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 새책] 세계 최고의 보안 전문가, 브루스 슈나이어의 '당신은 데이터의 주인이 아니다'

최근 이동통신사에 통신조회기록을 확인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 많은 사람이 국정원, 검찰 그리고 경찰이 자신의 동의 없이 통신기록을 들여다본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고는 그 결과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리는 등 분노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들이 우리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감시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조지 오웰의 ‘1984’ 속 감시 이상의 감시가 이미 현실이 됐지만 무감각한 채로.
세계 최고의 보안 전문가 브루스 슈나이더는 ‘당신은 데이터의 주인이 아니다’에서 “우리는 지금 어떤 거래를 맺고 있고, 왜 분노해야 하는가”를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저자는 에드워드 스노든이 NSA 내부고발을 할 당시, 이를 보도했던 영국의 ‘가디언’을 도와 최고기밀문서 분석을 함께 도왔던 인물이다.
매끈하고 귀여운 스마트폰이라는 기계 하나가 바꿔놓은 우리의 삶에서부터 이 책은 출발한다. 우리 생활의 중심이 되어버린 이 기계는 우리가 편의를 위해 다운 받는 ‘앱’을 통해 우리의 정보를 정부와 기업에 제공한다. GPS, 물건 구매 내용, 문자메시지 등 우리 생활을 둘러싼 모든 정보가 앱을 받기 위해 눌러야 하는 ‘동의’ 버튼을 통해 상대방에게 넘어간다.
‘앵그리버드’ ‘손전등’ 등 사람들이 아무런 경계 없이 다운 받는 앱들은 소비자 몰래 ‘감시’ 기능을 끼워 판다. 어차피 동의하지 않으면 다운 받을 수 없는, 선택권이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감시가 포함된 패키지 거래에 동의한다.
개인들이 손쉽게 넘겨준 ‘개인정보’를 기업들은 통째로 또 다른 기업에 판매하거나 맞춤형 광고를 제시한다. 저자는 지금의 사회를 “‘빅 브러더’ 대신 고자질쟁이 ‘리틀 브러더’가 수백 명 있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이 리틀 브러더들은 우리를 ‘고객’이 아닌 ‘상품’으로 본다. 자신들의 실제 고객에게 우리의 데이터를 판매하는 것으로 수익을 내며, 우리는 소작농이 되어 부지런히 온·오프라인 세상을 돌아다니며 그들이 판매할 정보를 만들어낸다.
정부는 어떤가. 이 책은 감시 선진국 미국의 사례만을 소개한다. 저자가 분석 가능한 국가가 미국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국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국민들의 정보를 모으고 이용할지를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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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광범위하게 국민을 감시하는 것이 왜 문제일까. 특별히 나쁜 짓 안 하고 살면, 문제 될 것이 없지 않은가.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곳곳에서 감시가 이뤄진다는 것은 경찰이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법률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한다. ‘테러 행위’라는 단어가 확대돼 일반 범죄에까지 포함되면 ‘중동의 인도주의 기구에 10달러를 기부한 사람까지 테러리스트로 간주할 수 있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천박한 게시물을 페이북에 올렸다가 교도소에 간 영국인, 트위터에 국가 비판을 했다가 입국을 거부당한 미국인 등 실제 사례를 예를 들며 경고한다.
저자는 감시사회 속 개인들의 무기력을 해결할 유쾌한 방법들을 제시한다. 그리고 그 방법들은 의외로 매우 ‘아날로그’적이다. 에드워드 스노든이 전원을 꺼도 기능을 하는 GPS를 막기 위해 스마트폰을 냉장고에 얼렸던 것처럼 아주 간단한 ‘감시 방지법’들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신은 데이터의 주인이 아니다=브루스 슈나이어 지음. 이현주 옮김. 반비 펴냄. 473쪽/ 1만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