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7월1~26일 '여우락 페스티벌' 예술감독 나윤선…"국악의 우연한 발견에서 독창성 기대"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스타’라는 수식이 아깝지 않은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46)은 1년의 대부분을 프랑스에서 보내던 전례를 깨고 올해 국내에 머무른다. 오는 7월1~26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열리는 ‘여우락(樂) 페스티벌’에서 처음으로 예술감독을 맡았기 때문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예술감독이란 자리를 맡아 좀 쑥스러워요.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땐 여러 번 고사했어요. 개인적으로 국악도 잘 모르고 잘할 수 있을지 의심도 들었는데, 극장장의 설득 끝에 용기를 내게 됐죠. 올해를 공부하는 한해로 삼으려고 합니다.”
국악 등 전통을 주 무기로 내세우는 국립극장과 세련된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은 어울리지 않는 듯하지만, 그 인연은 꽤 깊다. 그의 아버지 나영수 씨가 딸이 4세이던 1974년 이곳의 합창단 지휘를 맡은 초대 단장이었다. 40여 년 만에 딸은 ‘단장’이 되어 아버지의 자랑스러운 거울로 우뚝 섰다.
“제가 제일 존경하는 분이 아버지인데, 그 뜻을 이어가서 자랑스러워요. 어릴 땐 분수대에 뛰어놀던 기억밖에 없는데, 지금 보니 다시 낯익은 놀이터에 온 기분이에요. 하지만 그때보다 극장이 더 커 보이고, 부담감도 늘어났어요.”
올해 6회째를 맞은 ‘여우락’(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은 한국 음악에 뿌리를 두고, 세계와 소통하는 아티스트를 동시에 만날 수 있는 협업 축제다. 국악과 재즈의 만남, 전통과 현대를 가로지르는 거문고의 도발, 대중음악과 재즈, 국악의 협업 등 호기심을 극대화하는 무대들이 줄지어 섰다.
가수 이상은, 드러머 남궁연, 타악기 연주자 민영치, 영화 ‘올드보이’ ‘건축학 개론’의 작곡가 이지수 등 인기 뮤지션들도 대거 합류했다.

‘여우락’의 올해 키워드는 ‘크리에이티브’(Creative). ‘창의적인 4개 테마’ 아래 14개 공연이 펼쳐진다. 나 감독이 반긴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 음악이 새로운 음악과 만나 발전하고, 변형되고 모두 공유해 향유할 수 있는 음악으로 남게 될 것인지 시험하는 무대가 될 거예요. 무엇보다 해외 활동을 하며 얻었던 제 경험을 가지고 국악을 철저히 제3자의 시각으로 바라볼 생각이에요. 그래서 그 안에서 가능성을 찾으려고요. 우리 음악이 얼마나 독창적이고 발전 가능성이 있는지 저도 확인하고 싶거든요.”
나 감독이 직접 다양한 연주자들과 꾸미는 ‘디렉터스 스테이지’는 첫 무대다. ‘여우락’이라는 세 글자로 시작하는 시를 고은 시인이 만들어 나윤선과 함께 낭독하는 시간도 마련된다. 나 감독이 해외 활동에서 만났던 음악가 중 한국 음악에 잘 어우러질 4명의 해외 아티스트와 젊은 국악 연주자가 함께 펼치는 ‘믹스&매치’ 무대도 기대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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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매치’는 아직 뚜껑을 열어보지 못해 뭐라 말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여기저기 다니면서 연주자에게 들은 말 중 인상적인 부분이 아직도 기억나요. 코드 하나를 완벽하게 연습해서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을 때 갖게 되는 희열도 있지만, 바닥에서 우연히 기타를 잡아 올릴 때 생각하지 못했던 울림이 아름다운 하모니로 들릴 때도 있거든요. 이 공연이 ‘우연’속에서 발견되는 그런 기쁨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국악 안에서 재즈의 단면을 알 수 있지 않을까요? 또 우리음악만이 아닌 월드뮤직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듯해요.”
이번 ‘여우락’에서 가장 차별화된 무대는 올해 처음 선정한 ‘올해의 아티스트’ 허윤정의 공연이다. 그는 거문고의 전통을 읽고 현대를 실험하는 두 개의 무대를 준비했다. 전통 무대에선 피리, 대금, 아쟁 분야에서 최고의 명인들이 함께 하고, 현대 무대에선 첼로, 타악기, 재즈보컬리스트 선우정아와 시·공간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음악이 선보인다. 나 감독의 말처럼 올해 ‘여우락’의 지향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뮤지션의 무대인 셈이다.

‘뮤지션’ 나윤선은 그간 수많은 정규 음반에서 예술성과 대중성을 고루 인정받으며 유럽 재즈의 새 바람을 일으켰다. ‘예술감독’ 나윤선에게도 이번 ‘여우락’이 예술성과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행운이 뒤따를까.
“재즈라는 음악은 대중적이지 않죠. 따라 부르기도 힘들고 멜로디가 쏙쏙 들어오지도 않으니까요. 우리 음악도 왠지 ‘가까이 하기엔 먼 당신’이란 느낌이 적지 않을 거예요. 제가 처음 프랑스에 가서 뮤지션들 만나며 깜짝 놀란 것 중 하나가 ‘어떻게 이들은 인도음악, 중동음악, 아시아음악들을 설거지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듣고 있을까’였어요. 그건 습관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직접 찾아가서 듣고 감동을 느끼는 것밖엔 다른 수가 없을 거예요. 우리가 대중 속으로 들어가 언제 어디서든 자연스럽게 듣게 하는 노력, 힘들지만 멈출 수 없는 일이잖아요.”
그는 그렇게 말한 뒤 “(국악의 월드뮤직화는) 안 될 수도 있지만,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낫다”며 웃었다. 그 웃음 사이로 100년 후에도 들을 수 있는 우리 음악을 만들겠다는 의지도 함께 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