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름' 대신 '슬로 문화'로 잃어버린 자기모습 찾아야"

"'빠름' 대신 '슬로 문화'로 잃어버린 자기모습 찾아야"

김고금평 기자
2015.05.27 05:47

[인터뷰]'11회 U클린' 사회 맡은 탤런트 이광기…"과부하 정보 벗어나 지혜로운 콘텐츠로"

올해 화제 드라마 '징비록'에서 왜군 역으로 출연중인 탤런트 이광기. 그는 30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는 머니투데이 주최 'U클린' 행사의 사회를 맡았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올해 화제 드라마 '징비록'에서 왜군 역으로 출연중인 탤런트 이광기. 그는 30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는 머니투데이 주최 'U클린' 행사의 사회를 맡았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올해 11회째를 맞은 머니투데이 주최의 ‘U클린’(인터넷 시대 신문화 만들기 캠페인, 30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행사의 사회를 맡은 탤런트 이광기(46)는 “청소년들에게 너무 뜻깊고 알찬 행사”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올해 주제가 ‘따뜻한 인터넷 함께 하는 세상’이라고 하자, 그는 “인터넷의 차가운 기운으로 우리가 잃어버린 게 많다”며 맞장구쳤다.

“인터넷이 우리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편한 도구인건 맞지만, 많은 정보 때문에 잃어버린 것도 많아요. 인간은 어차피 리듬을 타고 환경에 적응해야하는데, 기계처럼 우리 몸이 수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기엔 이미 과부하가 걸린 상태 아닌가요?”

그는 인터넷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듯했다. 그건 청소년에 대한 관심도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의 딸 연지양은 올해 고등학교에 올라갔다. 청소년의 인터넷 사용에 대한 문제점을 어느 정도 체험하는 셈이다.

“예전에는 전화번호 100개는 거뜬히 외웠던 것 같아요. 노래 가사는 한 50개쯤? 지금은 모두 인터넷에 의존하죠. 청소년의 경우 핸드폰, 인터넷 등으로 체형이 변한다고 하는데, 특히 뇌파가 많이 바뀐다고 하더라고요. 자연적으로 활동해야할 뇌파가 한쪽으로 쏠리면서 불특정 신호도 많이 발견되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생각이 단순해지고, 정해진 틀 안에서의 인터넷 은어를 올바른 용어로 착각하는 경우까지 생기잖아요.”

탤런트 이광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탤런트 이광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드라마 ‘태조 왕건’을 시작으로 두각을 나타낸 그는 지난해 ‘정도전’, 올해 ‘징비록’ 등에서 색깔 있는 연기를 선보이며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사극에 잇따라 출연하면서 자주 느끼는 건 ‘빠름’에 대한 새로운 각성이다.

“사극은 대체로 장기전이고, 기다림이라는 인내가 무엇보다 요구되는 장르예요. 숲속에서 며칠 동안 찍기도 하고, 장면 하나 끝내기까지 몇 시간을 기다리기도 하죠. 이런 장르에서 인터넷의 ‘빠른 문화’는 적응하기 힘들어요. 사극은 조금 ‘오버’하더라도 연기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어요. 불편하지만 (연기의) 만족도가 크다고 할까요?”

이광기는 “슬로우(Slow)가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슬로우가 바보 취급받기 십상이고 무능력의 상징처럼 보이지만, 빠름(욕심)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결국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기계의 쓰레기들을 받아먹는 존재로 전락할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가 욕심에 대한 생각을 재정립하게 된 계기는 2009년 5월 아들 석규 군을 신종플루로 잃으면서부터. 그 전까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은 자기 것인 줄 알았던 그는 아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아버지로서 할 수 없는 일이 없다는 자괴감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0년 1월12일 아이티 대지진으로 아이들이 목숨을 잃었을 때, 그는 아이티로 떠났다.

“제게 혈육은 아니지만, 똑같은 아이들을 제게 선물해주셨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첫 번째 방문에서 구호활동을, 두 번째 방문에선 아이들을 만나 품에 안았죠. 그 아이들 모습이 꼭 우리 아이 모습이었거든요. (한국에) 돌아와서 ‘이 아이들을 자식이라고 생각하고 아이들을 돕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기도하며 약속했어요.”

탤런트 이광기는 드라마, 종편, 케이블, 라디오 등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2009년 신종플루로 아들 석규군을 잃고 3년만에 아들 준서를 얻은 그는 "석규가 준 선물"이라며 "욕심을 버리고 많은 이들에게 더 많은 선물을 줄 수 있는 일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탤런트 이광기는 드라마, 종편, 케이블, 라디오 등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2009년 신종플루로 아들 석규군을 잃고 3년만에 아들 준서를 얻은 그는 "석규가 준 선물"이라며 "욕심을 버리고 많은 이들에게 더 많은 선물을 줄 수 있는 일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석규가 떠나고 4년 만에 준서를 얻었다. 준서는 2012년 1월12일 아이티 대지진이 나던 날 태어났다. 그날 병원 밖엔 눈이 펑펑 쏟아졌다. 이광기도 눈과 함께 펑펑 울었다. 석규가 조기유학으로 필리핀에 건너간 뒤 2009년 귀국할 때 했던 첫마디가 계속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빠, 올해 눈 진짜 볼 수 있지?”

석규가 남긴 선물 준서에 고마워하며 이광기는 다양한 문화 행사로 욕심을 버린 느림의 삶과 이웃을 돌보는 삶을 영위하고 있다. 2010년 수많은 젊은 작가를 모아 진행한 미술 자선 전시에서 얻은 수익금을 아이티 아이들의 학교 건립을 위해 보탰고, 2011년엔 아이티 기금 마련 콘서트도 열었다. 올해 연말엔 월드비전과 함께 ‘아이드림’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

“예전에 국가브랜드위원회가 지원하는 ‘아이 러브 코리아’ 행사를 통해 세계 곳곳을 돌아다닌 적이 있어요. 가는 곳마다 느낀 공통점은 ‘문화’였어요. 문화를 통해 아이들 생각은 커지는 것 같아요. 어렵고 힘든 이웃에게 물질적인 복지도 중요하지만, 커가는 아이들에게 문화콘텐츠의 힘을 실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봐요. 앞으로 아이들에게 경험하지 못한 문화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는 일을 더 찾아볼 생각이에요. 제3세계 아이들에게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문화 콘텐츠요. 컴퓨터든 스마트폰이든 ‘지혜롭게’ 갖고 놀며 직업과 연관시켜 건전한 희망을 키우게 하는 일은 기성세대의 몫이기도 하고, ‘U클린’행사 본연의 취지이기도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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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금평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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