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vs 알파고] 아마 5단 손종수 시인 관전평 ⑤ "알파고는 강했으나 이세돌은 포기하지 않았다"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매치 4차전에서 승리한 이세돌 9단이 연승으로 대미를 장식하는 데 실패했다. 기대를 모았던 5차전은 결국, 알파고의 승리로 끝났다. 최종 스코어는 알파고의 4승 1패.
아쉽지만 이 9단은 마지막 끝내기까지 박빙으로 맞섰다는 정도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알파고는 강했다. 4차전에서 이 9단이 간파한 대로 미세한 난전에서는 약간의 이상을 보이기도 했지만 4차전과는 달리 두텁고 완벽한 마무리로 이 9단을 압도했다. 경기는 컴퓨터가 한발씩 여유 있게 앞서가는 ‘계산 바둑’이었다.
대국 종반, 알파고가 뜻밖의 강공(136)을 펼치는 변화가 발생해 희망이 생기는 듯했으나 역전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 9단은 마지막 1분 초읽기에 쫓기며 중앙을 돌파하고 좌변에서 비틀기를 시도하는 등 최선의 추격을 펼쳤으나 알파고의 완벽한 마무리를 넘어서지 못했다. 280수 끝 백 불계승.
<중계>
4차전을 마치고 최종국에서 자신이 불리한 흑(챌린지매치는 중국룰을 채택해 한국, 일본룰보다 1집 더 많은 7.5집의 덤을 공제한다. 프로에게 1집은 어마어마한 차이)으로 둘 것을 제안한 이세돌 9단. 기자회견 때 얼핏, 비친 말로 짐작할 때 알파고의 약점을 파악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9단이 간파한 알파고의 약점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에 5차전의 관전 포인트를 맞춰야 할 것 같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알파고도 계산이 어려운 초반에 우위를 점해야 한다고 말한다. 포석시기에 대형정석으로 큰 모양을 만들어 국면을 좁히지 말고 국지전의 다중공격으로 최대한 전국을 복잡하게 얽는 전략을 구사해야 승산을 높일 수 있다는 것.
우하귀 소목정석에서 변칙 기회를 맞은 알파고. 이 9단은 차분하게 인간계 정석(?)대로. 알파고,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손을 빼 우상귀로 붙여간다. 소목정석 중 손을 뺀 이 진행은 앞으로 ‘알파고정석’이라 불릴 것 같다. 현재까지 알파고의 소비시간이 많다. 알파고 9분, 이 9단 4분.
이 9단 4분 숙고 뒤에 우하귀 소목정석에서 손 뺀 모양을 응징하는 급소일격. 17. 알파고는 우상귀 단수. 마치 인간끼리의 기세싸움 같은 장면인데 17, 19의 압박으로 옹색해진 모양에서 20의 젖힘은 무리. 21 끊고 22 늘어서 초반부터 육박전이다.
24까지의 결과는 알파고의 사석작전이다. 이 9단이 유도한 것이라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우상귀 굳힘과 우하귀 소목포진으로 알파고가 이렇게 두도록 이끌었다는 뜻이다. 우하귀에 흑의 큰 집이 형성되자 해설자 김성룡 9단은 숨도 안 쉬고 말한다. "저라면 여기서 흑을 선택합니다.(김 9단은 손꼽히는 실리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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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상귀 진행은 유행정석이다. 결과의 선악을 떠나 알파고의 기보데이터가 풍부하다는 방증이다. 4차전까지 드러난 알파고의 취향은 두터운 중앙지향 행마를 선호한다는 것. 좌상귀에서 다시 이 9단의 정석비틀기가 나왔다. 31. 중앙지향의 알파고의 반면운용에 혼란을 주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만일, 이 9단이 이 대국에서 승리한다면 챌린지매치가 끝난 뒤 ‘알파고 완전정복’이란 책을 써도 좋겠다.

우하방면 40은 중앙지향의 알파고가 좋아할 것 같은 대세점이다. 특히 42는 깜짝 놀랄만한 수다. 인간이 두었으면 악수인데 알파고의 이상감각을 생각할 때 다른 수읽기가 있는지 고민되는 장면이다. 이 9단, 숙고 중(이 시점 ‘돌바람’으로 추측되는 바둑소프트웨어의 알파고의 승률기대치는 60%, 물론, 인간프로의 형세판단은 다르다).
43, 44는 자충, 이해할 수 없는 악수교환이다. 이 9단의 의도를 묻고 싶은 장면이다. 백의 이단젖힘이 싫었던 아닐까(현장에 있던 조훈현 9단의 견해). 우하귀에서, 국면이 좁아지면 막강해지는 알파고의 수읽기를 감상할 수 있는 장면이 나왔다. 48부터 58까지, 우하귀의 접전은 일단, 알파고의 손해인데 우상귀 쪽 60의 붙임을 위한 사전준비로 볼 수 있다. 60은 판을 넓게 보는 알파고의 사석작전으로 그 과정은 초일류 프로의 수읽기다.
마치 전성기의 ‘신산(神算-이창호 9단을 별명)’을 호출해온 느낌. 궁금하다. 우상일대부터 우변 우하일대에 쌓은 방대한 두터움을 몇 집으로 계산하고 있을까. 69는 적절한 삭감인데 한칸으로 씌워온 70은 일류감각. 알파고는 두터움으로 일관된 중앙경영 전략이다.
이 9단, 54분 소비. 71로 밀어놓고 자리를 떴다. 일단, 형태는 전혀 다르지만 발 빠르게 실리를 챙긴 뒤 알파고의 방대한 세력에 뛰어들어 타개한다는 전략은 4차전과 비슷하다. 73, 75의 시점에서 이 9단 1시간 소비. 알파고 41분 소비. 77부터 81까지 상변 흑 일단 안정. 이 9단은 형세를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알파고의 형세판단과 유사한 바둑소프트웨어의 승률 기대치는 백이 이길 확률 65%. 사석작전의 효과를 계산한 것 같다).
중앙 85는 묘한 수. 89까지 상변 흑은 살았으나 중앙은 점점 두터워진다. 92~98은 경계를 두텁게 하려는 수였으나 99의 묘수로 완벽한 봉쇄는 무산됐다. 하변 100 한칸은 전성기 이창호 9단의 ‘이겼습니다’라는 선언 같은 수. 이 9단, 만만치 않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하고 고심하다가 중앙 101, 103. 모양의 급소, 흔들기다. 알파고 1시간 소비.
알파고 좌하귀 쪽 방향전환 106. 형세판단을 떠나 이 9단을 압박하는 수단이다. 이 9단의 분발이 필요한 장면. 이 9단, 고심이 깊어진다. 곧 승부처가 나올 것 같다. 역시 좌하귀 침입. 107, 109는 승부수. 이 접전의 결과로 승부로 이어질 것 같다. 110부터 115까지 흑이 어려운 싸움. 이 9단, 잔여시간 21분. 알파고 50분.
116부터 알파고의 완벽한 마무리가 시작됐고 124까지 승세를 잡았다. 해설자 김성룡 9단마저 감탄한다. 이 9단, 다시 괴로워하는 표정이다. 136은 강공이지만 추격의 빌미를 준 수다. 이 9단의 비세지만 역전의 희망이 생겼다.
중앙 전투가 마지막 승부처다. 4시 39분, 이 9단이 1분 초읽기에 쫓기며 중앙을 돌파하고 좌변에서 변화를 시도하는 등 최선의 추격을 펼쳤으나 알파고의 완벽한 마무리를 넘어서지 못했다.
5차전에 임하는 이세돌은 알파고를 세계정상급 프로로 인정하고 세계타이틀 전을 두는 자세였다. 이세돌의 승부 기질도 여과 없이 드러났다. 비록 완패했지만 그는 ‘ 1200개의 머리를 가진 괴수’와 대등하게 맞선 최초의 인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