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 새책] '나는 어머니와 산다'

# 오늘도 어머니는 묵묵히 나를 챙겨 주시고 있다. 술에 취해 들어와서 컴퓨터 앞에 잠들어 있는 아들의 모습에 안쓰러워하시다가 조용히 컴퓨터 모니터의 푸른 버튼을 누르실 것이다. 내가 방에 들어가 잠이 들면 이불을 덮어 주시고 창문을 닫아 주실 것이다. 하여튼 요즘은 내가 어머니를 모시는 것인지, 아니면 어머니가 나를 챙기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어머니의 품을 떠나 세월이 흘러 어느덧 중년이 된 남자의 품으로 어머니가 돌아왔다. 늙은 어머니는 어린 아이가 돼 아들에게 돌아왔다. 중년의 아들은 아이가 된 어머니를 돌본다. 또 한편으론 여전히 '어머니'의 보살핌을 받는다. 치매노모와 중년 아들이 함께 보낸 6년간의 삶을 기록이 책으로 출간됐다.
30년 넘게 출판계에 몸담으며 논쟁적인 글을 써 온 출판평론가 한기호가 처음으로 홀로 어머니를 모시는 중년 남성의 일상을 털어놓았다. 새 책 '나는 어머니와 산다'는 저자가 블로그에 써 온 6년간의 기록 중 어머니와 가족에 대한 이야기만 간추려 모은 간병 일기이다.
이 이야기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6년간의 기록을 넘어 적어도 10년 이상 지속될 어머니와의 동거 생활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중년의 남성이나, 그들의 어머니, 그들의 아내, 그들의 자녀에게도 큰 공감을 준다.
누군가의 아들이나 딸인 이상, 간병을 해야 하는 상황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 게다가 언젠가 자신이 간병을 받아야 하는 대상이 된다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몸이 불편한 부모를 간병하는 일을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가끔은 자그락자그락하기도 하고 가끔은 안아 주기도 하며 "내가 어머니를 모시는 것인지 어머니가 나를 돌보는 것인지 모르게"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나는 어머니와 산다=한기호 지음, 어른의신간 펴냄, 276쪽, 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