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학여행에서 학생들이 숙소 창문을 열고 벽을 타 옆방으로 넘어간 적이 있습니다. 교사가 문을 두드려도 열어주지 않고 그렇다고 강제로 문을 열면 사생활 침해 문제가 생깁니다. 이게 지금 수학여행 현장의 현실입니다."
현장체험학습을 둘러싼 교육공동체 공개 간담회에서 교사들은 예측하기 어려운 안전사고의 형사 책임이 교사 개인에게 집중되는 현실에 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교육부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TP타워에서 '안전하고 배움이 있는 현장체험학습을 위한 교육공동체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현장체험학습과 관련해 교사·학부모·전문가 등 각계 의견을 공개 토론을 통해 수렴하라"고 지시한 데 따라 마련됐다.
이날 일반 방청객으로 참석한 전남 목포영산초등학교 교사 A씨는 "처음 발령받았을 때 수학여행에서 학생들이 숙소 벽을 타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며 "저 역시 현장체험학습을 가고 아이들과 숙박도 하고 싶지만 아이들만 남겨졌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한 공포가 너무 크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체험학습 과정에서 교사가 해야 할 역할을 다했다면 민·형사상 책임까지 묻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안전사고가 정말 교사가 예측할 수 있는 상황에서 발생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석조 초등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은 현장체험학습 과정에서 교사에게 과도한 민원과 행정 책임이 집중된다고 지적했다. 강 위원장은 "현장체험학습을 갔을 때 학생들 사진을 200장 넘게 찍어줬는데도 학부모로부터 '왜 우리 아이 표정이 안 좋냐', '왜 우리 아이 사진은 5장밖에 없느냐'는 민원을 받았다"며 "안전요원 계약부터 성범죄 경력 조회까지 모두 교사에게 맡기는 상황에서 저는 내년에도 현장체험학습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교사들은 '국가책임소송제' 도입 필요성도 제기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추천으로 참석한 조재범 교사는 "교사 면책 강화를 위해 개정된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은 사후적 조치에 그치고 실제 현장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즉각적인 교사 면책 기준을 마련하고 그것이 어렵다면 국가책임소송제를 도입해 교사가 개인적으로 민·형사 소송 부담을 떠안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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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지역 교사 B씨도 "교사가 감당하는 법적 책임과 과도한 행정업무, 악성 민원에 대해 교육당국이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면 학교 현장이 이 정도까지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교사를 상대로 제기되는 소송 자체를 국가가 책임지고 실효성 있는 민원 대응 체계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안전 관리를 위한 보조 인력 배치 등 업무 부담이 교사에게 전가돼선 안 된다는 현장 의견에 적극 공감한다"며 "현장체험학습 준비 과정에서 가능한 업무는 교육지원청 단위에서 담당하도록 해 교사의 부담을 줄이고 법적·제도적으로 안심할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날 제기된 교육공동체 의견을 바탕으로 이달 중 교사 면책 강화와 현장체험학습 업무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