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년 전 오늘…美 법정서 '진화론 vs 창조론' 불지피다

91년 전 오늘…美 법정서 '진화론 vs 창조론' 불지피다

박성대 기자
2016.07.21 06:27

[역사 속 오늘] 美 테네시주 '스쿱스 원숭이 재판'

진화론을 가르쳐 기소된 존 스콥스(사진 가운데)가 1925년 7월21일 ‘원숭이 재판’에서 벌금 100달러를 선고받았다./사진출처=skepticism.org
진화론을 가르쳐 기소된 존 스콥스(사진 가운데)가 1925년 7월21일 ‘원숭이 재판’에서 벌금 100달러를 선고받았다./사진출처=skepticism.org

1925년 3월 미국 테네시 주(州)의회가 '공립학교에서 인간이 신의 피조물임을 부인하거나 동물로부터 진화했다는 어떤 이론도 가르쳐서는 안된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반(反)진화론법', 일명 '버틀러법'을 통과시킨다.

존 W. 버틀러 세계기독교근본주의협회 테네시 지부회장이 주 의회에 로비를 펼친 결과였다. 버틀리법이 통과되자마자 생물교사 겸 축구 코치였던 존 토머스 스콥스는 법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 일부러 학교에서 다윈의 진화론을 가르쳤다.

그는 곧장 버틀러법 위반 혐의로 기소당했고, 주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원숭이 재판'으로 이름 붙여진 재판이 그해 7월 10일 시작됐고, 국내외 기자들이 모여들었다. 재판이 단순한 범법 행위를 다뤘다기보단 기독교 원리주의자와 진화론을 옹호하는 근대주의자들의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미국 전역에서 관심이 집중됐다.

주민 1800명의 작은 마을인 테네시 주 테이턴엔 5000여명이 몰려들었고, 대서양 횡단 케이블의 전보 사용량도 평소보다 두 배 늘어났다. 변호인단도 화려했다.

반진화론법을 옹호하는 원고 측 변호는 원리주의 운동의 선도자이자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이 맡았다. 피고 측 변호사는 당시 미국 최고의 형사 변호사이자 약자 변론으로 유명한 클래런스 대로우였다.

미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재판 가운데 하나인 '스쿱스 원숭이 재판'은 그렇게 시작됐다. 신문과 라디오 관계자, 방청객들이 밀려들자 판사는 재판정 바닥이 무너질까봐 실외 잔디밭으로 장소를 옮기기까지 한다. 재판내용은 라디오를 통해 미국 전역에 중계됐다.

브라이언은 "유럽의 원숭이가 우리의 조상이냐"고 주장했고, 대로우는 "이브가 진짜로 아담의 갈비뼈로 만들어졌느냐"고 반박했다. 재판이 진행되면서 대로우는 브라이언을 궁지에 몰아넣었고, 브라이언은 성경에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음을 시인했다.

하지만 애초에 재판은 창조론에게 유리하게 돌아갔다. 기독교 근본주의와 보수적 색채가 강한 테네시 주의 분위기가 그대로 반영됐던 것. 재판부는 과학자를 증인으로 채택하려는 대로우의 계획을 무산시키기도 했다.

결국 재판부는 91년 전 오늘(1925년 7월 21일) 스쿱스에게 유죄판결을 하면서 법정 최저형인 100달러 벌금형을 내린다. 진화론 교육이 '법적으로 금지된 상황에서 진화론을 가르친 게' 유죄의 이유였다. 기독교 근본주의가 판결에선 이겼지만 이후 다른 주에서도 유사한 소송이 잇달아 발생했다.

원숭이 재판이 각 주의 반진화론법이 정교분리를 위반하는 위헌성이 부각되는 계기가 된 것이다. 결국 테네시 주 대법원은 2년 뒤 이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하고, 주 의회는 1967년 버틀러법을 폐지한다.

미국 연방대법원도 1968년 비슷한 내용의 아칸소 법이 수정헌법 1조(언론자유 규정)를 위반했다며 위헌결정을 내린다. 이어 1987년 공립학교에서 창조과학에 대한 수업을 금지시킨다. 하지만 진화론과 창조론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