레이지호스파리에서 열린 ‘크레이지 호스(crazy horse)’ 공연은 극대화한 노출에도 불구하고 예술적 퍼포먼스 덕분에 ‘누드쇼’나 ‘저질쇼’로 정의하기 어려웠다.
이 무대는 오는 27일부터 6월30일까지 서울 광진구 쉐라톤그랜드워커힐 워커힐시어터에서 초연한다.

파리에서 미리 본 공연은 여성 몸의 아름다움이 어디까지 표현될 수 있는가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크레이지 걸’들은 몸을 곡선화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혀를 내밀거나 시선으로 제압하는 식의 보편적 유혹의 몸짓이 아닌, 몸 그 자체로 승부했다. 한쪽 다리를 무대에 걸치고 상반신을 객석쪽으로 뉘어 사다리형태의 농염한 모습을 취한다거나, 먹이를 향해 다가가는 고양이의 교태를 흉내내거나 실오라기 하나 걸친 듯한 야릇한 팬티를 비웃듯 양쪽 엉덩이를 수시로 내밀었다.
댄서들 옆에는 언제나 봉이 있었고, 그 봉으로 이들은 아트 퍼포먼스를 벌였다. 때론 2인, 3인, 5인이 한 조를 이뤄 앞으로 내밀고, 옆으로 꼬고, 다리를 찢는 다양한 형태의 관능을 과시했다.

무대를 지배하는 색은 관능의 상징 '레드'다. ‘크레이지 호스’는 여성의 노출을 있는 그대로 내보이지 않고, 그 몸에 빨강 빛이 담긴 프로젝션을 쏘아 몸을 입체화했다.
예술적 시각에선 ‘빛과 조명을 입은 여성 몸의 색다른 해석’으로 평가받겠지만, 일반인들의 관점에선 ‘퇴폐’로 비쳐질 수 있는 대목이다.
금융위기를 주제로 한 노출 장면은 이 공연에서 가장 생뚱맞으면서도 자극적이다. 오피스걸이 금융위기로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서서히 블라우스와 치마를 벗고 젖가슴을 드러낸 채 팬티 스타킹으로 묘한 포즈를 취한다. 남성의 암묵적 성 팬터지에 대한 노골적 실현이라는 평가가 나올 법하다.
2009년부터 이 공연의 예술감독으로 일하고 있는 알리 마다비(Ali Mahdavi)는 “이 쇼에서 노출은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는 장치이고, 이를 위해 빛이나 공간을 통해 시간을 뛰어넘는 초월적인 무엇을 보여주려고 한다”며 “이 공연이 독창적이고 신비하며 심지어 종교적인 냄새까지 맡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쇼와 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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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무대에선 볼 수 없는 마지막 장면은 11명의 ‘크레이지 걸’이 엉덩이에 말 꼬리를 달고 마구 흔들어대는 것이다. 이들은 채찍질에 야한 소리도 곁들이며 ‘크레이지 호스’의 질주를 도발한다. 이것은 외설일까, 예술일까.

1951년 파리에서 여성 찬미자 알랭 베르나댕이 만든 ‘크레이지 호스’는 65년간 프랑스 3대 ‘아트 퍼포먼스’ 중 하나로 자리잡으며 그 명성을 이어왔다. 전라의 무용수들이 빛과 영상을 입고, 최신 음악과 패션의 도움으로 전위적 퍼포먼스를 벌인다. 화가 살바도르 달리부터 대중스타 비욘세까지 이 공연에 영향받고 다양한 형태의 협업을 진행하면서 더 유명해졌다.
현재 파리에서 공연 중인 ‘크레이지 호스’는 ‘태양의 서커스’ 등의 안무를 담당한 필립 드쿠플레(Phillippe Decoufle)의 손을 탄 작품이다. 전통의 독창성과 현대의 세련된 연출이 섞인 ‘베스트 컬렉션’으로 구성됐다.
이 구성이 그대로 재연되는 국내 초연 무대는 프랑스 무대보다 3배쯤 크다. 가격의 범위도 훨씬 넓다. 관람료는 최저 S석 11만원(20~26세 7만7000원)에서 최고급 샴페인이 제공되는 VIP부스석 110만원(2인 기준)까지다. 15~30인 단체 VIP박스석은 550만원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