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패권'은 무너지지 않는다

'달러 패권'은 무너지지 않는다

김신회 기자
2015.11.14 03:24

[따끈따끈 새책]'달러 트랩'…달러가 지배하는 세계 경제의 미래

달러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결정타였다. 2008년 9월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가 무너지면서 시작된 위기는 삽시간에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금융위기가 몰고 온 최악의 경기침체는 달러 패권에 대한 회의론을 불러일으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융위기에 맞서 공격적으로 돈을 찍어내 달러 가치가 추락하자 달러 패권에 대한 의구심과 반발은 더 커졌다.

그 사이 중국 위안화가 달러의 세계 기축통화 위상을 넘보기 시작했다. 세계 경제의 양강(G2)으로 떠오른 중국은 강력한 성장세로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 회복을 주도하며 위안화의 영향력을 키웠다. 위안화는 곧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에 편입돼 명실상부한 세계 준비통화로 부상할 전망이다.

달러 패권은 정말 흔들리고 있을까. 세계적인 환율 전문가인 에스와르 프라사드 미국 코넬대 교수는 '달러 트랩'에서 그렇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 책에서 달러가 어떻게 글로벌 금융을 장악하게 됐는지 보여주며 "세계 금융시장은 요동치지만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위세는 여전히 흔들림이 없다"고 단언했다. 프라사드 교수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기축통화로 자리 잡은 달러가 10년 주기로 몰락이 예견될 정도의 위기를 겪었지만 위기 속에 달러의 우월적 지위는 오히려 강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달러가 전 세계가 선호하는 가치수단으로 다른 통화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게 된 것은 모두가 달러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 주장은 역설적이다. 미국처럼 천문학적인 부채를 떠안은 나라의 국채를 사는 건 현명한 일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 세계 중앙은행이 보유한 외화 가운데 달러의 비중은 60%가 넘는다. 왜 그럴까. 프라사드 교수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달러만큼 안정적이고 유동성이 풍부한 자산이 없다는 것이다. 책 제목 그대로 전 세계가 '달러의 덫'에 빠진 셈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절정에 달했던 2009년 초 루오핑 중국 은행감독위원회 국제부 부주임은 중국이 미국 국채를 계속 사들일 것인지 묻는 질문에 같은 대답을 했다. 그는 "(미국 국채를 사는 것 외에) 우리가 더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중국을 비롯한 누구에게나 그게 유일한 선택지"라고 말했다.

프라사드 교수는 최근 급부상한 위안화가 달러의 세계 기축통화 위상을 빼앗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전문가로 IMF 중국 책임자를 지낸 저자는 무역거래에서 위안화의 사용이 급증하고 교역 상대국 준비통화로 위안화의 위상이 높아진 게 사실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세계 준비통화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아직 자본통제 고삐를 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이 자본흐름을 통제하는 건 위안화의 급격한 절상으로 수출산업이 입을 타격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자본시장 완전 개방에 따른 글로벌 자본의 투기 가능성도 경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프라사드 교수는 중국이 금융시장의 변동성에 대응할 준비도 아직 갖추지 못했다고 했다. 중국 은행은 규모는 크지만 규제당국과 은행 모두 리스크 관리 능력이 약하다는 것이다. 프라사드 교수는 중국 국채시장의 취약성도 위안화의 안정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혔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동안 약세였던 달러는 FRB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에 따라 최근 랠리를 펼치며 새로운 '슈퍼달러'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이 책은 슈퍼달러 시대에 국제 금융 흐름을 이해하는 데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달러 트랩=에스와르 프라사드 지음. 권성희 옮김. 청림출판 펴냄. 560쪽/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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