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전 오늘… 자책골 넣었다고 총격 '월드컵 최악 비극'

22년 전 오늘… 자책골 넣었다고 총격 '월드컵 최악 비극'

박성대 기자
2016.07.02 06:01

[역사 속 오늘] 콜롬비아 수비수 에스코바르, 귀국 후 총격 피살

콜롬비아 축구 꿈나무들이 안드레스 에스코바르의 동상에서 밝게 웃고 있다./AFPBBNews=뉴스1
콜롬비아 축구 꿈나무들이 안드레스 에스코바르의 동상에서 밝게 웃고 있다./AFPBBNews=뉴스1

1994년 미국 월드컵을 앞두고 펼쳐진 남미 지역예선 최고의 팀은 콜롬비아였다. 콜롬비아는 '전통의 강호'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홈에서 2대 1, 원정에서 5대 0 완승을 거두며 지역예선에서 단 한 차례도 패하지 않고(4승 2무) 월드컵에 나선다.

플레이메이커였던 카를로스 발데라마, 남미 최정상급 공격수였던 파우스티노 아스프리야, 미드필더 프레디 링컨 등이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고, 대표팀을 이끌던 프란시스코 마투라나 감독의 용병술은 이들의 능력을 극대화시켰다.

탄탄한 수비력과 화려한 공격력으로 많은 축구 전문가들이 미국 월드컵에서 돌풍을 일으킬 팀으로 콜롬비아를 꼽길 주저하지 않았다. '축구 황제' 펠레도 월드컵 전부터 "콜롬비아가 우승후보다. 브라질은 월드컵을 갈 자격도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콜롬비아 국민들의 기대가 커질 만큼 커졌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예선 조별경기 1차전부터 콜롬비아는 루마니아에 1대 3으로 완패한다. '발칸의 마라도나' 게오르게 하지가 이끄는 루마니아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콜롬비아는 대회 개최국 미국과의 2차전을 맞이한다.

0대 0으로 팽팽하게 진행되던 경기는 전반 34분 급변한다. 미국의 하크스가 크로스로 올려준 볼을 콜롬비아의 센터백 안드레아스 에스코바르가 차단한다는 것이 오히려 볼 방향을 바꿔 그대로 콜롬비아 골문으로 굴러 들어가면서 자책골로 연결된 것.

이 골로 선취점을 내준 콜롬비아는 1대 2로 패배하게 되고, 예선탈락이 확정된다. 우승후보로 거론되던 팀이 예선 탈락을 하게 되자 국민들은 분노했고, 분노의 화살은 에스코바르에게 향한다. 마약조직인 '메데인카르텔'은 "선수들이 귀국하는 대로 살해하겠다"고 협박했다.

이런 상황에서 선수단은 귀국을 주저했고, 마투라나 감독은 에콰도르로 피신했지만, 에스코바르는 죄책감을 안고 홀로 귀국한다. 귀국 며칠 후인 22년 전 오늘(1994년 7월 2일) 새벽 3시 월드컵 역사상 최악의 비극이 벌어졌다.

여자친구와 함께 자신의 고향인 메데인시의 한 나이트클럽에 들렀던 에스코바르가 괴한의 총격을 받고 사망한 것. 여자친구는 "괴한이 에스코바르에게 '자살골에 감사한다'고 시비를 걸었다"며 "총탄 12발을 발사하면서 한 발씩 쏠 때마다 '골'이라고 소리 질렀다"고 증언했다.

월드컵 대회 기간 중에 일어난 에스코바르의 죽음은 콜롬비아를 포함해 전 세계 축구팬들을 경악하게 했다. 당시 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월드컵 역사상 가장 슬픈 날로 기억될 것"이라고 애도를 표했다.

범인이 에스코바르에게 원한을 품고 저지른 범죄인지, 아니면 콜롬비아에 거액의 돈을 걸었다가 돈을 날린 축구 도박 조직이 개입되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그의 장례식에는 12만명의 팬들이 자리를 함께했고, 사건 직후에 열린 독일 대 벨기에전과 스페인 대 스위스전(16강전)에선 경기 개시 전에 그를 추모하는 묵념이 행해졌다. 법원은 범인에게 43년형을 선고했지만, 수감 11년 만인 2005년 모범수로 가석방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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